맛집 정보

겨울 바다의 맛, 도루묵이 돌아왔다/ 속초 동명항

*바다향 2013. 12. 12. 17:23

스포츠경향|13.12.11 21:19

 

한적한 겨울바다는 먹거리가 많아 입이 즐겁다.

한반도 등줄기를 따라 이어진 동해안은 이즈음 도루묵과 양미리가 제철이다.

겨울철 뱃사람들의 주요 소득원인 생선들이다.

비록 폼 나는 생선은 아니지만 날로 먹고 구워먹고 탕이나 찌개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맘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겨울 별미를 좇아 속초로 향한다.

설악산을 등진 속초 동명항 부둣가는 해마다 이맘때면 포장마차가 줄줄이 늘어선다.

숫자로 구별하는 포장마차에선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모여든 외지인들이 장사진을 이룬 포구는 활기차다.

 

동명항은 '동해에서 해가 밝아오는 항구'라는 이름처럼 일출 명소다.

매년 1월1일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항구 인근에 자리한 영금정과 영금정 해돋이정자,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바람 끝이 매서운 이즈음엔 도루묵과 양미리를 맛보기 위한 관광객이 항구를 가득 메운다.

도루묵은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조선 14대 임금 선조는 임진왜란으로 피란길에 올랐고 당시 수라상에 오른 생선이 맛있어 이름을 물었다.

생선 이름이 '묵'이라고 하자 선조는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다.

이후 궁궐로 돌아온 선조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먹었지만 예전의 맛이 나지 않아 이름을 "도로 묵"이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름이야 어쨌든 도루묵은 겨울이면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별미다.

도루묵은 10월 말부터 12월까지가 제철이다.

수심 200~400m의 모래가 섞인 뻘에서 서식하고, 11~12월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비늘이 없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도루묵은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맛도 좋다.

도루묵은 부드러운 살을 발라먹는 맛이 일품이지만 알배기를 으뜸으로 쳐준다.

산란을 앞두고 몸에 영양을 비축해 맛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쫀득한 알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해 손이 자주 간다.

회나 구이, 탕이나 찌개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중 알이 꽉 찬 몸통에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거나 무를 깔고 얼큰하게 매운탕으로 끓여먹는 맛이 일품이다.

영양가도 풍부하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불포화지방이 포함돼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열량도 낮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고 풍부한 칼슘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동명항에서 대천상회를 운영하는 차기순씨는 "올해는 어획량이 늘어 예년보다 도루묵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며

"알배기는 특히 맛이 뛰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겨울 별미"라고 말했다.

동명항 내에 자리한 활어유통센터에서는 각종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1층에 해산물을 파는 코너가 있고 2층은 식당이다.

1층에서 해산물을 구입한 후 2층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면 바다를 배경으로 알뜰한 가격에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것도 활어유통센터의 매력이다.

겨울이면 동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마다 그물에 지천으로 걸려 있는 생선이 바로 양미리다.

조업을 마친 배가 항구에 정박하면 그물에 낀 양미리를 떼어내느라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양미리는 본명이 따로 있다. 김장철에 액젓으로 많이 사용하는 까나리가 제 이름이다.

양미리라는 이름의 생선도 실제 존재한다.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훨씬 작다. 멸치만 하다. 잘 잡히지 않아 먹는 사람도 없다.

까나리가 왜 양미리로 둔갑했는지는 어부들도 모른다.

오전 8시, 어선에서 내린 그물에는 하얀 배를 드러낸 양미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물에 몸이 꿰인 양미리를 떼어 바구니에 담는 풍광이 포구 가득하다.

한쪽에선 막 떼어낸 양미리를 놓고 흥정을 한다.

미리 떼어놓은 양미리를 말리기 위해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모습도 이색적이다.

양미리는 극동지역 바다에서 서식하는 한류성 어족이다.

크기는 20~30㎝ 정도. 등이 푸르고 아랫배가 흰색을 띠고 주둥이가 뾰족하다.

바다 속 모래에 숨어 있다가 해가 뜨기 바로 전 먹이를 먹기 위해 튀어나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날 그물을 깔아놓으면 양미리가 올라오다 그물코에 꿰여 잡힌다.

11월 중순까지 이런 방식으로 잡지만 이후에는 산란을 위해 물에 떠다녀 뜬그물로 잡는다.

그물에서 떼어낸 양미리를 담는 용기를 '가고'라고 부른다.

사각형 모양의 가고는 50~55kg 정도가 1가고다.

양미리는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워 술안주로 먹거나 밥반찬으로 조림을 해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도루묵 못지않다.

꾸둑꾸둑하게 말려 먹거나 곱게 갈아 추어탕처럼 끓여 먹어도 별미다.

양미리도 영양덩어리다. 뼈를 바르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칼슘과 철분, 단백질 등이 풍부하다.

불포화지방산과 아스파라긴 등의 필수 아미노산과 DHA, 핵산 등도 함유돼 있다.

포구에는 장작이나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양미리를 구워먹는 이들이 즐비하다.

시뻘건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돈다.

올해 양미리 어획량은 나쁘지 않다. 씨알도 좋아 어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포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주인장이 아침에 떼어낸 양미리라며 맛을 보라고 한 점 떼어 준다.

부드럽고 기름진 살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바다를 통째로 먹는 맛이다.

속초의 먹거리는 도루묵과 양미리뿐만이 아니다.

울진과 영덕의 겨울철 별미인 붉은 대게(홍게)와 오징어순대, 물곰탕도 인기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담백한 맛이 더하는 붉은 대게는 속초관광수산시장과 동명항 외곽 도로변, 활어회센터, 공설운동장 옆에서 맛볼 수 있다.

오징어순대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내장을 뺀 몸통에 찹쌀과 숙주, 배추, 고추 등을 꽉 채워 쪄내는 오징어순대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아바이마을의 대표 먹거리다.

뱃사람들의 해장음식인 물곰탕은 시원한 맛에 반한다. 곰치라 불리는 생선으로 만든다.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양념을 넣고 끓인 탕은 담백하고 맛있다.

맑은 탕, 매운탕, 신 김치를 넣은 탕으로 먹는다.

곰치 역시 비린내가 나지 않아 탕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다.

어둑해진 하늘, 방파제 끝 빨간등대로 향해 포구를 바라본다.

울산바위를 품은 거대한 설악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삼삼오오 포구로 모여든 이들이 막걸리 한 사발, 생선 한 점으로 고된 하루를 마감하는 풍광이 살갑게 다가온다.

속초 | 글·사진 윤대헌 기자

■찾아가는 길:서울→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JC→인제→미시령터널→속초→7번국도→동명항

■주변 볼거리:장거리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권금성(權金城)을 추천한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산 풍광이 압권이다.

자연호수인 영랑호는 8㎞ 거리의 순환도로와 걷기코스가 조성돼 고즈넉한 호반 풍광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나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속초8경 중 하나인 범바위가 있고 철새를 볼 수 있다.

이외 영금정&전망대, 등대전망대, 외옹치항, 아바이마을, 설악해맞이공원, 척산온천 등

■맛집:속초등대 아래 해안도로에 자리한 등대물곰탕(033-631-4145)은 도루묵찌개가 맛있다.

주인장의 손맛은 물론 넉넉한 인심 때문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밑반찬도 깔끔하다.

청초낙원정식(033-637-3166)은 생선찜 요리가 유명하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5가지의 제철 생선을 야채와 함께 조려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이외 청초수물회·섭국(033-632-3900), 성대한횟집(033-637-4477), 황대구탕(033-635-3989)등

■숙박: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033-630-5500)에서는 이달 말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한다.

매주 토·일요일에는 어린이 체험미술관 '키득키득 위드 아트'가 열리고 21·24일에는 'X-mas 케이크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또 31일에는 새해 불꽃놀이 '아듀 2013, 웰컴 2014' 이벤트를 통해 소원풍선을 날리고 21~31일까지 댄스 페스티벌 '한겨울의 트로피카나'가 열린다.

이달 말까지 워터피아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waterpiastyle)에서는 추첨으로 워터피아 무료이용권을 제공한다.

이외에 설악관광호텔(033-636-7101)과 켄싱턴 스타호텔(033-635-4001), 호텔설악파크(033-636-7711), 설악산유스호스텔(033-636-7115)등이 있다.

■문의:속초시청 관광과 (033)639-2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