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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암태도의 명물 우실과 노두

*바다향 2011. 7. 2. 08:43
섬과 섬 사이 2.5km 노둣길 따라 시간을 건너고


 

우실이라는 게 있다.

마을을 두르고 있는 울타리다.

우실은 본래 '울실'에서 비롯된 말이다.


'울'은 둘레를 에워싸서 지킨다는 의미이고

'실'은 마을의 옛말. 곧 마을을 지키는 하나의 성벽과 같은 것이다.



↑ 암태도 송곡리의 우실. 마을 입구를 돌담으로 둘렀다.


 

단절된 섬에서 벗어나고픈 열망이 바다 위에 길을 만들었다. 갯벌 위에 돌을 놓아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 추포도에 남은 옛 노둣길의 흔적이다.

 


우실은 유독 신안의 섬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실은 섬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논밭에 모래가 날아드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이런 실용적인 기능 외에 우실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단속하는 울타리 역할도 한다.

마을의 실질적인 경계이자 온갖 액과 역신을 차단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상여가 나갈 때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이별 공간도 우실이었다.

마을의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는 틀이자 성과 속의 경계가 바로 우실이다.

단순한 울타리 그 이상인 것이다.


암태도의 송곡리 우실은 돌담이다.

마을을 지나던 스님이 마을이 번창하고 우환을 막으려면 돌담을 쌓아야 한다고 해,

원래 나무로 우실이 있던 곳에 견고한 성곽처럼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높이 2m가 넘는 거대한 돌담이다.



안좌도의 대리 우실은 아름드리 팽나무가 마을을 감싼 모양이다.

그 팽나무 우실의 마을 입구 앞에는 남근석 2개가 서있다.

대리 우실은 액을 막아주는 숲이다.

주민 말로는 마을 뒷산에 여근 형상의 음바위와 음샘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 여인들이 바람이 난다고 해서 그 기운을 누르겠다고 우실로 가리고

또 남근석을 세웠단다.


섬 여인이 정말 바람이 났는지 아니면 살기가 고달파 도망을 갔는지 모를 일이다.

아낙이 도망간 가정과 마을은 이를 추스리기가 쉽지 않았을 터.

우실은 어떻게든 섬 아낙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들어 매야 했던 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섬 여인들에겐 빠져 나가기 버거운 울타리였을 것이다.

우실이 마을을 가두는 울타리라면 노두는 갇힌 섬과 섬을 잇는 희망의 통로다.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두가 놓여 있다.

노두는 갯벌 위에 놓은 징검다리다.

물이 빠지면 노둣돌을 디뎌 섬에서 섬으로 넘어 다녔다.

지금은 옛노두 옆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의 신노두가 놓였다.



2.5km 길이의 옛노두는 이제 다니는 이들이 없어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다.

예전 징검다리 노두만 있던 시절엔 일년에 한번씩 뻘을 치는 일이 마을의 큰 행사였다.

큰 돌덩이들이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보면 이끼가 끼기 마련.

그 미끄럽게 이끼 낀 노둣돌을 뒤집어주는 작업이다.

돌을 뒤집고 움직이지 않도록 주변에 뻘흙을 돋워주는 작업을 뻘을 친다고 했다.

수 천 개의 노둣돌을 뒤집고 고정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노두가 이어지는 추포도의 딸망섬에는 노두를 놓는 큰일에 돈과 땅을 내었다고

당시 지주들을 기리는 공덕비가 서있다.



안좌도의 두리선착장에는 바로 앞 박지도, 반월도를 연결하는 나무다리가 있다.

한겨울이면 푸른 융단처럼 감태가 덮이는 뻘 위에 설치된 예쁘장한 나무다리다.

차는 다닐 수 없고 걸어서만 다닐 수 있다.

다리 하단엔 두 섬에 물을 대는 수도관이 연결됐다.

1,004개의 섬을 강조하는 신안군에선 1,400m 가량 되는 이 목교의 이름을 '천사나무다리'라고 지었다.

그동안 물 때문에 애를 먹었던 박지도, 반월도 주민들에겐 천사보다 반가운 다리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