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내겐 밤이 늘 그렇듯..
불면과 깜박졸음의 밤을 보내고 새벽걸음을 나섰다
일출 보기엔 어차피 늦은 시간이고
마침 새벽 하늘도 뿌옇기에 조금의 위안을 삼으며...
제주시내에서 동해안선을 따라 40여분을 달리니
일출봉의 커다랗고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
작년 이맘때..
친구들과 일출봉을 올랐던때가 생각나 피식 웃음~^^*
그때도 일출을 보겠다고 5시쯤 도착해서 헉헉거리며 간신히 올랐던...
ㅎㅎ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우리를 외면 하였는지 뿌연 안개로 인하여 일출을 보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하산 하였었지..
오늘 이렇게 다시 일출봉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움이여...
앞으로는 황금벌판과 기암이 이렇게 우뚝하고..
뒤로는 황금벌판과 바다건너 우도다.
제주에는 오름이라 칭하는 것이 368개 있다고 한다
오름이란 한라산 산록에 형성됭진 기생화산이며
보통 오름오른다 라는 표현보다는 오름탄다 라고 제주인들은 표현한다.
오름타는 길에 뒤돌아본 성산의 바다는 깊고 무겁게
가라앉아 보임에 여운이 더욱 길게 남고..
멀리 한라산 뒤로 햇살이 뿌옇게 올라옴에
한라산 봉오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출봉의 곳곳에 펼쳐진 많은 기암들의 형상은 때론 아기자기함으로...
때론 웅장함으로 시선을 붙잡고
그 기이함에 감탄사를 외치기도~!!
30여분 오름을 타니 드디어 움푹 파여진
분화구가 나타나고 정상이다
이곳이 말발굽형 오름...?
예상했듯이 일출은 멀어졌으나
뿌였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져 오고
우도 배시간때문에 오래 지체할수가 없다..
한라의 늠름함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고
일출봉 오는 길가에 계절을 잃은듯한 유채밭의
노랑빛도 시선에 들어온다..
아 우리가 저길로 달려왔구나..
검은빛 바닷가는 해녀의 집인듯.. 소라와 전복등 있다며
동이를 머리에 올린 아주머니가 손짓을 한다
참으로 멋진 해안가고 바위들이다..
거대한 바위틈엔 이름모를 꽃들이 촘촘이
수 놓은듯 피여있고..
그 무엇 작은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것들이다
성산마을 사람들은 이바위를 등경돌 또는 징경돌이라 한다
바위앞을 지나가 는 주민들은 네번의 절을 올린다고..
두번절은 옛 제주를 창조한 어질고 아름다운 여신
설문대할망에 올리는 것이요
또 두번절은 고려말 원나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김통정 장군에게 올리는 것이라한다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퍼날라 낮에는 섬을 만들고
밤에는 이 바위위에 등잔을 켜놓고 흙을 나르느라
헤어진 치마폭을 기웠다 한다..
김통정 장군은 성산마을에 성을 쌓아 나라를 지켰으며
그터가 지금도 남아있고
등경돌아래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때로는 바위를 뛰어올라 심신을 단련하여 바위중간에
큰 발자국모양이 패인 것이라고...
예전 주민들은 이바위에 제를 올려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었으며
전쟁에 나간이들은 김통정장군의 정기를 받은 이바위의 수호로
무사히 돌아왔다 믿었다한다
황금벌판 위의 조형물인냥 멋지게 자리한
검은돌들도 화산재이겠지..
해녀의 집을 지나 다시금 벌판에 오르니
먼 바다에 우도가 다시 보인다
소가 웅크리고 엎드린 형상이라는 우도,
날씨의 흐릿함에 드러난 우도의 모습은
화창한 우도의 모습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이다
이제 일출봉과의 이별의 시간
전복죽으로 가볍게 아침을 마치고
성산항을 향하여 출발~
성산항의 하늘은 낮고 바다는 안개로 뿌옇다
10시 30분 출항하기 위하여 배의 갑판위로 올라서니
거센바람에 몸이 움추러든다
흐릿한 하늘과 흐릿한 바다를 나누어 주는듯한 등대길..
등대는 빨간등대 하얀등대가 마주하고 있다.
하얀등대는 항로의 왼쪽, 빨간등대는 항로의 오른쪽..
하얀등대는 오른쪽으로의 길잡이 역활을 하고,
빨간등대는 왼쪽으로의 길잡이 역활을 하려나...
일제감정기시절, 대륙진출의 야망을 품은 일본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요구한것이 등대의 설치였다 한다
슬픈 역사이지만 유용한 자산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배가 서서히 움직인다.
15분여 거친바람과 바닷물 포말조각은 차가움 보다는
차라리 신선함이였다
평소 성산행 마지막 여객선은 4시30분인데 오늘은
기상이 좋지않아 3시30분이 될거라는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1시30분행을 이용하기로 하고 자동차로 이동을 시작했다
해변로를 따라 잠시 달리니 홍조단괴 해변...
일반 모래사장과는 비교할 수 도없는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
맑음에.. 상쾌함에.. 파스텔의 색조..
바람에 아랑곳 없이 백사장으로 내려선다
산호와 조개가 부서져 이뤄진 길게 늘어선 하얀 백사장과
옥빛 바다에 말을 잃고 감탄사만...
우도와 성산사이의 넓은 해역은 광합성 작용을 하며,
물속에서 서식하는 석회조류중의 하나인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홍조단괴를 형성 하였단다.
얕은바다에서 성장하던 홍조단괴는
태풍에 의해 바닷가로 운반되는 것이라고...
함께한 지인의 제안으로 잠시 길가의 포장마차로 들어가
해물한접시에 알싸한 제주막걸리 한사발을 음미한다
낮은 돌담위로 농토였을듯한 빈 터는 까마귀들의 집단처 같다
순간적으로 혹시 공격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사람은 위해의 존재기도 하겠지...
바다 한가운데 성산일출봉이 우뚝이 자리하고...
문득 설문대할망이 흙을 실어 만들었다는
유래가 생각나더라.
말끔한 해변로를 차로 돌아 우도봉,
얕으막한 평원은 세상 근심 잊은 여유로운
마음의 안식처 같다
우도 등대공원,
한눈에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고
우리나라와 외국 여러곳의 등대모형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등대입구 차가운 해풍에도 단초롬한 우아함의 난의 모습에
눈과 마음이 즐거웠고 미소가 떠오르니...
바람에 눕는 억새를 보노라니
통영의 바람의 언덕이 생각났다
그곳 역시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의 언덕이였나?
바람의 노래소리가 들리는듯한 시간...
꽤 오랫동안 이 시간들을 생각하고
그리워하게 되겠지..
방목되어진 말들의 평화로움이 너무도 어울리는 섬,
우도..
그안에 지금 내가 있고 나의 움직임만 있을뿐..
바다는 거기에서 그렇게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흐린 하늘처럼 흐려진 바다가 일렁이고,
흔들리며 가슴이 취기로 물들어 멀리 성산일출봉이
출렁이는 듯 하다...
우도봉을 뒤로하며 잠시 달리다보니
검멀레 바다,
검멀레란 검은모래..바위도 모래도 자갈도 모두가 검다
성수기에는 검멀레주변 유람선이 있었을듯..
기이한 모습의 바위들도 온통 검은색뿐...
동안경굴이라 하는 작은 작은 돌탑이 가득한 동굴에서는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고..
뿌옇게 흐렸던 하늘빛이 서서히 맑아지지만 정해진 시간은 바짝바짝 가까와옴에 마음이 바빠진다
우도의 비양도,
바다사이에 망대가 외로이 서 있다
이곳의 망대는 1948년 제주의 4.3사건시절 우도사람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망대의 북쪽은 급경사 암반이고 나머지 다른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높은곳에 세워져 있다
망대위에 오르니 한무게 하는 내몸도 휘청거릴만큼 바람이 휘몰아쳤지만
난 버텼노라! 견뎠노라! 두팔을 높이 쳐들어 바람을 맞고..
우도봉 아름답던 바람의 노래는 비양도 망대에 이르러 4.3희생자들이 절규하듯 거친노래로 들리더라...
호기심이 발동한 나, 등대 가까이 가보고 싶어 뛰었다
등대로 가는 길 중간쯤엔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그 부근으론 매우 미끄러워 잠시 미끌~
ㅎㅎ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뻔 했다는..
멀리 차안에서도 하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하늘의 맑아짐으로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
한참이나 바다를 만끽해본다.
아.. 이 빛깔 이 색채...
정해진 여객선 출발시간이 다되어 가니 지인의 아는 지름길인 골목길로의 급한 운전이 시작됐다
아마 우리끼리의 길이였다면 정해진 코스의 해안도로를 돌다가 십여분은 더 걸렸으리..
잠깐의 주춤은 있었지만 골목길을 잘도 찾아 주행하여 선착장에 도착하니
여객선이 우리를 위하여 기다렸다는듯..
승선 하자마자 배는 잽싸게 출발하여 마치 첩보영화의 한장면을 연출 하는듯 하였었다.
우리는 다시 4.3 역사의 현장인 다랑쉬오름을 향하여 섰다.
다랑쉬오름은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오름으로 분화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굉장한 곳,
그 앞에 서니 꽤 높아보여 만만치 않을것 같았는데 정상까지 왕복은 한시간정도..
몇달동안 도보를 했던탓에 조금은 자신이 있었지만 역시 난 저질체력~!ㅋ 다랑쉬는 쉬움을 허락치 않았다
매우 가파른 경사를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바킹으로 엮어 길을 덮으니
오름을 찾는 이들이 한결 수월했을터...
힘겹게 정상을 올라 주변둘레를 한바퀴 돌려고 하였으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앞으로 더 나아갈수가 없었다
억새가 지천이였던 다랑쉬는 우리에게 무엇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다랑쉬 오름의 주변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아름답다
바로 앞으로 '다랑쉬의 아들'이란 뜻의 아끈다랑쉬의 모습이
앙징스럽게 동그라니 자리하고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20년을 사랑했다는
용눈이오름의 곡선도 아스라히 드리워져 있다
한쪽으로는 수목원인듯..식물원인듯..
아끈다랑쉬 정상에 오르면 고워같은 평지가 인상적이고
그곳의 나무들이 참 분위기가 있다는...
다랑쉬를 내려 잠시후 용눈이오름을 찾았다
마치 부드러운 여인의 곡선인듯..
이곳은 일출때나 해질무렵이 특히 더 아름답다고...
그런데 갑짜기 지인의 표정이 달라진걸 느낀다
무슨 일일까..
아무것도 묻지는 않았지만 내심 짐작으로 더듬어본다
오후출근 하고 저녁때 잠시 시간내서 같이 저녁식사 하자고
제안까지 하시더니...
집에서 급한 연락을 받아 가봐야겠다고 설명은 하는데 웬지..
늦은 점심하자 하고 서둘러 다니다가 점심도 거른채
우리를 숙소인 등대앞에 내려주고 지인분께선 가시고..
예정보다 이른시간인
4시반쯤.. 우리는 일찌거니 예약된 등대숙소에 짐을 풀었다
내일 일은 장담할수 없다고..
우리를 내일까지 도와주겠다던분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틀째의 일정이 이렇게 중간에 어긋나고
내일의 움직임에도 차질이 생긴것이다.
잠시, 이런저런 의견들과 계획으로 두런두런 얘기를 끝내고
일단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이른아침 전복죽 반사발로 채웠던 배가 점심도 놓치고 허기져서
소란을 떨어대니 일단은 달래줘야 하겠기에,
등대의 직원에게 물어서 언덕을 내려가 쭈욱직진..
15분쯤 걸었나?
제주 흑돼지 삼겹살집이 보인다~ㅋㅋ
지글지글 익어가는 흑돼지에 이스리가 빠진다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이제 하루 남은 내일의 일정까지 잘해보자며 건배~!
기분좋은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함께한 언니의, 아저씨와의 연애담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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