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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시원한 폭포와 계곡을 품은 강천산

*바다향 2016. 7. 13. 22:20

사진/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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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583.7m)은 전라북도 순창군과 담양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생김새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용천산’이라고 불렀다.


강천산에는 왕자봉 3코스와 선녀봉 3코스, 맨발 산책로가 있다.

매표소에서 강천산(왕자봉)을 돌아 하산하거나 산성산(연대봉) 또는 광덕산(선녀봉)까지 내달리는

코스는 4~5시간 이상 걸린다.


맨발 산책로는 매표소부터 병풍폭포, 강천사, 현수교,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왕복 5.5㎞ 길로

아이 손잡고 가족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구간이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데 경사가 완만한 폭 4~5m 길이 이어진다.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 숲과 계곡, 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산책로


매표소를 지나면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푸른빛으로 마음을 씻고 신선교를 거쳐 도선교에 이르면 무너져 내릴 것처럼 보이는 병풍바위에서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퇴적층이 휘어지면서 형성된 병풍바위는 그 자체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수려하고, 그 위로 쏟아지는

높이 40m에 너비 15m와 높이 30m에 너비 5m짜리 두 물줄기는 시원함을 더해준다.


15도 정도 기울어진 기암절벽에 마치 부드러운 실비단을 걸친 듯 넓은 물살을 흩날리는 병풍폭포는

원래 제주 엉또폭포처럼 비가 올 때만 생기는 자연 폭포였다.


공원 측이 지난 2002년부터 계곡의 물을 퍼 올려 사철 폭포가 마르지 않는다.


병풍폭포를 지나면 이곳에서부터 구장군폭포까지는 맨발로 걸어갈 수 있는 흙길이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걷다 교량 입구와 교량 양측 난간의 기둥을 고추 모형으로 만든

금강교를 지나면 두 나무가 한데 얽혀 자라는 연리목이 반긴다.


길은 암벽들 사이로 계곡물과 함께 나란히 이어지고, 곳곳에 크고 작은 소(沼)들이 산재한다.


하늘나라에서 선녀가 배필을 구하려고 지상에 내려왔는데, 끝내 구하지 못하고 지쳐 죽고 말았다는

어미바위와 송음교를 지나면 걸인들이 굴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냥을 받아

강천사 스님에게 시주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는 거라시 바위에 다다른다.


바위 건너편 숲 속에는 남근석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여기서 극락교를 건너면 소박한 절집 강천사다.

신라 진성여왕 때 도참사상으로 유명한 도선국사가 찾아와 인근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를 보고 세웠다는

강천사는 승려 1천여 명이 머물렀을 정도로 큰 절이었다.

임진왜란 때 강천사와 12개의 부속암자가 전소된 뒤 중건했으나 한국전쟁 때 또다시 잿더미로 변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1316년 덕현선사가 중창할 때 화강암으로 만든 오층석탑(전북 유형문화재 92호)이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강천사 맞은편 산기슭에는 삼인대(전북 유형문화재 제27호)가 있다.

1515년(조선 중종 10년) 담양부사 박상, 순창군수 김정, 무안현감 유옥이 죽음을 무릅쓰고 중종의 폐비 신씨의

복위를 청하는 상소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장소다.

당시 이들이 차고 온 직인(職印) 끈을 풀어 소나무 가지에 걸었다고 해서 삼인대(三印臺)라고 일컫는다.


강천사와 삼인대 사이에는 모과나무 한 그루가 30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걸음씩 몇 분만 내딛다 보면, 십장생교와 용소에 다다른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구장군폭포로 가는 산책로이고, 오른쪽 나무 계단 275개를 올라가면

현수교 삼거리다.

왼쪽으로 50m 가면 강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이고, 오른쪽으로 1㎞ 오르면 강천산 정상인 왕자봉이다.


구름다리는 지상 50m 높이에 폭 1m, 길이 78m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려 아찔함을 자아낸다.

아찔한 발밑은 내려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반면 다리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강천산 비경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한다.


연봉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기암괴석과 초록 물결, 천 년을 살다 승천하지 못해 피를 토하고

쓰러져간 용의 머리 핏자국이 남아 있다는 용머리 폭포, 석담과 뇌암이라는 두 선사가 공부하던 수좌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왼쪽은 신성봉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구장군폭포로 내려가는 길이다.

구름다리 아래 쉼터 광장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구름다리를 뒤로하고 걷다 보면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120m 높이에서 폭포수가 기암괴석 사이로 동시에 쏟아진다.

좌우측 두 개의 폭포는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수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구장군폭포도 원래는 장마철에만 모습을 보이는 마른 폭포였지만 물을 끌어올려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지게

됐다.

황호숙 문화관광해설사는 “이곳은 옛날 마한시대 9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해 동반 투신하러 왔다가 다시

의기투합해 전쟁에 나가 승리를 거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라고 소개한다.


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한다는 선녀탕도 슬픈 전설을 품고 있다.

효자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산삼을 캐다가 폭포 아래 용소에 떨어졌고, 목욕하던 선녀와 사랑에 빠졌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옥황상제는 두 사람에게 폭포에서 거북이로 살게 하고 천 년이 되는 날에 폭포 정상에

오르면 하늘로 올려 주리라는 약속을 했다.

천 년이 되는 날 동트기 전, 산신령인 호랑이가 자신의 허락 없이 승천한다고 거북이의 길을 막았다.

결국 호랑이와 다투다 동이 트고 말았고, 거북이는 바위로 변했다.

절벽을 유심히 살펴보면 암거북과 숫거북, 호랑이 형상을 찾을 수 있다.


구장군폭포 옆에는 폭포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정자 산수정과 삼척의 해신당 공원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성을 테마로 한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에서 길은 두 갈래다.

왼쪽이 광덕산 선녀계곡을 거쳐 선녀봉으로 향하고 오른쪽은 강천 2호수를 지나 산성산 연대봉으로 간다.

하산할 때는 강천사를 지나서 숲 속 덱 산책로를 걸으면 피톤치드가 온몸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