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정보

지리산둘레길 하동읍~서당 7km

*바다향 2016. 7. 1. 05:00

하동읍~서당 구간은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해 만든 지선으로 삼화실~대축(12구간)의 서당마을에서

하동읍 쪽으로 7km쯤 이어진 길이다. 사진은 상우마을 지나 서당마을 가기 직전의 노거수.


3개 도, 5개 시군, 21개 읍면, 120여 마을 285km를 잇는 도보 트레일 ‘지리산둘레길’이 2008년 봄 시범
구간 20여km 개통에 이어 2009년 5월, 1년만에 약 48km, 2011년 봄 140여km, 2012년엔 64km를 추가
개통해 최종 완공됐다.

지리산 자락의 옛길·숲길·강변길·마을길 등을 환형으로 연결한 둘레길은 지리산국립공원 외곽 지역을
대상으로 산지와 지가 만나는 경계부를 지나며, 차량 통행이 잦은 아스팔트와 해발고도가 너무 높은
산길 등은 제외시켰다.

-책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중에서 -



바람재 이후로 이어진 4.5km는 시멘트 포장임도와 뒷밤골마을 ~율동마을 ~ 관동마을 ~상우마을 등

마을길로만 이어진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난 2005년, 걷기 중심의 여가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지리산에 기반을 둔 비영리법인
(사)숲길이 산림청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조성한 장거리 도보 트레일이다.
지리산 권역은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데다 여러 지역과 맞닿아 있어, 각 마을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약 285km에 달하는 이 길은 흔히 1구간으로 불리는 ‘주천~운봉’부터 시작해 ‘운봉~인월’, ‘인월~금계’, ‘

금계~동강’,  ‘동강~수철’,  ‘수철~성심원’,  ‘성심원~어천·운리’,  ‘운리~덕산’,  ‘덕산~위태’,  ‘위태~하동호’,

‘하동호~삼화실’,  ‘삼화실~대축’,  ‘대축~원부춘’,  ‘원부춘~가탄’,  ‘가탄~송정’,  ‘송정~오미’,  ‘오미~난동’,

‘오미~방광’,  ‘방광~산동’,  ‘산동~주천’까지 지리산 자락을 한 바퀴 이어 걷는 여행 코스다.


위에 열거한 20개 구간 중 오미마을에서 난동과 방광으로 길이 나뉘었다 만나는 것을 제하곤 어디서 출발하든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형이기도 하다.

여기에 두 개의 코스가 더 있다.

‘하동읍~서당’과 ‘목아재~당재’.

이 구간은 원형의 둘레길에서 곁가지로 뻗어 나간 지선이다.



구간 시작점인 하동읍에서 약 2.5km 떨어진 바람재 쉼터. 바람재는 중앙중학교에서 분지봉을 거쳐

구재봉으로 가는 사거리 길목이다.


본지에서도 이미 2012년 가을부터 2014년 봄까지 매달 한 구간씩 지리산둘레길 한 바퀴를 모두 소개한
바 있다.
다만 원형에서 빠진 2개 코스는 연재에서 제외했는데 이참에 그 코스들, 그중에서도 하동읍~서당 코스를
먼저 걸어보기로 한다.
이 코스는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해 만든 노선으로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 겸 (사)숲길 사무실을 지나
제12구간 삼화실~대축의 한 기점인 서당마을까지 닿는다.

사실 지리산둘레길엔 공식적인 구간 번호가 없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등의 영향으로 암묵적 1구간이 된 주천~운봉을 기준으로 삼화실~대축은

열두 번째 구간이니, 여기서 가지를 친 하동읍~서당은 편의상 ‘12-1’쯤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부르는 이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12구간까진 그럭저럭 통일성을 보이다 하동읍~서당부터는

구간 번호에 일관성이 없다.


읍내를 벗어나 숲길로 들어서다


차 문을 열고 나오자 후끈한 지열이 올라온다. 하루 전만 해도 비가 올것이라 예보된 날씨였다.

낮은 구름 사이로 뜨거운 자외선이 쏟아졌다. 하늘은 흐렸지만 초여름 햇살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터미널을 등지고 보도블록을 따라 5분쯤 길을 잇는다.

전국 체인의 식당과 카페, 베이커리 등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며 늘어서 있다.

편의점 직전에서 우측 오르막으로 올라선다.

곧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다. 잠시 들렀다 길 위로 돌아온다.

담장 위의 철근과 철조망 때문에 시멘트는 붉게 물이 들었다.

녹슨 철근 사이로 하동읍내가 조용히 내려다보인다.


마을길 끝에 사진 찍기 좋은 솔숲이 있다.

이곳에 서면 읍내의 너른 들, 봄에는 보리가 가을엔 잘 익은 벼가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볼 수 있다.

‘너른들’이라 하여 ‘너뱅이들’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내게 좋은 장소는 남에게도 좋은 법.

한 사내가 자리를 펴고 흡연 중이다.

마른 입에서 뿜어대는 연기가 뾰족한 솔잎 사이를 맴돌다 너뱅이들 쪽으로 사라진다.


무학산 수락산 사패산, 연이어 터지는 등산로 사고 소식에 멈칫 걸음을 멈춘다.

죄 없는 남자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 세상이다.

미안함과 불안함이 뒤엉킨 걸음으로 길을 벗어난다.

솔숲 전망대 사진은 다음에 찍어야겠다.


바람재 이후로는 흙길을 만나기 힘들지만 포장된 길마저도 정겨운 임도다.

서당마을에 닿기까지 오르막도 없어, 여유있는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인간의 손이 덜한 길마다 주렁주렁 과일이 열렸다.
매실, 살구, 모과, 감, 밤, 산딸기, 오디….
길 위에 주황색 열매가 한 가득하다. 몇 개를 주워 입안에 넣어본다. 시지 않고 맛있다.
비교적 깨끗한 걸 골라 한입 베어 물었는데 그 안에 꼬물대는 벌레가 들어있다.
'으악!' 먹던 살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풀썩 떨어진다.
'그래서 이렇게 반으로 먼저 가른 다음 먹어야 하는 거야.' 무르게 익어 쉽게 나뉜다.
안을 확인한 후에야 입안에 넣는다.
아쉽지만 나머지 낙과들은 등산화에 밟혀 뭉개진다.
주황색 열매는 카펫을 깐 것처럼 좁은 등산로위로 길게 펼쳐져 있다.

초여름 숲은 어수선하다. 인적 드문 둘레길은 더욱 그렇다.

심심했던 날파리들은 신이 났다.

색안경을 써도 소용이 없다. 방향을 바꿔 뒤로 홱돈다.

녀석들도 어김없이 방향을 바꿔 다시 눈앞에서 얼쩡댄다. 손을 휘저으며 길을 걷는다.

'이 귀찮은 날파리들!'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간신히 삼켜 넘긴다.

길은 가벼운 오르막을 타고 오솔길로 이어졌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산길.


밤꽃은 추억을 타고


계절이 그렇기도 하지만 근래 들어 가장 많은 땀이 쏟아진다.

이정표도 더위에 지쳤는지 시멘트 둔덕 위에 누웠다. 양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도 부러졌다.

날개를 잃고 쓰러진 동물처럼 빛바랜 배를 드러낸 채 그늘 속으로 숨어들었다.

서동과 중앙중학교 갈림길이다.

전에는 중학교 옆으로 돌았던 것 같은데 그사이 길이 바뀐 모양이다.

녹차가 무성하게 자랐다.

4년 전 처음 왔을 땐 ‘키 작은’이라고 표현했던 나무다.

이곳까지 와 찻잎을 따는 이 없이, 오로지 둘레꾼을 위한 관상용 나무로 변모했다.

찻잎을 따기 쉽게 부러 키를 낮추거나 윗가지를 자를 필요도 없다. 산

속에서 마음껏 자란 녹차다.



매실, 감, 모과, 살구, 밤, 산딸기, 오디 등 유난히 과실이 많은 구간이었다.


밤나무 꽃도 피었다. 비릿한 향이 따라붙는다.
그 묘한 냄새 때문에 예부터 과부나 며느리가 괜스레 눈총을 받곤 했던 꽃이다.

'장구목 주변은 온통 밤꽃 천지다. 야릇한 밤꽃 향기와 비릿한 물 냄새가 뒤섞여 정신이 혼미하다.

그냥 갈 수 없다. 장구목가든에 들르지만 주인은 보이질 않는다.

텅 빈 집에서 맥주 2병과 음료수 1병을 꺼내 마시고 돈과 메모 하나를 남겨둔다.'라고 적었었던….


밤꽃은 잊었던 기억을 소환한다.

때로는 낯선 이름 앞에서, 우연히 지나친 거리에서, 슬프게 앉은 여인의 시선 앞에서,

무심코 흐르는 향기와 노래 앞에서도. 잊고 살았던 기억의 편린은 불현듯 조립된다.

그렇게 생생한 추억으로 소생한다.


호랑이 살던 서당마을까지만


하동읍에서 2km쯤 걷고 나면 ‘흥한아파트’와 ‘분지봉’ 갈림길이 나온다.


삼거리에 선 이정목은 애매한 포즈로 둘레꾼을 교란한다.

초록의 화살표는 분지봉 방향으로, 빨간색 화살표는 흥한아파트 방향으로.

지금껏 초록색을 따라왔으니 그렇게 하면 되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확인해 보기로 한다.


직진인 흥한아파트 방향으로 가보지만 지리산둘레길을 알리는 리본은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로 돌아와 분지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소나무 가지에 묶인 둘레길 리본이 보인다.

'아, 이쪽이 맞네요. 여기로 내려오세요!'



율동마을과 상우마을 사이의 관동마을. 벽면에 가지런하게 정돈된 마늘이며 담장을 타고 자란 장미까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깔끔한 마을이다.


짧은 내리막은 바람재 임도와 연결된다.
바람재에 닿았다면 이제 숲길이나 산길은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약 5km는 구간 종점인 서당에 닿기까지 임도와 마을길뿐이다.

이곳 바람재는 중앙중학교에서 분지봉을 거쳐 구재봉으로 가는 사거리 길목이다.
7.8km로 4시간 30분쯤 걸린다.
진행 방향 왼쪽은 하동밤골, 오른쪽은 둘레길 방향인 적량밤골이다.
길을 내려설 때마다 이름처럼 바람이 분다.

구간의 절반쯤인 율동마을과 관동마을, 상우마을을 지나면 곧 서당마을에 닿는다.

 ‘함덧거리’와 ‘뒷골 큰대밭’에 각각 서당이 있어 그러한 이름이 되었단다.


넓은 포장 길. 삼화실~대축구간의 일부다.

지선이 본선과 합류했다.

다음 구간으로 가려면 우계저수지가 보이는 왼쪽 큰길로,

이전 구간으로 가려면 도로를 건너 좁은길로 올라야 한다.


하동읍으로 데려다줄 택시가 올 동안 서당마을 벽화 앞에서 바람을 쐰다.



아무렇게나 자란 초여름의 숲. 산길 같기도 하고, 오솔길 같기도 하고, 초원 같기도 한 길을 만날 수 있는

지리산둘레길 하동읍~서당 코스.


*둘레길 정보


지리산둘레길 (하동읍~서당)

하동읍~바람재(2.5km)~관동(2.3km)~상우(1.4km)~서당(0.8km)

거리약 7km

시간휴식 포함 약 3시간


출발지점은 하동시외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 건물을 등지고 우측 보도블록 큰길을 따른다.

5분쯤 걸으면 세븐일레븐 편의점 직전 우측으로 아스팔트 오르막이 나온다.

이 길로 올라서면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에 닿는다.

필요한 자료나 의문사항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이 좋다.


하동센터를 지나 좁은 길을 올라서면 다시 너른 아스팔트가 나오다 곧 산길로 바뀐다.

중앙중학교 갈림길을 지나면 키 큰 녹차 숲길이다.

이 길은 분지봉~구재봉 등산로이기도 하다.


초입에서 바람재까진 2.5km. 이후 4.5km는 구간이 끝날 때까지 산길은 전혀 없이 뒷밤골마을~율동마을~

관동마을~상우마을 등 마을길로만 이어진다.

전면에 우계저수지가 보이고, 키큰 노거수가 보이면 종점인 서당마을에 다 왔다는 뜻이다.

서당마을에서 제13구간 ‘대축~원부춘’ 방향으로 가려면 회관을 등지고 왼쪽 아스팔트를 따라야 하고,

제11구간 ‘하동호~삼화실’ 쪽으로 가려면 맞은편 마을 안쪽 길로 올라서야 한다.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


오가는 길 (지역번호 055)

구례(4,100원) 등에도 하동을 오가는 버스가 있다.

하동에는 경전선 기차가 지나므로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하동에서 서당마을로 가는 버스는 아침 7시, 낮 2시, 저녁 6시 20분 세 차례뿐이다.

이 버스가 서당을 거쳐 적량 신촌마을까지 왔다가 다시 하동으로 돌아 나온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 883-2663, 하동역 882-7788(1544-7788), 하동 택시 884-1717(882-1111)


하동터미널에 유료 주차장이 있다.

1시간 1,000원, 하루 7,000원이다.

터미널 뒤쪽 마을 주차장엔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구간 종점 서당마을엔 별다른 주차시설은 없지만 길가 주차는 가능하다.

차량 회수를 위한 두 지점간 택시 요금은 10,000원 안쪽이다.


기타 정보 (지역번호 055)


•하동읍에서 출발하므로 간식을 사는 건 어렵지 않다. 편의점과 제과점과 카페 등이 있다.

하지만 둘레길 상엔 매점이 전무하므로 간식과 도시락, 마실 물 등은 미리 챙겨가는 게 좋다.

•화장실은 터미널, 둘레길 안내센터, 관동마을 등에 있다.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 (전화 884-0854)


숙식정보 (지역번호 055)

하동읍 터미널 건물에 찜질방(883-2665)이 있다. 1박 9,000원으로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다.

서당 마을회관 숙박은 이장님께 문의(010-4542-4270)한다.

좀더 다양한 숙박시설을 원한다면 차로 20분 거리의 화개나 악양에서 묵는 것이 좋다.

터미널 옆 명성콩국수(884-3312)는 40년 전통의 식당이다. 콩국수, 호박죽, 깨죽이 각각 6,000원씩.

하동의 대표적 먹거리인 재첩국은 금양가든(884-1580), 동흥식당(884-2257), 여여식당(884-0080) 등이

유명하다.



하동 제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