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 1국→안정 2국→전투 3국→승리 4국→도전 5국
5국은 더 어려운 흑을 잡고 알파고와 승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
이세돌 9단은 지난 8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대국에 나서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질 수도 있다"면서도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결국 알파고에 1승 4패로 졌다.
그러나 정말로 승패와 관계없이 인간이 바둑을 두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줬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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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파고에 뜻밖의 3연패를 당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값진 1승을 거뒀다.
첨단 기술 앞에서 인간이 무력하게 물러나지 않음을 상징하는 1승이었다.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15일 그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의 최종 5국에서 알파고에 280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거대 IT기업 구글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알파고는 한 번 약점을 보였다고 쉽게 무너지는 상대는 아니었다.
1천202개 중앙처리장치(CPU) 분산시스템을 등에 업은 알파고의 수 읽기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구글의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 1월 말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유럽의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꺾은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전 상대에 강한 흥미를 느껴 곧바로 수락했다.
5대 0으로 자신이 승리한다는 강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알파고는 생각보다 매우 강력했다.
치밀한 수 읽기와 강한 전투력, 무엇보다 이세돌 9단의 공격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기계다운 냉철함이 무기였다.
결국 1국에서 승부수(102수)에 허를 찔려 무너진 이세돌 9단은 당황한 듯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2국에서 이세돌 9단은 새로운 작전을 펼쳤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연상케 하는 안정적인 바둑을 펼쳤다. 알파고가 도발해도 응징을 참으면서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알파고가 승리했다.
충격의 2연패 후 이세돌 9단은 동료 기사들과 밤을 새우며 알파고 공략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나의 바둑을 두자"고 결론 내렸다.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저돌적인 '이세돌 표' 바둑을 선보였다. 거침없는 흔들기로 알파고를 '장고'에 빠트리기도 했다.
패싸움을 거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유연하게 이세돌 9단의 공격을 피하면서 철벽을 쳤다.
이세돌 9단이 3연패를 당하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처음부터 밑지는 승부였다는 비관론이 퍼졌다. 어느새 대국 양상은 '알파고의 도전'이 아닌 '이세돌의 도전'으로 바뀌었다.
이세돌 9단이 한 판이라도 이기면 '인간 승리'라는 말이 나왔다.
이세돌 9단은 조용히 알파고의 약점 연구에 골몰했다. 알파고가 중앙과 복잡한 상황을 싫어한다는 감을 잡았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은 급하지 않게 복잡한 판을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공격 시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알파고의 중앙 허점을 노린 '신의 한 수'(78수)를 끼워넣었다.
학습하지 않은 상황을 맞아 알파고는 드디어 흔들렸고, 이해 불가 악수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경이로운 첫 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4국에서 백돌로 알파고를 잡았으니, 이번에는 흑돌로 5국에서 알파고를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5번기는 중국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백이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5국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집바둑 대결을 하며 컴퓨터와 계산력으로 맞대결하는 새로운 도전도 했다.
불굴의 투지로 이미 인간의 자긍심을 높여준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바둑계에 던진 충격도 두려움이 아닌 흥미로움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abbie@yna.co.kr
[이세돌 vs 알파고 AI 딥임팩트] 이세돌 "아쉽지만 원 없이 즐겨".. 시민들 "열정·희망을 봤다"
서울경제 양준호·김지영기자 입력 2016.03.15. 18:35 수정 2016.03.15. 21:50
"어느 순간부터 제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어요.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은 정말 원 없이 마음껏 즐겼습니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천재 바둑 기사를 일깨웠다.
짧은 기간 놀라운 발전으로 인간을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처럼 이세돌 9단도 진화를 다짐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마지막 제5국을 280수 대접전 끝에 패배로 마감한 이 9단은 아쉬움 속에서도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이세돌(오른쪽) 9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시상식을
마치고 아내 김현진씨, 딸 혜림양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송은석기자
이 9단은 상금으로 1승 수당 17만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는다.
알파고에는 우승 상금 등 총 123만달러(약 14억6,000만원)가 주어지며 이 돈은 유니세프와 바둑 관련 자선단체 등에 기부된다.
상금을 떠나 이 9단은 많은 것을 얻었다.
최근 들어 국내 랭킹 1위를 박정환 9단에게 내주고 중국 신성 커제 9단에게는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던 이 9단은 그러나 알파고와의
만남을 계기로 바둑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은 "알파고의 바둑을 보며 여러 바둑 격언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면서 "알파고를 보며 기존의 수법에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조금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이 9단이 전성기를 열어젖힌 지 13년째 되는 해.
2003년 3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세대교체를 선언한 그는 그해 7월 9단으로 승단했다.
스무 살에 입신(入神) 경지에 오른 것이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로 대표되는 '이세돌 어록'은 거침없는 어린 천재의 패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3연패 뒤 밝힌 "이세돌 개인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닙니다"라는 발언은 변화한 이 9단의 모습을
대표한다.
'쎈돌' 대신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다시 얻을 정도로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이 9단은 알파고라는 새로운
연구 대상을 계단으로 다시 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 시민들은 다섯 차례의 대국 내내 최선을 다한 이세돌 9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 이번 대국을 계기로 AI에 대해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주영(28)씨는 "이번 대국으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면서
"미래에 실제로 많은 일들이 사람에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대국을 봤다는 50대 김용식씨는 "열정을 가진 인간만이 낮은 확률 속에서도 로봇에 맞서 3판을 져도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본다"며 승패 여부를 떠나 끝까지 대국을 펼친 이 9단을 응원했다.
인터넷에서도 마지막 대국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이날 5만5,600여명의 이용자들이 유튜브 생중계 영상을 시청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이세돌 9단에 대해 '멘탈 갑(정신력이 강하다는 뜻) 이세돌', '의지의 사나이',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아울러 '이제 앞으로 인공지능이 못할 일들을 선택해서 해야겠다'는 등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역사에 남을 5번기 대국을 치른 이 9단과 알파고 팀 모두에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를 위해 한글과 영어로 적은 특별 명예 단증을 제작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알파고에 명예 9단을 수여했다.
한국기원은 구글에 이 9단과 알파고의 리턴 매치를 요청한 상태다. 구글은 다음주 중 답변을 주기로 했다.
양준호·김지영기자 miguel@sed.co.kr
[인간 vs AI] "도전 받아들인 자체가 이미 절대고수..수고했다 쎈돌"
뉴스1 사건팀 입력 2016.03.15. 18:49 수정 2016.03.15. 19:13
바둑팬들 "아름다운 바둑여행 끝났다..대국 끝났지만 감동이어져"
전문가들 "알파고 새로운 바둑 패러다임 제시..모두 공부해야"
지난 9일 역사적인 첫 수로 시작된 인류 최강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은 15일 제5국에서
이 9단이 최종 패함으로써 상대전적 1 대 4로 막이 내렸다.
끝까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염원하던 바둑팬들은 제4국의 감동이 이날도 이어지길 바랐지만 끝내 실패하자 아쉬워했다.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개발팀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씨(29·여)는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지금도 알지 못하지만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바둑을 두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며 "인간의 도전이 계속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있던 회사 동료 최모씨(31·여)도 "동료들 모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면서도
"이 9단이 제4국에서 승리할 때는 단체 카톡방이 난리가 나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박모씨(51·여)는 화면 속 이세돌 9단의 모습을 응시하며 "다섯 번 중 가장 아쉬워하는 게 느껴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도전을 받아들였던 자체가 1인자다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만난 류모씨(53)도 "비록 1:4로 패했지만 이세돌 9단이 한 번 이긴 네번째 대국을 잊으면 안된다"며
"3번 패한 후 이긴 대국이라 더 감동적이고 값진 승리였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있는 한성기원에서 만난 바둑팬 신모씨(60)는 "이세돌 9단이 비록 졌지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동찬씨(67)도 "이세돌 9단이 한 판이라도 이긴 것은 그야말로 '인간승리'"라며 "인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준비를 잘해서
재대결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섯 번의 대국을 모두 지켜본 기원 운영자 강청원씨(67)는 "누구도 이세돌 9단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며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만큼은 인간을 앞섰지만 충분히 잘 싸웠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 /뉴스1
마지막 제5국 대국 초반 바둑팬들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확신했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정모씨(63)는 "이미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파악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며 여유롭게
대국을 지켜봤다.
하지만 대국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세돌 9단의 패색이 짙어지자 정씨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세돌연구소에서 대국을 지켜보던 윤남기씨(24)도 "초반에 이세돌 9단의 흐름이 좋았는데 종반에 처리가 잘못돼 진 것 같다"며
"지난번 대국에서 이겨 기대했는데 결과를 보니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경은 원생(13)도 "이세돌 9단이 이겼으면 했는데 아쉽다"며
"알파고가 종반에 숨이 막힐 정도로 잘했다"고 알파고의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원생은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둬 의아해 했지만 결과적으로 승리에 도움이 되는 수였다"며
"기계한테 졌다는 것이 아쉽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대국을 지켜보던 조경호 프로기사(5단)는 총평을 잊지 않았다.
조 프로는 "이세돌 9단이 처음에 말한 것처럼 쉽게 이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수들로 알파고가 계속 이겨 나가 충격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게 내가 배운 바둑이 맞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했다"며
"이 9단이 한 판은 이겼기에 아직 기계가 완벽하지 않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조혜연 프로기사(9단)는 바둑계를 전망했다.
조 9단은 "알파고의 기보를 따라가는 바둑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 같다"며
"알파고는 이전과 다르게 신선하게 바둑을 두면서도 매우 정확하고 정밀하게 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바둑이론의 틀을 깨는 수가 많았기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바둑을 배우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프로기사들도 새롭게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원 없이 즐겼다는 이세돌, 멘탈은 승리했다
한국일보: 등록 : 2016.03.15 19:46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서 선전을 다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5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마지막 대국을 마친 이세돌 9단은 바둑계 대표적 ‘멘탈갑’으로 꼽힌다.
초반 충격적인 3연패 속에서도 기자회견장에 나와 묵묵히 소감을 전한 그는 패배로 끝난 마지막 대국까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이세돌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다.
자신감을 동력 삼아 맞붙은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을 통해 그는 겸양과 겸손까지 갖춘 모습으로 한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기자회견에서 전한 그의 발언들을 통해 지난 5차례의 대국을 돌아봤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1차전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 9단이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국 :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 이 9단이 알파고에 충격패를 당하고 꺼낸 첫 마디는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였다.
이 9단은 지난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흑을 잡고 186수 만에 불계패 한 뒤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 잠시 웃음을 터뜨린 뒤 이같이 말했다.
이 9단은 “바둑 면에서 이야기하면,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한다”며 “이렇게 바둑을 둘 줄 몰랐다”고 돌아봤다.
대국 전까지 승리를 자신했지만 일격을 당했지만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에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며 얼굴 없는 승자를
치켜세웠다.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을 패한 뒤 대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국 :“이제는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
10일 열린 2국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은 “놀란 것은 어제 충분히 놀랐고, 이제는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내용상 완패였다”며 패배를 인정한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조금도, 한 순간도 앞섰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패착을 짚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어제(9일)는 (알파고의 수에)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며 알파고의 계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약점을 못 찾아서 두 번 다 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3국 승리에 대한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3국 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그는 “대국 중반 이전에 승부를 가려야만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좀 올라갈 것 같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3국에서 장고 끝에 돌을
내려놓고 있다. 구글 제공
3국 : “이세돌이 졌을 뿐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
12일 알파고와의 3번째 대결마저 승리를 내주며 3연패를 기록, 패배를 확정한 이세돌 9단은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면서 “내용이나 승패 등에서 기대를 많이 하셨을 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반성했다.
이 9단은 이어 “이렇게 심한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 적이 없는데 그걸 이겨내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이세돌이 졌을 뿐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며 자신의 패배가 인류의 패배로 비춰지는 걸 경계했다.
그는 또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1국은 다시 돌아가도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결코 대결을 포기하진 않았다.
이 9단은 “(알파고가)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아직은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며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 1, 2국에서도 조금씩 약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
4국 : “5국은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 깜짝 제안
3연패 뒤 열린 4국에서 감격의 첫 승을 거둔 13일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9단은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며 이날 승리의 가치를 전했다.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 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웃어 보인 이 9단은 “많은 격려 덕분에 한판이라도 이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3연패의 충격에 대해 묻자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대국을 중단시킬만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히며 “이번 한판 이겨서 스트레스도 많이 날아갔다”고 밝혔다.
인터뷰의 백미는 구글을 향한 ‘깜짝 제안’이었다.
이 9단은 “4국을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에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대국 규칙 상 백을 잡은 쪽에 7.5집을 덤으로 주기 때문에 흑을 잡게 될 이 9단이 다소 불리할 터였다.
이 9단의 승부사 기질이 또 한 번 발휘된 순간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이 9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구글 알파고 대국' 5국에 앞서 이세돌 9단이 대기실에서
딸 혜림양의 뽀뽀를 받고 있다. 구글제공
5국 : “원 없이 즐겼다…더 노력하고 발전하겠다”
30대에 접어들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단 평가를 받아왔던 이 9단은 15일 ‘세기의 대국’ 최종 5국을 마치면서 ‘노력’과 ‘발전’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대국에서 아쉽게 패하며 1승4패의 전적을 안게 된 그는 “굉장히 아쉽다”고 소감을 밝히며 “더 열심히 노력해 발전하는 이세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결국 해내지 못해서 아쉽다"고 입을 연 그는 “초반에 사실 유리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럼에도 패한 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다”며 “저의 부족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 9단은 알파고의 능력에 대해 “아직은 인간이 대결해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틀을 깬 수를 뒀던 알파고가 준 깨우침도 함께 전했다.
“알파고를 보며 기존의 수법에 의문이 들었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 조금 더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9단은 마지막 소감으로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재산을 소개했다.
“바둑을 즐기는 게 기본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둑을 즐기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번 대국은 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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