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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마침내 첫 승..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 구글, 세계 랭킹 1위 커제가 아닌 이세돌 9단을 선택한 이유는

*바다향 2016. 3. 14. 17:13

마침내 인간이 이겼다..이세돌, 경이로운 첫 승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윤보람 차병섭 기자 = 인류대표 이세돌 9단이 마침내 인공지능을 상대로 첫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알파고와 구글 매치에서 3연패 후 처음 거둔 승리다.

 

이세돌 9단은 이미 1∼3국에서 내리 패하면서 5판 3승제인 이번 매치 패배를 확정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이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부딪혀 첫 승리를 거뒀다.

 

슈퍼컴퓨터 1천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로 무장한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순수 인간의 힘으로 무너뜨린 것은 '인간 승리'다.

abbie@yna.co.kr, bryoon@yna.co.kr, bschram@yna.co.kr

 

 

구글, 세계 랭킹 1위 커제가 아닌 이세돌 9단을 선택한 이유는

조선비즈 | 강인효 기자 | 입력 2016.03.14. 12:15 | 수정 2016.03.14. 15:06    

 

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4번째 대국에서 짜릿한 첫 승리를 거두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월드컵 4강 진출 때보다 더 감격스럽다는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치러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현재 바둑 세계 랭킹 1위는 중국의 커제 9단이고, 2위는 한국의 박정환 9단이다.

3위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이고, 이 9단은 세계 4위다.

 

바둑계에서는 구글이 이 9단을 대국 상대로 지목한 것은 20대의 커제 9단 또는 박 9단보다 21년의 프로 경력을 자랑하는 이 9단의 대국 데이터가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9단의 기보가 많이 노출돼 있어 알파고가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많다는 점,

이 9단이 정석보다는 변칙 수와 창조적으로 바둑을 둔다는 점 등이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하고 보완하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왼쪽)과 알파고의 4국이 끝난 뒤 이 9단과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운데), 데이비드 실버 박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구글 제공

이세돌 9단(왼쪽)과 알파고의 4국이 끝난 뒤 이 9단과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운데),

데이비드 실버 박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구글 제공

 

실제로 구글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성능을 시험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9단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서 전설 같은 인물로 꼽힌다.

이 9단은 1995년 12세의 나이로 프로 바둑에 입단, 2000년 이후 국내 대회에서 30회, 세계 대회에서 18회의 우승을 거머줬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4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가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이유는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늘의 패배는 알파고에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 9단과 같은 창의적인 천재와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영국으로 돌아가 4국 기보를 면밀히 분석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알파고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고는 프로토타입 단계(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인 단계)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직 베타 단계(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전

단계)도 아니고 심지어 알파 단계(첫 번째 테스트)도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문제점과 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 9단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리서치 담당 과학자도 “오늘 우리가 (4국을 통해) 배운 것은 굉장히 소중한 지식”이라며 “영국으로 돌아가 알파고 시스템 개발에 반영하고 활용할 것이며, 이는 곧 미래 진보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올해 1월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고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와의 대국에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를 공개했다.

호선은 양측 실력이 같다는 가정 하에 같은 조건에서 진행되는 대국을 뜻한다.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을 벌인 것은 이 9단이 처음은 아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과 맞붙은 다섯 차례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하며 컴퓨터가 호선으로 프로 바둑기사를 꺾은 최초의 역사를 썼다.

 

한편 이 9단과 알파고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마지막 5국 대결을 벌인다.

 

 

'최고의 중압감' 이세돌, 알파고는 바로 그였다                     

스포츠한국 |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 입력 2016.03.14 15:40 | 수정 2016.03.14 17:55

 

단순한 바둑 대국이 아니었다. 남자의 자존심은 건 ‘승부’ 따위도 아니었다.

단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으니 ‘세기의 대국’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인류 역사에 남을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이세돌이 섰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중압감에도 이세돌은 승리했다.

어쩌면 알파고는 이세돌 그 자신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대국이 한창이다. 15일은 그 역사적 대국의 마지막 날이다.

이미 5판 3선승제에서 3승을 먼저 내주며 승부는 졌지만

이세돌은 4국을 통해 아직 인류가 기계에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이세돌의 대국은 엄청난 상금, 주목도를 뛰어넘는 의미를 가졌었다.

마치 `인류vs컴퓨터 인공지능(AI)'의 구도로 가면서 이세돌은 ‘인류 대표’가 됐고 자연스레 그의 어깨에는 ‘인류 역사’라는

그 누구도 감당키 힘든 짐이 올려졌다.

 

마치 인류 역사상 달을 처음으로 밟았던 닐 암스트롱처럼 전 인류가 지켜보는 존재가 된 이세돌에게는 74억 인구가 자신을 지켜보고

반드시 이겨주길 바란다는 부담감이 함께한채 대국을 진행했다.

그 어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버티기 힘든 수준의 압박이다.

 

이세돌이 무너지는가 했다. 3번의 대국을 내리 내줄 때만해도 이세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와 인간을 넘어선 기계에 대한 찬미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모두 질 것’이라는 IT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4국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이는 어쩌면 이세돌의 상대였던 알파고처럼 이세돌 역시 기계같이 차갑고 냉정한 정신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전 인류가 주는 엄청난 기대감과 압박감을 이세돌은 알파고와 같은 차갑고 냉정한 마음으로 버텨냈고 결국 승리했다.

 

4국 후 한종진 9단은 “저 정도면 무너질 법도 한데 내가 질렸다. 이세돌이 알파고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승리만 바라보는 기계처럼 이세돌도 ‘인류 역사가 달렸다는 등’, ‘세기의 대국’이라는 등 전 인류가 주는 중압감을 기계처럼 대응했기에 역사에 남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인간처럼 생각하되 알파고처럼 반응한 이세돌이 진짜 알파고였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3連敗 날이 결혼 10주년.. "잠들다 깰때마다 바둑판 보며 한숨"

조선일보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입력 2016.03.14 03:10 | 수정 2016.03.14 14:58

 

"3연패 후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 없군요. 앞으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정말 값어치 있는 1승입니다."

승리 인터뷰에 나선 이세돌(33) 9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18번이나 세계 정상에 섰을 때도 볼 수 없었던 안도의 표정이 얼굴 전체를 덮었다.

당초 장담했던 것과 거꾸로 알파고에 연패를 거듭하면서 쏟아졌던 비난은 천하의 '센돌'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 사이 한국 관계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세돌은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곤 했다.

이세돌이 겪었던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봐 온 가족들도 이날 회견에서 이세돌이 쏟아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목이 메었다.

 

 

3국을 져 알파고의 우승이 결정된 12일은 하필 이세돌·김현진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

 

아내 김씨는 "세돌씨가 우승 좌절이란 큰 아픔 속에서도 기념일을 기억하고 손을 꼭 잡아주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주말로 예정된 제주도 가족 여행 때 축하 케이크를 자르자는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방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호텔 직원의 손엔 봄 냄새를 함빡 머금은 꽃과 예쁜 라벨의 샴페인, 그리고 축하 카드가 들려 있었다.

"이세돌 9단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하며 두 분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합니다"는 글 밑에 데미스 허사비스 알파고 CEO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잠시 뒤엔 친누나 이세나(38·월간 바둑 편집장)씨가 방문을 노크했다. "위로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어요."

이세돌은 평소와 다름 없이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딸(혜림·10)과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누나를 향해 "내일은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세돌은 이번 대결 기간 초반 세 판을 두는 동안 거의 밤잠을 못 이뤘다.

완승을 다짐하다가 거꾸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마주 앉은 상대가 사람 아닌 기계라는 것, 그 기이한 괴물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히 세계 3관왕이자 자신의 천적이기도 한 중국 커제(柯潔)가 "처참하게 패한 이세돌은 인류 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충격은 극에 달했다.

 

"잠깐 잠들었다 깰 때마다 베란다에 혼자 앉아 바둑판 위로 한숨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세돌씨가

가족들한테 힘들다는 내색을 하는 적은 평소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없었어요. 한 10년 살다 보니 눈치로 다 느끼게 됐지만….

특히 혜림이에겐 어두운 얼굴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합니다." 아내 김씨의 얘기다.

 

3국서 패해 우승이 날아간 뒤 가진 회견에서 이세돌의 첫 마디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 드려 너무 죄송하다"였다.

그리고 "기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세돌을 향한 팬들의 반향은 바로 이날 패배가 확정되면서부터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인간을 대표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4국이 한창 중반을 넘어가던 13일 오후 3시 무렵 이세돌의 친형 이상훈(41)씨와 형수 박지이(37)씨가 대국장에 도착했다.

역시 프로기사인 이상훈 9단이 모니터를 살피더니 함성을 내지른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는 형세입니다. 그런데 어제 나와 약속했던 작전 그대로 두고 있어요."

전날 이세돌과의 통화에서 "알파고에 큰 모양을 내주고 그 안에서 타개하는 작전을 펼 것"을 권했는데 그 전략이 적중했다는 얘기였다.

충남 당진에서 교사로 활동 중인 형수는 "선생님들께 들려줄 얘기가 많아졌다"며 동서를 얼싸안았다.

 

이세돌은 4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딸 혜림양의 손을 잡고 숙소로 향했다.

'인류 대표'라는 무거운 짐은 이제 벗어부치고 내일의 마지막 한 판을 다짐하는 힘찬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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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이세돌, 절친 기사들에게 "나의 바둑 두겠다" 2연패 뒤 동료들과 밤늦도록 대화

"이세돌,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 입력 2016.03.11 19:04 | 수정 2016.03.11 20:12

 

 

 

인공지능 알파고에 2연패의 충격을 맛본 이세돌 9단이 밤새 절친한 프로기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다.

또 편한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알파고의 특성을 논의하며 공략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알파고와 벌인 제2국에서 백 불계패를 당하고 박정상 9단, 홍민표 9단, 이다혜 4단, 한해원 3단 등 친한 기사들과 모였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11일 새벽에 헤어졌다.

이다혜 4단은 "원래 친한 사이"라며 "기사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바둑 얘기를 많이 했고, 알파고 대처법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에게서 기분이 안 좋거나 의기소침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이다혜 4단은 전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2패째를 당하고 미디어 브리핑에서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며 알파고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 열리는 제3국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말했다.

그는 이날 친구들에게 무조건 이기겠다는 말이 아닌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바둑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다혜 4단은 "이세돌 9단은 강한 사람이며, 특히 정신력이 강하다. 누구나 알겠지만, 그는 바둑 재능뿐 아니라 뛰어난 승부사 기질과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의 친구들도 승리를 기원하기보다는 믿음을 보내면서 이세돌 9단을 응원했다.

이다혜 4단은 "너무 부담을 주기보다는 믿고 지켜볼 것이다. 져도 좋으니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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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후이 "0 대 8 상황에서 인간 첫승..정말 좋았다" 

 

"4국은 이세돌다운 경기..진정한 고수" "알파고 대국 후 나도 실력 늘어..인공지능 공포는 기우"

연합뉴스 | 입력 2016.03.14 12:02 | 수정 2016.03.14 12:34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지켜본 소감을 말하던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판후이 2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0-5로 완패했다. 2016.3.14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지켜본 소감을 말하던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판후이 2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0-5로 완패했다.

2016.3.14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지켜본 소감과 인공지능의 진화에 따른 바둑의 미래 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판후이 2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0-5로 완패했다. 2016.3.14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지켜본 소감과 인공지능의

진화에 따른 바둑의 미래 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판후이 2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0-5로 완패했다. 2016.3.14 utzza@yna.co.kr

 

"4국은 이세돌다운 경기…진정한 고수"

 

"알파고 대국 후 나도 실력 늘어…인공지능 공포는 기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윤보람 기자 =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첫 프로 바둑기사 상대이자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심판을 맡은

판후이 2단은 이세돌의 첫 승리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판후이는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국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소감과 함께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다음은 판후이와의 일문일답.

 

-- 대국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대국장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본다. 1국 때는 이세돌이 이기고 싶다는 의지에 더 압박감을 느낀다는 인상을 받았다.

2국 때에는 이세돌이 알파고의 힘을 알게 되면서 다른 것을 시도하려 했다. 더 천천히 경기에 임하면서 수를 놓을 최고의 위치를 찾아갔다. 2국 초반에 알파고는 아주 아름다운(beautiful) 게임을 했다. 특히 37수는 인간이 둘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수였다. 한 중국인 해설위원은 이 수를 보고 1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세돌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3국 때에는 이세돌이 여기서 지면 패한다는 생각에 더 싸우기를 원했다. 대국을 바라보며 이세돌의 투지를 느꼈다. 그러나 정작 공격할 기회가 없어 아주 어려웠다.

4국 때 이세돌은 편안한 상태에서 최고의 게임을 하고 싶어했다. 이세돌은 그저 싸우려고 하지 않고 적절한 일격의 순간을 기다렸고,

마침 그 순간에 '한방'(78수)을 날렸다. 그래서 승리했다. 진짜 이세돌다운 경기였다.

 

-- 이세돌이 첫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같은 프로 바둑기사로서 심경이 어땠나.

 

▲ 정말 좋았다. 컴퓨터를 상대로 인간이 벌인 대국에서 내가 0 대 5로 졌고, 이세돌이 세 판을 진 상태였으니 0 대 8이었다가 1승을

거머쥔 것 아닌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본 이세돌의 미소는 내면에서 올라오는 진짜 미소였다.

 

-- 처음 알파고와 대국했을 때 소감은. 알파고 5개월 만에 실력 늘었다고 보나.

 

▲ 처음 대결 상대로 지목됐을 땐 아주 간단한 대국이라는 생각에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국을 치르고

나서 알파고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둘 수 있는 이상한 수를 전혀 두지 않았고 인간같이 뒀다.

2국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싸우려 했지만 시간제한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구글 딥마인드 팀이 처음에 대국이 몇 시간이 좋겠냐고

물었을 때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초읽기는 30초였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나는 시간에 쫓겨 실수를 남발했다.

이런 면에서 이 9단이 2시간을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3국에서 진 뒤에는 자신감도 잃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나와 달리 강했다. 흔들림 없이 계속 싸웠다. 대단한 고수(master)다.

알파고의 실력은 5개월 전보다 분명히 늘었고 더 강력해졌다. 매일 훈련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 알파고로 인해 스스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 바둑을 시작하면 정석, 포석 등 기본적인 것을 많이 배우는데 실력이 늘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잊어야 한다. 이전에 학습한 것이 우리를 가둬두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면 여기서 탈피해야 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이런 면에서 스스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와 대국하면서 내가 배운 정석이 과연 옳은지 계속 자문했고 바둑돌 자체의 힘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시각(special vision)이 생긴 것이다.

 

-- 알파고와의 대국에서도 바둑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보았나.

 

▲ 누군가는 단지 기계의게임이어서 '차갑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고의 수는 보기엔 아름답지 않지만 힘이 느껴진다. 이것 자체가 새로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 알파고와의 대국을 계기로 바둑계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 잘 모르겠다. 미래에 아마도 알파고와 더 많은 대국을 치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인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우리도 아직 모른다. 다만 모두가 이번 대국에 대해 생각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더 많은 대국을 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나.

 

▲ 한 번도 없다. 처음 대국에서 졌을 때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 지고 나서는 오히려 나 자신의 실력이 두려웠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고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백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카메라의 등장에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아간다며 위험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농담이 됐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100년, 혹은 50년 뒤에는 인공지능이 위험하다고 말했던 것이 농담이 될 수도 있다. 기계는 감정이 없고, 바둑을 즐긴다는 개념도 없다. 이런 기계가 왜 굳이 인간을 왜 지배하겠나. 기우라고 본다.

 

-- 구글 딥마인드 팀과 수개월간 같이 일했는데 어떤 사람들인가. 알파고의 첫 대리인인 아자 황에 대한 관심도 많다.

 

▲ 딥마인드 팀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단순히 승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나 이세돌 등 모두를 잘 살핀다. 아자 황은 정말 재미있고 인품이 훌륭하다. 5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무표정으로 대국에 임하는 것을 보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 딥마인드 팀과 계속 일할 생각인가. 프로 바둑기사로서 향후 계획은.

 

▲ 딥마인드 팀과 계속 일할지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없다. 프로 바둑기사로서는 토너먼트에 꾸준히

참가하고 현재 하고 있는 온라인 바둑 스쿨 운영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 알파고와 다시 대국할 의향이 있나.

 

▲ 이세돌과 같은 고수도 이미 많이 졌다. 대국하고 싶어도 내게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bryoon@yna.co.kr

 

"나는 3연패하고 자신감 상실…이세돌은 기다리고 기다렸다"

 

중국규칙 심사위원으로 이세돌-알파고 대국 현장 지켜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윤보람 기자 =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대국'이기에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그러나 대국 현장은 철저히 통제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리인인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황 박사, 심판진, 알파고 기술자들만 대국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유럽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은 중국규칙 심사위원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5번기를 모두 가까이서 지켜본다.

2013·2014·2015년 유럽 챔피언에 오른 그는 이세돌보다 5개월 이른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최초로 겨룬 인간 프로기사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알파고에 다섯 판을 모두 졌다.

 

1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판후이는 "대국장 안에서 재밌는 것들을 많이 본다"며 알파고와 맞서는 이세돌을 보고

느낀 점과 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세돌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알파고와 네 차례 대국을 펼쳤다.

1∼3국은 알파고가 완승(불계승)했고, 4국은 이세돌이 극적으로 승리했다.

판후이는 그 과정에서 이세돌의 감정 변화를 느꼈다.

 

그는 "이세돌은 많은 압박을 느꼈다. 이세돌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며

"특히 1국에서 알파고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더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세돌은 2국에서 더 많은 걸 시도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알파고가 너무 잘했다.

특히 알파고가 우변 5선에 어깨 짚는 37수로 판을 흔든 것을 두고 "정말 아름다웠다.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수를 뒀다. 바둑의 예술을 봤다"며 "이세돌도 이 수에 놀라워했다"고 돌아봤다.

 

3국에서 이세돌에게 절실한 대국이었다.

판후이는 "이세돌은 정말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대국에서 지면 대국 전체에서 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싸우기를 원했다"며 "대국을 바라보면서 이세돌의 투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돌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공격할 기회가 없었다. 아주 어려웠다"며

"이 대국 이후 사람들은 알파고가 인간보다 세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세돌은 포기하지 않았다.

판후이는 4국에 나서는 이세돌을 보고 "편해보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4국을 떠올리며 "많은 선수는 그저 싸우려고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기다렸다. '때'를 기다렸다. 일격의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 방을 날렸다. 그러고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세돌은 알파고에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하는 듯 기다렸다가 정말 좋은 수(78수)를 놓았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일어났다"며 "그게 진짜 이세돌이다. 정말 굉장한 승리였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대국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이세돌이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소가 아니라 내면에서 올라오는 미소였다.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판후이는 5개월 전 자신이 알파고를 상대했을 때 "시간에 쫓겨 실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3국까지 지고서는 자신감을 잃었다"며

"이 측면에서 이세돌은 정말 강하다. 그는 더 강하게 싸웠다"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잠시 자신감을 잃은 경험은 발전을 채찍질하는 '동기부여'로 전환됐다면서 "단점은 때때로 장점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알파고와 대국한 것이 좋다"며 웃었다.

 

알파고는 5개월 전보다 실력이 좋아져 있었다.

판후이는 "알파고는 지금 아주 강하다. 매일 훈련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후이 역시 알파고와 대국한 이후 실력이 늘었다.

그는 "많은 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돌'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돌이 힘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둬야 할까? 돌의 진정한 힘은 뭘까? 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는데, 나는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파고의 놀라운 수를 보면서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다.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는 고수에게도 좋은 상대"라며 이세돌도 이번 대국을 통해 얻는 것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을 지켜본 사람들은 기술이 발전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알파고를 보며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자 판후이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통제할 것이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계는 감정도 없고 게임을 즐긴다는 개념도 없다. 인간을 왜 지배하겠나? 감정이 없는데"라고 인공지능의 발전을 좋게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