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윤보람 차병섭 기자 = 인류대표 이세돌 9단이 마침내 인공지능을 상대로 첫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알파고와 구글 매치에서 3연패 후 처음 거둔 승리다.
이세돌 9단은 이미 1∼3국에서 내리 패하면서 5판 3승제인 이번 매치 패배를 확정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이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부딪혀 첫 승리를 거뒀다.
슈퍼컴퓨터 1천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로 무장한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순수 인간의 힘으로 무너뜨린 것은 '인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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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세계 랭킹 1위 커제가 아닌 이세돌 9단을 선택한 이유는
조선비즈 강인효 기자 입력 2016.03.14. 12:15 수정 2016.03.14. 15:06
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4번째 대국에서 짜릿한 첫 승리를 거두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월드컵 4강 진출 때보다 더 감격스럽다는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치러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현재 바둑 세계 랭킹 1위는 중국의 커제 9단이고, 2위는 한국의 박정환 9단이다.
3위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이고, 이 9단은 세계 4위다.
바둑계에서는 구글이 이 9단을 대국 상대로 지목한 것은 20대의 커제 9단 또는 박 9단보다 21년의 프로 경력을 자랑하는 이 9단의 대국 데이터가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9단의 기보가 많이 노출돼 있어 알파고가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많다는 점,
이 9단이 정석보다는 변칙 수와 창조적으로 바둑을 둔다는 점 등이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하고 보완하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왼쪽)과 알파고의 4국이 끝난 뒤 이 9단과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운데),
데이비드 실버 박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구글 제공
실제로 구글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성능을 시험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9단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서 전설 같은 인물로 꼽힌다. 이 9단은 1995년 12세의 나이로 프로 바둑에 입단, 2000년 이후 국내 대회에서 30회, 세계 대회에서 18회의 우승을 거머줬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4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가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이유는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늘의 패배는 알파고에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 9단과 같은 창의적인 천재와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영국으로 돌아가 4국 기보를 면밀히 분석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알파고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고는 프로토타입 단계(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인 단계)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직 베타 단계(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전 단계)도 아니고 심지어 알파 단계(첫 번째 테스트)도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문제점과 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 9단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리서치 담당 과학자도 “오늘 우리가 (4국을 통해) 배운 것은 굉장히 소중한 지식”이라며 “영국으로 돌아가 알파고 시스템 개발에 반영하고 활용할 것이며, 이는 곧 미래 진보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올해 1월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고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와의 대국에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를 공개했다. 호선은 양측 실력이 같다는 가정 하에 같은 조건에서 진행되는 대국을 뜻한다.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을 벌인 것은 이 9단이 처음은 아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과 맞붙은 다섯 차례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하며 컴퓨터가 호선으로 프로 바둑기사를 꺾은 최초의 역사를 썼다. 한편 이 9단과 알파고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마지막 5국 대결을 벌인다.
'최고의 중압감' 이세돌, 알파고는 바로 그였다
스포츠한국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6.03.14 15:40 수정 2016.03.14 17:55
단순한 바둑 대국이 아니었다. 남자의 자존심은 건 ‘승부’ 따위도 아니었다.
단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으니 ‘세기의 대국’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인류 역사에 남을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이세돌이 섰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중압감에도 이세돌은 승리했다.
어쩌면 알파고는 이세돌 그 자신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대국이 한창이다. 15일은 그 역사적 대국의 마지막 날이다.
이미 5판 3선승제에서 3승을 먼저 내주며 승부는 졌지만
이세돌은 4국을 통해 아직 인류가 기계에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번 이세돌의 대국은 엄청난 상금, 주목도를 뛰어넘는 의미를 가졌었다.
마치 `인류vs컴퓨터 인공지능(AI)'의 구도로 가면서 이세돌은 ‘인류 대표’가 됐고 자연스레 그의 어깨에는 ‘인류 역사’라는
그 누구도 감당키 힘든 짐이 올려졌다.
마치 인류 역사상 달을 처음으로 밟았던 닐 암스트롱처럼 전 인류가 지켜보는 존재가 된 이세돌에게는 74억 인구가 자신을 지켜보고
반드시 이겨주길 바란다는 부담감이 함께한채 대국을 진행했다.
그 어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버티기 힘든 수준의 압박이다.
이세돌이 무너지는가 했다. 3번의 대국을 내리 내줄 때만해도 이세돌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와 인간을 넘어선 기계에 대한 찬미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모두 질 것’이라는 IT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4국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이는 어쩌면 이세돌의 상대였던 알파고처럼 이세돌 역시 기계같이 차갑고 냉정한 정신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전 인류가 주는 엄청난 기대감과 압박감을 이세돌은 알파고와 같은 차갑고 냉정한 마음으로 버텨냈고 결국 승리했다.
4국 후 한종진 9단은 “저 정도면 무너질 법도 한데 내가 질렸다. 이세돌이 알파고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승리만 바라보는 기계처럼 이세돌도 ‘인류 역사가 달렸다는 등’, ‘세기의 대국’이라는 등 전 인류가 주는 중압감을 기계처럼 대응했기에 역사에 남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인간처럼 생각하되 알파고처럼 반응한 이세돌이 진짜 알파고였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3連敗 날이 결혼 10주년.. "잠들다 깰때마다 바둑판 보며 한숨"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입력 2016.03.14 03:10 수정 2016.03.14 14:58
"3연패 후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 없군요. 앞으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정말 값어치 있는 1승입니다."
승리 인터뷰에 나선 이세돌(33) 9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18번이나 세계 정상에 섰을 때도 볼 수 없었던 안도의 표정이 얼굴 전체를 덮었다.
당초 장담했던 것과 거꾸로 알파고에 연패를 거듭하면서 쏟아졌던 비난은 천하의 '센돌'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 사이 한국 관계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세돌은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곤 했다.
이세돌이 겪었던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봐 온 가족들도 이날 회견에서 이세돌이 쏟아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목이 메었다.
3국을 져 알파고의 우승이 결정된 12일은 하필 이세돌·김현진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
아내 김씨는 "세돌씨가 우승 좌절이란 큰 아픔 속에서도 기념일을 기억하고 손을 꼭 잡아주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주말로 예정된 제주도 가족 여행 때 축하 케이크를 자르자는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방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호텔 직원의 손엔 봄 냄새를 함빡 머금은 꽃과 예쁜 라벨의 샴페인, 그리고 축하 카드가 들려 있었다.
"이세돌 9단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하며 두 분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합니다"는 글 밑에 데미스 허사비스 알파고 CEO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잠시 뒤엔 친누나 이세나(38·월간 바둑 편집장)씨가 방문을 노크했다. "위로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어요."
이세돌은 평소와 다름 없이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딸(혜림·10)과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누나를 향해 "내일은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세돌은 이번 대결 기간 초반 세 판을 두는 동안 거의 밤잠을 못 이뤘다.
완승을 다짐하다가 거꾸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마주 앉은 상대가 사람 아닌 기계라는 것, 그 기이한 괴물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히 세계 3관왕이자 자신의 천적이기도 한 중국 커제(柯潔)가 "처참하게 패한 이세돌은 인류 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충격은 극에 달했다.
"잠깐 잠들었다 깰 때마다 베란다에 혼자 앉아 바둑판 위로 한숨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세돌씨가
가족들한테 힘들다는 내색을 하는 적은 평소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없었어요. 한 10년 살다 보니 눈치로 다 느끼게 됐지만….
특히 혜림이에겐 어두운 얼굴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합니다." 아내 김씨의 얘기다.
3국서 패해 우승이 날아간 뒤 가진 회견에서 이세돌의 첫 마디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 드려 너무 죄송하다"였다.
그리고 "기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세돌을 향한 팬들의 반향은 바로 이날 패배가 확정되면서부터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인간을 대표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4국이 한창 중반을 넘어가던 13일 오후 3시 무렵 이세돌의 친형 이상훈(41)씨와 형수 박지이(37)씨가 대국장에 도착했다.
역시 프로기사인 이상훈 9단이 모니터를 살피더니 함성을 내지른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는 형세입니다. 그런데 어제 나와 약속했던 작전 그대로 두고 있어요."
전날 이세돌과의 통화에서 "알파고에 큰 모양을 내주고 그 안에서 타개하는 작전을 펼 것"을 권했는데 그 전략이 적중했다는 얘기였다.
충남 당진에서 교사로 활동 중인 형수는 "선생님들께 들려줄 얘기가 많아졌다"며 동서를 얼싸안았다.
이세돌은 4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딸 혜림양의 손을 잡고 숙소로 향했다.
'인류 대표'라는 무거운 짐은 이제 벗어부치고 내일의 마지막 한 판을 다짐하는 힘찬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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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이세돌, 절친 기사들에게 "나의 바둑 두겠다" 2연패 뒤 동료들과 밤늦도록 대화
"이세돌,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입력 2016.03.11 19:04 수정 2016.03.11 20:12
인공지능 알파고에 2연패의 충격을 맛본 이세돌 9단이 밤새 절친한 프로기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다.
또 편한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알파고의 특성을 논의하며 공략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알파고와 벌인 제2국에서 백 불계패를 당하고 박정상 9단, 홍민표 9단, 이다혜 4단, 한해원 3단 등 친한 기사들과 모였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11일 새벽에 헤어졌다.
이다혜 4단은 "원래 친한 사이"라며 "기사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바둑 얘기를 많이 했고, 알파고 대처법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에게서 기분이 안 좋거나 의기소침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이다혜 4단은 전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2패째를 당하고 미디어 브리핑에서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며 알파고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 열리는 제3국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말했다.
그는 이날 친구들에게 무조건 이기겠다는 말이 아닌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바둑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다혜 4단은 "이세돌 9단은 강한 사람이며, 특히 정신력이 강하다. 누구나 알겠지만, 그는 바둑 재능뿐 아니라 뛰어난 승부사 기질과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의 친구들도 승리를 기원하기보다는 믿음을 보내면서 이세돌 9단을 응원했다.
이다혜 4단은 "너무 부담을 주기보다는 믿고 지켜볼 것이다. 져도 좋으니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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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후이 "0 대 8 상황에서 인간 첫승..정말 좋았다"
"4국은 이세돌다운 경기..진정한 고수" "알파고 대국 후 나도 실력 늘어..인공지능 공포는 기우"
연합뉴스 입력 2016.03.14 12:02 수정 2016.03.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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