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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엔샨(綿山)... 해발 2천미터 아찔한 절벽에 호텔이...

*바다향 2015. 11. 12. 00:20

중국 싼시성 타이위엔의 미엔샨 풍경. 절벽을 따라 도로가 놓이고 사원이 들어서 있다.

ⓒ 이돈삼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중국 미엔샨(綿山)이라는 곳이.

전화 통화를 가끔 하는 현지의 중국인도 모르는 곳이라고 했다. 싼시(山西)는 알아도 미엔샨은...

큰 나라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호기심이 꿈틀댔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자료가 많지 않다.

몇몇 블로거가 사진을 올려놓고, 여행사에서 관광객 모집을 위해 답사 후기를 올려놓은 게 전부다.

아직은 덜 알려져 있다는 반증이다.

사진을 훑어보니 절벽이 아찔하다. 그 절벽에 사원이 즐비하다. 풍광도 빼어나다.

지금까지 보던 경물과는 사뭇 다르다. 봄에 가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미엔샨에 가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해서 모두 25명이 길동무 되어 '미지의 세계'인 미엔샨으로 향했다. 지난 5월 20일이다.

미엔샨은 중국 싼시 타이위엔(太原)에 자리하고 있다. 남도에서 미엔샨으로 바로 가는 항로는 없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베이징까지 2시간, 그리고 베이징서역에서 타이위엔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4시간 동안 몸을 맡겼다.

타이위엔에 도착에선 또 버스로 2시간을 이동했다.

 

'하늘도시', '공중도시', '절벽도시'... 정말이네

 

베이징서역과 타이위엔을 오가는 고속열차의 표. 타이위엔에서 베이징으로 되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찍은 것이다.    ⓒ 이돈삼

 

비행기와 고속열차, 버스를 차례로 타고 가서 만난 미엔샨 풍경. 절벽과 협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거기에 각종 사원과 호텔이 들어서 있다. '절벽도시', '하늘도시', '공중도시'라 부르는 이유다.

ⓒ 이돈삼

 

버스 안에서 현지 안내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타이롱더화(남·34)라는 사람인데, 설명에 막힘이 없다.

그에 따르면 타이위엔은 싼시의 성도(省都)다.

황하문명의 발상지이고, 춘추시대 진나라가 이곳에 도읍을 정한 이후 3000년 동안 군사요충지였다. 하여, 황폐와 재건을 되풀이해 온

역사 깊은 도시라고.

 

타이위엔에 있는 미엔샨은 해발 2000m에 들어서 있어 '하늘도시', '공중도시', '절벽도시'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절벽과 협곡을 따라 사원과 호텔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진나라의 개자추가 은거했다가 불에 타 죽은 곳으로, 24절기의 하나인 한식(寒食)의 유래가 됐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어찌나 설명이 유려하던지 "역사학을 전공했냐"고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다. 국제무역이란다.

대학에서 국제무역에 대해 강의도 하고 있단다.

그의 흥미진진한 해설은 미엔샨과 핑야오(平遙)를 다 돌아보고 다시 타이위엔역에서 헤어질 때까지 거침이 없었다.

길동무들 모두 그를 따라다니며 해설에 귀 기울이며 좋아했다.

 

미엔샨의 건축물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건축물이 절벽에 걸려 있고 그곳으로 오가는 다리도

절벽에 붙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풍경 그대로다.  ⓒ 이돈삼

 

미엔샨에서 하룻밤 여장을 푼 호텔 윈펑수이엔. 다른 건축물처럼 호텔 또한

절벽에 걸려 있어 색다른 하룻밤을 선사한다.   ⓒ 이돈삼

 

미엔샨 여행은 버스가 매표소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왼쪽은 암벽이고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도로도 구불구불할 뿐 아니라 좁았다.

맞은편에서 버스라도 오면 멈춰 서서 비켜가기 급급했다. 그럴수록 버스 바퀴는 절벽 끝자락을 붙잡았다.

온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낭떠러지를 볼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설 정도였다.

예전에 어린 학생들이 미엔샨으로 올라가는 길에 울먹이더라는 안내원의 말이 실감났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오른 미엔샨은 산중협곡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니 비경이다. 산세도 험준했다.

절벽은 누군가 부러 칼로 자른 듯 아찔했다. 그 절벽에 각양각색의 사원이 매달려 있었다.

하늘의 나라인지 도사들의 세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정녕 인간이 건설했다고 믿기지 않는 풍경들이었다. 별천지였다. 평지의 들판과 민가도 아스라했다.

 

가장 먼저 찾은 다뤄궁(大羅宮)은 도교사원.

절벽에 세워진, 아니 붙어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누각이었다.

길동무들 모두 입을 쩌-억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탄사의 시작에 불과했다.

여장을 풀고 하룻밤 묵은 윈펑수위엔(雲峰墅苑)은 절벽에 들어선 호텔이다.

어떻게 이런 절벽에 호텔을 지었는지 연신 감탄사만 나온다.

호텔에서 창밖 풍경을 연상하면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창밖은 협곡에 운무 자욱하고, 침대가 그 절벽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이곳에 호텔을 세울 생각을 했다는 발상만으로도 놀랄 일이었다.

 

어떻게 이곳에 호텔을 세울 생각했을까

 

윈펑쓰의 건축물들. 절벽에 매달려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기이하다. 난간에 서서 내려다 보면

아찔할 정도다.   ⓒ 이돈삼

 

쩡궈쓰로 가는 길. 절벽에 박힌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마치 천상의 세계로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 이돈삼

 

절벽 호텔에 매달려 하룻밤 몸을 뉘고 이튿날 찾아간 곳은 윈펑쓰(雲峰寺).

당태종 이세민과 지초스님의 일화가 전해지는 절집인데, 호텔 현관에서 옆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갔다.

간간이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찾아간 윈펑쓰는 절벽에 들어앉은 불교사원인데, 사원만 절벽에 있는 게 아니었다.

사원으로 가는 길 또한 사원과 붙어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자칫 걸음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시쳇말로 뼈도 추려내기 힘든 곳이었다.

 

절벽 곳곳에 뭇사람들의 소원을 달고 매달려 있는 방울과 자물쇠도 이색적이다.

바위 틈새에 세워놓은 이쑤시개와 나무젓가락도 오밀조밀 빼곡하다. 얼마나 소원이 절절했으면 목숨을 내걸고 달았을까 싶었다.

절집 앞에서 연기를 피우며 소망을 기원하는 대형 향초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미엔샨의 유적지 가운데 가장 경탄을 금치 못한 풍경이었다.

 

윈펑쓰에서 이어지는 쩡궈쓰(正果寺) 가는 길에 만난 계단은 길동무들로 하여금 한 차원 다른 감탄사를 토해내게 만들었다.

"이런 무식한 ○○..." 충분히 그럴 만했다. 절벽에 건축물을 매단 것도 부족해서 이번엔 그곳에 계단을 붙여 놓았다.

갈지(之)자 형태로 엇갈려 붙여놓은 계단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기에도 아찔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무식한..."

 

그러면서도 길동무들은 그 계단을 따라 한발 한발 하늘로 내디뎠다.

낭떠러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천상의 계단을 따라 걷는 것 같았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미엔샨의 절경은 적당히 내려주는 비 때문인지 더욱 짙은 녹음을 뽐냈다.

처음에 후들거리던 발걸음도 어느새 적응했는지 가뿐해졌다.

 

쩡궈쓰에서 표정까지도 생생한 등신불에서 또 한번의 감동을 얻고 내려오는 길. 이번엔 엘리베이터를 탄단다.

이 산중 절벽에서 무슨 엘리베이터인가 했더니... 절벽을 뚫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았다.

윈펑쓰를 거쳐 쩡궈쓰까지 올랐던 그 길을 놔두고 한순간에 아래까지 내려놓는다.

"정말 무식한 ○○, 이런 암벽을 뚫고 엘리베이터를 놓다니..."

한편으로는 천혜의 자원을 이용한 관광개발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무식한 ○○, 이런 암벽을 뚫고 엘리베이터를 놓다니..."

 

윈펑쓰에서 내려다 본 미엔샨의 도로. 절벽에 바짝 붙어 운행하는 버스가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이돈삼

 

하늘계단을 따라 가서 만난 쩡궈쓰 풍경. 절벽 위에 들어선 절집이 이국적이다. 가히 중국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 이돈삼

 

이어 찾아간 곳은 지에꽁츠(介公祠).

진나라 때 충신 개자추를 추모하는 사당인데, 한식의 유래가 서려있는 곳이다.

개자추는 지금도 충효를 이야기할 때 회자되는 인물.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먹이며 보필한 문공이 왕위에 올랐지만 어머니와 함께 미엔샨에 칩거했고, 이 개자추를 내려오게 하려고

문공이 산에 불을 질렀는데도 내려오지 않고 결국 불에 타 죽었다는...

그래서 개자추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죽은 날에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차가운 음식을 먹었은 것이 오늘날의 한식이라고.

 

그 때문일까. 미엔샨의 다른 건축물과 달리 나름대로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동굴 속에 세워 놓은 게 눈에 띈다.

지에꽁츠에서 내려오는 길도 특별한 체험이었다.

협곡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가는 서현계곡. 하지만 평범한 계곡이 아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는 아예 없는 협곡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국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이한 발상이 발휘됐다.

협곡 절벽에 철판 계단을 심어놓은 것이다.

가파른 폭포엔 나무계단으로 출렁다리를 놓아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해 놓았다.

비가 내린 뒤끝인지라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길이었다.

안전시설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철근을 사슬처럼 엮어놓은 게 전부였다.

중국인들의 안전불감증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서도 길동무들은 또 한번 "무식한 ○○"을 연발했다. 그러면서도 살얼음판 위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건 걷는 게 아니었다. 거의 기어서 다녀야 했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런 스릴도 나중에 생각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라 생각하면서.

 

이렇게 미엔샨 여행은 특별했다. 산행을 겸한 트레킹이었고 문화유산 답사였다.

길동무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여정이었다. 모두들 흡족해 했다.

살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기억이 있는데, 미엔샨이 그런 곳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생생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다시 찾고픈 미엔샨이다.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서현계곡의 철계단.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빗물까지 머금어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따라 여행객들이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 이돈삼

 

미엔샨에서의 인증샷. 시간이 흐를수록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풍경들이다. ⓒ 이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