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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어디에 쓰십니까? 천덕꾸러기 동전의 '숨은 가치'

*바다향 2015. 7. 12. 00:23

MBC | 신지영 전종환 | 입력 2015.07.11. 20:36 | 수정 2015.07.11. 21:18

 

 

 [뉴스데스크]

◀ 앵커 ▶

숫자 100이 쓰여 있는 이 지폐.
혹시 어느 나라 돈인지 아시겠습니까?

앞면에 세종대왕님이 계시죠?
1960년대 한국은행이 발행한 100원짜리 지폐입니다.
100원짜리 지폐가 있었으니 당시엔 10원짜리 동전도 꽤 쓸모가 있었겠죠?

60년대에 처음 나온 봉지 라면 가격이 10원이었고요.
이 10원짜리 동전 세 개면 자장면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동전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동전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습니다.
여러분은 동전을 어떤 용도로, 또 얼마나 사용하고 계십니까?
오늘 먼저 신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하루 종일 서울 시내를 누빈 버스의 현금 통들이 한 장소로 모입니다.
꼬깃한 천 원짜리들을 분류하고 나면 동전 몇 닢이 남습니다.
이날 시내버스 53대에서 나온 동전은 8만 2천 원이 전부였습니다.

[김재섭/도원교통 총무부장]
"(예전에는)매일 매일 금고에 쌓아둘 수가 없어가지고 은행에 매일 들렀는데, 지금은 이틀에 한번 꼴로 가니까요."
현금 사용이 많은 편이라는 역삼동의 한 편의점.
하지만, 손님 100명 중 동전으로 계산한 사람은 7명뿐입니다.

[엄광애]
"즉시즉시 시장에 가서 필요할 때 쓰고 모았다가 쓰고 그래야지 어떡해, 동전이 아깝잖아요."

[하영/편의점 매니저]
"500원짜리 껌 사셔도 카드결제 하시고, 봉투 20원이라고 나중에 알려드리면 20원도 카드결제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나마 지갑 속 동전이 절실할 때는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뺄 때나 세차장에서 차를 닦을 때, 빨래방에서 세탁기를 이용할 때 정도입니다.

 

간혹 본래 쓰임과 전혀 다르게 쓰일 때도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소품으로 사용되거나 즉석 복권을 긁을 때는 10원짜리가, 타이어 마모도를 점검할 때는 100원짜리 동전이 활약합니다.
최근엔 울산의 어느 식당 업주가 밀린 아르바이트비 10만 원을 10원짜리로 지급한 일도 있었습니다.
10원짜리 만개의 무게를 직접 재봤더니 12kg이 넘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임금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자 그 화풀이를 애꿎게 10원짜리로 한 겁니다.

◀ 기 자 ▶
작은 동전 안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5백 원짜리는 120개, 백 원짜리는 110개, 오십원짜리는 109개의 톱니를 가지고 있는데요.
동전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았을 때 위조방지를 위해 새겨넣은 겁니다.

5백 원짜리만 액면가보다 제조비용이 적게 들고요.
다른 동전들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동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 리포트 ▶
경북 경산의 화폐본부.
문양을 눌러 새기는 과정에서 포장까지 8단계를 거쳐 새 동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만들어진 10원짜리 동전은 2억 8천여 개,
제작비용만 90억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박종남/한국은행 발권기획팀]
"10원화 같은 경우 대형마트나 할인점의 경우 영업전략상 10원 단위로 가격정책을 많이 하는데요."
실제 대형마트들은 상품의 가격을 서로 10원씩 내리면서 가격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단돈 십 원이라도 싸면 더 싼 물건을 사겠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6,030원, 올해보다 450원 올랐습니다.

이제는 발행되지도 않는 1원 단위까지 노사 양측이 치열하게 줄다리기한 끝에 결정된 금액입니다.
집집 마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동전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동전 모금에 참여해 불우이웃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전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미경/성남교육지원청]
"흔하게 볼 수 있는 동전을 가지고 기부할 수 있다는 게 새로운 기부문화(라고 생각되고)"
그 가치가 예전만 못하지만 동전은 우리 삶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종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