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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북 순창의 한정식"남원집"

*바다향 2010. 6. 11. 00:47



강경옥씨<右>가 딸과 함께 한정식 상을 차리고 있다. 강씨는 “좋은 한정식은 깊은 손맛과 정성이 첫째”라고 말한다. [순창=프리랜서 오종찬]




음 식은 단순히 맛과 영양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과 인문, 역사와 문화가 배어 있지 않은 음식은 없다. 특히 고향의 숨결을 담은 향토의 맛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오랜 세월 고집스레 맛을 지켜온 이들의 삶과 생각이 가미되면 음식은 이야기가 된다. 이들로부터 듣는 음식과 삶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마련했다
남원집은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이 가장 많다는 순창군민들이 첫손에 꼽는 한정식 집이다.
순 창은 섬진강이 휘감아 돌고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옹기형 분지다. 외부의 찬 공기를 막는 대신 내부의 맑은 물·공기는 순환이 잘돼 안개가 많고 수분 공급이 원활하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고추장·된장 등 발효음식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조선시대 기생들은 “순창 곡차(누룩) 아니면 평양 한량들 바짓가랑이 붙잡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씨가 수양 딸(62)과 함께 차려 낸 한식 상에는 80여 가지의 반찬이 올랐다. 자태가 하도 화려해 선뜻 손을 내밀기가 아까울 정도다. 쇠고기만 해도 불고기·떡갈비·생고기·육회·천엽 다섯 가지나 된다. 장아찌는 9가지, 젓갈류는 10가지가 나온다. 가짓수가 많아 음식 접시는 아래위 두 겹으로 포개진다. 위층 고기류는 강씨가 담근 동동주와 함께 먼저 먹는다. 그리고 밥상 위에 깔린 요리는 밥과 함께 먹는다. 적어도 2시간 정도의 여유를 갖고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해야 제 맛을 안다.

“진짜 음식은 세월의 곰삭임을 담는 것이여. 오랜 손맛이 배어야 고향의 정겨운 맛이 우러나제. 근동(가까운 곳)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고. 50~60대 이상 나이가 들어야 그 깊고 융슝한 맛을 느낄 수 있제.”

이런 고집 때문에 강씨는 음식 하나를 수월하게 내놓는 법이 없다. 무 장아찌 하나만 해도 된장·고추장 독에서 3년 이상을 숙성시킨다. 철따라 바뀌는 나물에는 직접 깨를 볶아 만든 참기름·들기름을 쓴다.

그녀가 음식점을 시작한 것은 47년 전. 남원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풍성한 음식상을 보고 자란 게 밑거름이 됐다. 처녀 시절 음식 솜씨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고, 남편이 죽자 순창으로 이사 와 음식점을 차렸다.

‘순 창 옹고집쟁이’로 소문난 그녀의 음식을 맛 보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먼저 손님은 머릿수를 채워야 한다. 기본 한 상이 6명이다. 3~4명만 올 경우 “그냥 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한 상 값(1인당 2만원씩 12만원)을 받고 2~3명 빠지면 “도둑 장사 하기 싫다”며 외면한다.

많은 손님도 받지 않는다. 같은 시간대에 두세 팀이 고작이다. 2~3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오전 6시20분 버스를 타고 담양까지 가 고기를 사고, 새벽 장을 보는 등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 원집에는 수십 년 단골들이 주로 찾는다. 젊을 때부터 드나들기 시작해 아들·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기업인도 있고, 계절별로 제자들을 이끌고 오는 대학 교수도 있다. 외국 대사들에게 “진짜 우리음식을 소개하겠다”며 찾는 외교관도 있다. 이들은 “어릴 적 어머니·할머니가 해주던 음식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순창 한정식이 발달한 것은 이 고장 터가 좋아 예부터 사대부들이 많이 배출된 인문·지리적 배경도 한몫을 했다. 향토사학자인 양상화(78)씨는 “순창은 양택(집터)·음택(묘자리) 등 명당이 즐비하고, 그 기운을 입고 태어나 이름을 떨친 유학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음식 문화도 깊어졌다는 것이다.

강씨는 손맛을 이어온 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음식은 돈벌이 장사보다는 내 부모·자식에게 내놓는 정성으로 만들어야 혀. 나는 대충 만드는 것을 몰라. 옛날에 배운 대로만 하면서 평생을 한길로 왔어. 그 덕에 이만큼 명예가 지켜지고,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제.” {펌}

출처 : 여자 혼자가는 여행
글쓴이 : 하한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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