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이면 평창을 가야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저 웃지요.
소설 속 표현대로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은 역시 하얀색인 벚꽃이나 목련과는
달리 소박하면서도 깊은 멋을 지닌 우리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다.
◇꽃밭에 앉아서 내님을 보네.
그러고보면 메밀은 참 맛있다.
쓴것을 좋아하게 되면 어른이라는데 나는 쫄면보다 메밀국수를 좋아했던 걸 보면 어릴적부터
꽤 어른 행세를 냈던 모양이다.
봉평은 메밀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위적인 느낌도 없잖아 들긴하지만 유명 소설 속 배경을 걸어다는 기분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다
맑은 흥정천 위로 난 섶다리를 건너는 풍경 등 곳곳마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평창의 가을.
메밀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른 꽃과는 달리 먹는 곡물에서 피어난 것이라 밭 단위로 드넓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하얀 메밀밭 옆에 제법 금빛을 띠어가는 논이나 여전히 새파란 밭이 남아있다면 색상 대비가 더욱 좋다.
평창에는 '페키지마을'이 있다.
여러 작은 마을을 합쳐서 하나의 마을로 합쳤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자세히 보니 패키지가 아닌 페키지다.
사실 이곳만큼 정확히 책 속의 배경이 현실에도 묻어있는 곳도 드물다.
'토지'의 하동군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은 사실 잘 재현된 '세트'라 할 수 있고,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됐던 보성군 벌교읍에는 남도여관과 소화다리 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조정래는 이효석처럼 계절적 풍경을 세세히 묘사하지 않았던 '과오(?)'를 물을 수 있다.
적어도 이곳 봉평에선 '독서의 계절'에 책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
장꾼들이 나귀에 봇짐을 싣고 장평장으로 대화장로 향하는 길에도 어김없이 메밀꽃은 피어있으니
얼마나 소위 말하는 '디테일'을 갖췄냐 말이다.
메밀은 눈으로만 보는게 아니다.
코로 입으로 느끼는 봉평 메밀꽃 여행.
만약 태풍이 불어 메밀꽃밭이 엉망이 됐다해도,
평창 가서 메밀국수만 제대로 먹고온다면 본전은 건진 셈이다.
당연히 봉평에는 메밀음식이 많다.
잘하는 집도 수두룩허니 많다.
쌉쌀한 메밀 막국수를 비롯해 얇게 부친 부꾸미, 김치를 넣고 둘둘 만 전병 등 메밀을 눈으로
코끝으로 즐긴 후 혀로 느끼고 뱃속에 가득 담아갈 수 있다.
봉평에는 메밀 전문식당 미가연에서 운영하는 메밀음식 연구소가 있으니 들려보면 좋다.
평창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메밀은 척박한 땅에 살아온 우리 민족의 소울푸드다.
메밀향이 향긋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배달민족의 순수한 혈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평창은 고원에서 자라는 질좋은 쇠고기로 유명하다.
● 먹거리= 봉평면에는 메밀 막국수를 취급하는 집이 많다.
전통적인 방식의 막국수와 수육으로 인기를 끌어온 현대막국수를 비롯, 메밀싹 육회 비빔밥,
메밀 전병이 맛있는 미가연 등이 있다.
미가연(033)335-8805. 현대막국수 (033)335-0314 육질좋은 평창 한우를 잘하는 집도 즐비하다.
토담숯불구이는 주인이 직접 기른 질좋은 한우를 내는 곳이다.
백반도 하는 집이라 곁들이는 찬도 좋다. (033)336-2227 셀프방식으로 고기를 사다 구워먹는
평창한우마을 (033)334-9777 오삼불고기는 동양식당이 잘하기로 소문났다. (033)335-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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