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국제기구의 두드러진 활동 가운데 '지정 마케팅' 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최근에 완도 구들장논과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선정되자
두 가지 문화에 대한 여행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늘은 청산도 구들장논과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등재 활동
2013년 말 기준 11개국 25개 농업 유산이 등재되어 있다.
GIAHS란 'GLOBALLY IMPOR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의 약자로,
우리말로 정리해 보면 '지역사회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열망 의지, 자연 환경과 함께 살아
가는 라이프스타일,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토지 이용 체계와 생태 경관' 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한 번 더 거르고 풀어 말한다면, '생물 다양성', '토지 이용 체계', '경관'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국가가 추천하면 FAO의 심사, GIAHS의 실사 과정을 통해 지정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GIAHS으로 지정된 주요 지역과 내용은 '필리핀 이푸가오다랑이 논', 알제리와 튀니지의 머그레브
지역의 오아시스 농업', '중국의 벼-물고기 농사', '중국의 하니 다랑이논', '따오기를 이용한 일본 사도섬
농업', '페루 안데스산맥 농업' 등이 있다.
한국 정부는 2012년 각 지자체가 추천한 64건의 대상지를 검토, FAO에 지정 신청을 했고,
최근 청산도의 '구들장논'과 제주의 '밭담'이 '세계농업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 구들장논은 우리나라 전통 난방 문화인 구들장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농경지이다.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논
구들장논은 척박한 농업 환경을 어떻게든 이겨내려 했던 조상들의 지혜와 땀의 결과물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구들장논은 우리나라 전통 난방 문화인 구들장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농경지이다.
구들장은 방고래(아궁이에서 불을 피워 만든 화기가 돌아다니는 공간) 위를 덮는 납작하고 평평한 돌을 말한다.
온돌방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아궁이를 만들고 방 아랫 부분에 열기가 순환하는 방고래를 설치한다.
그리고 방고래 위에 구들장을 올린 후 그 위에 반죽한 황토를 발라 수평을 맞춤과 동시에 연기가 새지 않도록
틈을 매꾼 뒤 종이로 초벌 접착, 장판지로 마무리한다.
구들장논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가파른 비탈을 깎아 구들장을 쌓아 벽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논을 조성하며, 구들장 벽에 방고래 같은
수로를 만들어 맨 위의 논에서 시작된 물길이 맨 아래 논에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구들장논이 세계농업문화유산이 된 것은 바로 이런 독특한 농지 조성 양식을 현지 농민들이 이뤄냈다는 점과,
그렇게 조성된 구들장논에서 실제로 적지 않은 벼 수확이 이뤄져 먹고 사는 터전을 만든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들장논은 독특하고 뛰어난 '경관'도 갖고 있다.
구들장논을 가까이에서 볼 때는 그 구조와 조상의 지혜에 감복할 일이지만, 그 경관이 궁금하다면 건너편
산에 올라가는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한다.
그래야 풍경으로서의 구들장논을 마음에 감고 카메라에 저장할 수 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섬 곳곳에서 목격되지만 최적의 관람 장소는 슬로길 6코스에 있는 '부흥리'다.
슬로시티 청산도의 천천히 흐르는 풍경들
알려진대로 청산도는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슬로시티는 세계슬로시티연맹에서 지정하는데, 옛것을 보전하고, 삶의 방식 또한 전통적인 면을
중요시하며,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시설물을 최소화 하면서 살아가는 곳이 그에 해당된다.
청산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구들장논'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슬로길 걷기, 슬로푸드 체험, 청산 에세이 남기기, 청산도 전통놀이 체험, 서편제길에서 소리꾼
복장으로 걸어보기, 느림보 우체통 편지 쓰기, 조개 공예 체험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청산도의 슬로길은 예로부터 청산도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길로 그 풍경에 취해 도저히 빨리
걸을 수 없었다는 점과, 이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여행 콘텐츠다.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 42.195km에 이르는 길고 먼 길이다.
그 길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기록을 남기려 애쓸 필요도 없다.
그저 천천히 그리고 편안히 걷되, 힘들면 중간에 그만둬도 상관없다.
단, 목적지를 분명히 하면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다.
구들장논을 볼 수 있는 코스는 6코스다.
청계리 중톤들샘- 다랑치길(다랭이논)- 신풍리마을회관- 부흥리숭모사- 양지리구들장논- 슬로푸드
체험관-배름나무뚝방길로 이어지는 5.115km의 이곳은 남도 섬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곳은 구들장논, 다랭이논, 그리고 슬로푸드체험관이다.
'느린섬 여행학교'로 명명된 이곳은 폐교가 된 청산도 청산중학교 동분교를 리모델링, 청산도 고유
음식을 복원하기 위한 레시피 연구소 겸 슬로푸드 체험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숙박도 가능해 많은 여행자들이 노리고 있는 곳이다.
인기 슬로길 코스로 1코스가 있다.
청산도 입도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도청항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도청리 쉼터- 갤러리길- 도락리안길-
동구정- 도락노송길- 당리 입구 서편제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 화랑포 갯돌밭- 연애바위 입구
등으로 이어지는 5.7km 코스다.
1코스의 인기 구간은 역시 서편제길이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 딸, 이렇게 셋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어오는 장면을 5분 30초 동안 한
프레임에 담은 롱테이크 장면은 지금 보아도 감동이 밀려오는데, 바로 그 현장이 당리 입구다.
뿐만 아니라 1코스에서는 도락리 해변을 따라 서 있는 곰솔의 풍경도 놓쳐서는 안될 장면이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곰솔을 심어 방풍과 풍경을 만들어 낸 조상들의 실리적 낭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연애바탕길'이라는 이름으로도 한 몫 하는 2코스는 당리에서 구장리를
잇는 마을 연결로인데, 연애바위, 당리고개 등 숲과 해안 절벽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청산리 특유의 장례 문화인 '초분'(일종의 풀무덤으로 시신이나 관을 땅 위에 올려놓은 뒤 집이나
풀로 엮은 이엉으로 덮어 2~3년 동안 두었다 시신이 분해된 뒤 남은 뼈를 씻어 땅에 묻는 방식)의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슬로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숲과 해안, 마을 풍경을 만나게 된다.
특별히 해수욕장이 궁금하다면 8코스가 적당하다.
총 거리 4.4km로 약 1시간 20분이면 걸을 수 있는 이 길에는 신흥불등해수욕장- 상산포보리마당-
진산리일출전망대- 진산갯돌해수욕장- 진산천- 정꼴또랑 등 두 곳의 해수욕장와 일출 전망대,
그리고 청산도의 오래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청산도에서 하루 이틀 머물 생각이라면 이른 아침, 이 해맞이길에서 벅찬 감동을 안아볼 것을
권한다.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노적도 일출전망대'는 평화로운 섬 노적도가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곳으로 뜨는 해도 뜨는 해지만 주변 경관이 뛰어나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포토존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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