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정보

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 곰치국

*바다향 2013. 1. 29. 23:15

다음라이프|13.01.11 11:56

 

참으로 시원하구나! 세 번만 먹어봐

 

쨍하고 맑은데 지나치게 건조해서 하늘에 손끝을 튕기면 얼음 깨지 듯 깨져버릴 것 같은 그런 날,

동해 어시장을 찾곤 한다.

겹겹이 온 몸을 감싸고 서리 내린 입김을 내뿜는 난전 상인들의 물건 팔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몸짓도 보고, 널브러져 있는 생선들을 보면서 '휴 우'하고 긴 숨을 몰아쉰다.

동적인 것은 일상을 순간 윤택하게 해준 다. 대게, 털게, 문어, 도루묵, 생태, 오징어, 심퉁이, 양미리 등 겨울 에 잡히는 물고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 생선 가운데 눈길을 끄는 '녀석'이 있다. 보기에도 못생긴, 살에 탄력조차 없어 보이는 마치 윤기 없는 내 피부와 같은 물고기 바로 '곰치'다.

'수치'와 김치를 넣은 삼척 곰치국, 바다횟집

속풀이로 그만인 곰치국은 이제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중독성 강한 요리다.

어디가 맛있을까? 경험을 통해 몇 군데 추천해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곰치 원조 고장은 삼척이다.

삼척에서는 묵은지를 넣고 칼칼하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물곰과 김치가 조합되어서 '곰치'가 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곰치국의 깊이를 알려면 세 번은 먹어봐야 제맛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처음 먹었을 때는 흐물흐물한 곰치살을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살점을 찾아봤지만 달걀의 흰자나 순두부 같은 힘없는 살뿐이오, "뼈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혼잣말로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첫날의 거부감이 컸음에도 이상하리만큼 곰치국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으레 삼척에 가면 곰치국 잘하는 집을 찾곤 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알이 밴 '암치'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원항의 일억조식당에 들러 주인에게 물어보니 암치보다는 수치가 맛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고 했다.

이 집은 곰치 생물이 잡히지 않을 때는 대구탕으로 대처한다.

▲ 바다횟집 상차림

'암치'와 무를 넣어 끓인다, 파도식당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 근처에 탕류를 잘 끓이는 파도식당이 있다.

이 집을 알게 된 것은 지역 토박이를 통해서였다.

그날 이후로는 으레 이 집을 찾곤 한다.

어느 날 곰치국을 시켰다.

1인분도 별 말없이 해주는 점도 참 좋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방을 향해 묻는다.

 "요새 곰치 잡히는 철이 아닌데 어떻게 탕을 끓이죠?" "겨울에만 잡히는 것은 아니고 그날그날 시장에 가서 생물이 나오면 사와요." 겨울에 어획량이 가장 많을 뿐 타 계절에도 잡히는 것이다.

곰치알 내장과 흐물대는 곰치살에 사각으로 얇게 썬 무, 파만 넣은 맑은 탕.

고춧가루도 김치도 들어가지 않은 맑은 장국이다.

곰치 지리인 게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수저를 들고 국물 맛을 본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생선살도 넉넉하고 밑반찬도 거부감 없이 맛이 좋다.

▲ 파도식당의 곰치국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국물 맛을 낼까?

냄비를 뒤적이며 연구를 해봐도 내 눈엔 그저 물에 무와 파를 넣어 부글부글 끓여내고 있을 뿐이다. 식당을 나오면서 또 주방을 향해 묻는다.

국물에 조미료를 넣느냐고. 단지 소금간만 한다는데 어떻게 그런 시원한 맛이 나오는지.

머리에서는 자꾸 되묻는다. 분명 비법이 있을 거라고.

▲파도식당의 상차림


오로지 물곰탕만 파는 사돈집

▲ 사돈집 외

어느 해 겨울, 속초 시내를 샅샅이 훑은 적이 있다.

그 결과, 오로지 물곰탕(곰치국을 이렇게 표현함) 한 가지만 한다는 사돈집을 찾아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전날 술을 마신 듯한 남자 손님 몇몇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국물을 떠먹으면서 연신, '아 시원해' 라며 감탄사를 남발하고 있다.

전날의 숙취를 한순간에 풀어내려는 듯한 감탄사다.

1인분 상을 시켰는데, 무엇보다 밑반찬이 푸짐하다.

생선조림, 나물 등 반찬만으로도 한 끼 식사는 하고도 남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고기도 주로 알배기여서 '암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암치는 맛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내 입에는 알 씹히는 기분도 좋고 국물 맛도 시원하니, 암치든, 수치든 별다른 문제가 되진 않는다.

살코기가 많이 들어간 시원한 물곰탕에 맛난 반찬이 어우러진 사돈집의 물곰탕.

이쪽에 들를 일이 있으면 꼭 찾는 단골이 되었다.

▲ 사돈집 상차림

 

<맛집 정보>


★ 바다횟집

● 주소: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41

● 전화번호: 033-574-3543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집 앞에 주차 가능

● 테이블 규모: 60석 정도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활어회

● 휴무일: 둘째주 월요일

● 영업시간: 07:00~22:00

|주변 볼거리| 삼척어촌민속전시관, 새천년해안도로, 신흥사, 준경묘, 영경묘, 무건리 이끼계곡, 대금굴, 환선굴

★ 파도식당

● 주소: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270-36

● 전화번호: 033-662-4140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10대 가능

● 테이블 규모: 1층 52석, 2층 30석 정도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계절별 회, 탕류 다수 있음

● 휴무일: 연중무휴

● 영업시간: 07:00~21:00

|주변 볼거리| 주문진 수산시장, 소돌해변, 오죽헌, 강릉 선교장, 허난설헌생가, 참소리축음기 에디슨박물관, 대관령박물관, 대관령 옛길, 국사당

★ 사돈집

● 주소: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133

● 전화번호: 033-633-0915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집 옆에 주차장 있음

● 테이블 규모: 18석, 75명 수용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대구탕

● 휴무일: 명절 연휴

● 영업시간: 평일 08:00~20:00, 주말 07:00~16:00

|주변 볼거리| 영금정, 설악산, 영랑호, 외옹치마을, 설악해수욕장, 청초호, 속초종합중앙시장, 조양동 선사유적지, 설악워터피아

 


출처 : 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저자 :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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