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정보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통영·거제 식도락 여행

*바다향 2012. 10. 23. 17:35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는 남해안은 풍부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논밭에서 거둬들인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족한 곳이다.

음식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고, 사람을 보면 환경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런 점에서 통영과 거제 사람은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정이 많고 여유로워 보였다.

하늘이 평소보다 한 뼘은 더 높은 가을날,

눈이 즐겁고 입이 행복한 남해안으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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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바람의 언덕.

 

동양의 나폴리 통영

통영을 여행하다 보면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천국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볼거리는 물론이고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통영 사람들의 정감 넘치는 인간애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통영 앞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섬들을 하나로 묶어 '한려수도'라 일컫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가보지는 못했어도 한 번쯤 들어본 곳이다.

또 막연히 '아름다운 곳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그 상상처럼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다.

통영 앞바다에는 1백40여 개 섬들이 진주 목걸이를 풀어놓은 듯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한산도 제승당, 세병관, 이순신 공원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이순신 공원은 현지인들이 산책 코스로 많이 찾는 곳이다.

탁 트인 전망과 잘 꾸며놓은 정원 등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는 통영은 예술가의 고장이기도 하다.

시 '행복'으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청마거리와 청마문학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기념관, 「토지」 박경리의 기념관, '꽃'의 시인 김춘수의 유품전시관 등 문학과 예술의 향기만 쫓아다녀도 1박 2일이 부족하다.

청마거리는 통영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보세 골목에 위치해 통영의 패션 경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청마거리에는 유치환 시인이 직접 이용했다는 우체국과 우체통 등 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동피랑 벽화마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여행지다.

산동네 높은 언덕에 자리한 동피랑 마을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벽화로 남아 있다.

동피랑 정상에 있는 동피랑 카페에서는 부담 없는 가격의 아메리카노를 맛볼 수 있다.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지만 통영 할머니 바리스타가 내놓는 맛있는 커피다.

그 외에 할머니가 직접 담근 식혜도 입에 착 붙는다.

인근의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등 지역 재래시장을 연계할 경우 반나절 코스로도 충분하다.

 

간편한 충무김밥부터 고급스러운 횟집까지

통영 여행의 출발점인 강구안은 배가 출출한 여행자들을 위한 먹을거리촌이 잘 정비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가히 국가대표라 할 만한 충무김밥이다.

충무김밥은 뱃일을 나가는 선원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음식이다.

다른 지역 김밥처럼 재료와 밥을 함께 김에 말지 않고 오로지 밥만 넣은 김밥과 찬(오징어와 무절임 무침)을 따로 먹게끔 했다.

장시간 동안 야외에서도 쉽게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충무김밥 이외에 간식으로 좋은 통영꿀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간식이 귀하던 그 시절, 1960년대 통영에서 탄생한 도넛의 일종이다.

속에는 팥소나 고구마 앙금 등이 들어 있고 겉은 꿀과 통깨가 듬뿍 묻어 있다.

워낙 단맛이 강해서 식사 전에 먹었다간 밥맛이 달아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달짝지근한 그 유혹은 쉽게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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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서의 멋진 일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해보자. 연인들이 즐겨 찾는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다.

수도권이나 내륙에서 먹는 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한 자연산 회 맛에 젓가락이 분주해진다.

영화배우 황정민을 쏙 빼닮은 해원횟집(055-648-2580) 차영철 사장은 식당을 열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일식집 분위기를 연출했고, 가격은 횟집 가격을 유지하는 게 저희 식당의 기본 방침"이라는 그의 말처럼 횟집의 전망이 통영에서 최고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저렴한 가격의 회를 먹을 수 있다.

때문에 해원횟집은 통영의 여러 횟집 중에서 꽤 소문난 집이다.

오죽하면 현직 대통령이 통영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식사를 했을까.

좀 더 이색적인 횟집을 경험하고 싶다면 통영에만 있는 '다치' 전문점을 찾아보자.

이름부터 생소한 다치는 술을 주문하면 회를 비롯한 해산물 안주가 무한대로 제공되는 재미난 곳이다.

술을 주문하면 얼음 양동이에 맥주와 소주를 넣어주고 순차적으로 안주를 테이블에 올린다.

저렴한 가격에 통영의 신선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면 밀물식당(055-646-1551)터미널회식당(055-641-0711)이 좋다.

먼저 밀물식당은 식당 내부와 음식이 깔끔하다.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아주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에 왜 통영이 여행하기에 좋은 지역인지 알 수 있다.

찬바람이 불면 물메기탕이 좋다.

구워서 나오는 조기, 전어, 삼치는 그날 잡은 것이라 싱싱하다.

아침에 시장을 봐서 당일 재료를 모두 소진한다고 한다.

터미널회식당은 24년 동안 주인장이 운영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지인은 물론 외지인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특히 물회가 유명한데 자연산이라 회의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다.

회만 건져 먹으면 다소 싱거운 듯하지만 국물과 함께 먹으면 간이 적당하다.

 

바람 가득한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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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는 지중해 도시를 옮겨놓은 듯하다.

 

 

 '바람의 언덕'은 가을의 낭만이 넘친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언덕에 이국적인 풍차가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강한 바닷바람 때문에 가벼운 카메라 삼각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다.

원피스를 입고 온 아가씨는 치맛자락에 온통 신경이 집중된 듯하다.

바람의 언덕을 되돌아 나와 맞은편에 있는 신선대로 발길을 옮긴다.

비록 날개옷은 없지만 신선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음에 신선이 부럽지 않다.

시원스레 펼쳐진 남해바다와 아기자기한 섬들이 어우러져 "좋다~"라는 감탄만 연발하게 한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 여행만의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해안가에는 자그마한 몽돌들이 밀려오는 파도에 맞춰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낸다.

한편에는 작은 돌멩이로 공기놀이에 정신 팔린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돌아보고 난 뒤에는 외도행 유람선 표를 끊자.

출발시간이 남았다면 해금강테마박물관(055-632-0670, www.hggmuseum.com)에 들러 1960, 70년대 추억을 더듬어봐도 좋다.

수백 장이 넘는 한국영화 포스터는 영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어, 내가 본 영환데…"라며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2층에 마련된 세계 범선 모형은 아이들에게 모험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

화려한 모양의 유럽형 범선을 보고 있자면 어느 순간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보물섬」의 주인공 '실버'와 '짐'의 모습이 그려진다.

외도행 유람선에 오르면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선장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은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보다 훨씬 먼 옛날에 파도와 바람이 만든 작품들을 보고 계십니다. 왼쪽에 보이는 게 해골바위와 사자바위입니다."
그의 화려한 입담은 웬만한 방송국 아나운서를 능가한다.

입담에 귀가 즐겁고 풍경에 눈이 즐거울 때쯤 배는 외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 www.oedobotania.com)'는 자연이 만든 캔버스에 인간이 붓질을 한 듯 화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유럽식 정원으로, 바다 한가운데 녹색 정원을 가꿔놓았다.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는 에덴동산이 흡사 이와 같지 않을까.

산책에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섬 구석구석을 즐기기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아쉽게도 외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수시로 시계를 챙겨봐야 한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055-639-0625, www.geojeimc.or.kr)은 거제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의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전후 전쟁 역사의 산교육장이자 관광 명소로 조성됐다.

대단위 면적에 조성된 테마파크로 단순한 안보교육장의 틀을 과감히 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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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의 사자바위.

 

 

** 색다른 맛으로 유혹하는 맛집들

통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거제는 음식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여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도 많고 젊은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점 또한 자주 눈에 띈다.

깔끔한 퓨전 한식을 즐기고 싶은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으로는 차반식당(055-636-8492)이 있다.

이곳은 모든 음식에 거제 맹종죽을 이용한다.

맹종죽이란 높이 10~20cm, 지름 20cm 정도의 대나무 중에서 가장 굵은 것을 말한다.

산지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으로, 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고 윤기가 적으며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식당에서는 맹종죽의 어린 새싹으로 나온 죽순을 이용해서 요리를 만든다.

식감은 아삭아삭하다.

음식은 여성 입맛에 맞춘 듯 산뜻하고 깔끔하다.

식당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용 수저를 사용할 수 있는데, 현재 그 수만 1천여 세트가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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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

 

고현시장 내에 있는 충남식당(055-632-1332)은 외지인보다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맛집이다.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순댓국밥집으로, 시설은 허름하고 낡았지만 맛만큼은 어디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곳이다.

국물이 구수하고 잡내가 전혀 없이 딱 떨어지는 맛이다.

순대소는 당면만 사용해서 조금 퍽퍽한 느낌이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양파를 함께 먹으면 더욱 맛깔스럽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만족하는 맛이다 보니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국에서도 수차례 촬영 요청이 있었지만 절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지인들이 거제에 가면 꼭 찾게 된다는 싱싱게장(055-681-5513)은 무한 리필로 유명하다.

수차례 방송에 소개돼 거제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테이블 회전이 빨라서 반찬이 신선하고 깔끔하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모두 크지 않은 돌게를 사용한다.

게딱지에 밥을 얹거나 간장에 밥을 비벼도 한 그릇은 군소리 없이 비울 수 있다.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라 식사 시간을 조금 비켜 가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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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이블 회전이 빨라 언제나 신선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싱싱게장의 간장게장.

2 자연산만을 취급하는 해원횟집은 분위기, 맛, 가격 모두에서 만족스럽다.

3 통영의 대표 먹을거리 충무김밥.

4 터미널회식당의 물회는 국물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5 미락식당의 정갈한 생선구이 정식. 생선이 정말 맛있다.

6 모든 음식에 맹죽순을 사용하는 차반식당의 정식 상차림.

7 당면으로 순대소를 채운 충남식당의 순댓국밥. 8 통영의 이색 술문화 '다치'.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 & 사진 / 임운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