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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이 흐르는 '전북'의 길…

*바다향 2012. 6. 20. 04:13
전라북도는 가장 한국적인 매력을 갖춘 고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전라북도의 웅숭깊은 매력은 길에서도 만날 수가 있다.

남원의 지리산 둘레길 & 명품길, 부안 마실길 등 도내 곳곳에 명품 걷기 길이 마련돼 있어

'건강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에 제격이다.

특히 각 트레킹 코스마다 해당지역의 과거와 현재가 잘 담겨 있어 아련한 향수와 함께

문화와 역사의 온기를 듬뿍 맛볼 수가 있다.
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


▶부안 마실길

 

◇이즈음 몸과 마음이 흡족한 여정을 꾸리고 싶다면 전라북도의 명품 걷기길을 추천한다.

각 트레킹 코스마다 해당지역의 과거와 현재가 잘 담겨 있어 문화와 역사의 온기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사진은 부안 마실길에서 만나는 적벽강.

 

전북 부안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른바 멀티기행의 적지가 된다. 특히 변산은 최고의 절경으로

산변산(내변산)과 바다변산(외변산)으로 나뉜다. 산변산에는 팔경이 있고 바다변산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켜켜이 쌓여있다. 부안사람들은 최근 내외변산을 아우르는 명품 걷기길을 선보였다. 이른바

'마실길'이 그것으로, '마실'은 마을을 뜻하는 사투리다. 이웃으로 놀러갈 때 걷던 고샅길이란 정겨운

뜻을 담고 있다.

마실길은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서두터 부터 부안자연생태공원까지 4구간 8코스 총 66㎞에 이른다.

각 코스마다 이름부터가 정겹다.

1코스 '조개미패총길', 2코스는 '노루목상사화길', 3코스는 '적벽강 노을길', 4코스는 '해넘이 솔섬길',

5코스 '모항 갯벌 체험길', 6코스 '쌍계재 아홉구비길', 7코스 '곰소 소금밭길', 8코스 '청자골 생태공원길'

등이다.

그중 성천부터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은 부안 해변의 매력

과 지질학적 생태까지 두루 살필 수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다.


고사포 해수욕장 앞바다의 후리 그물작업. 맛난 졸복을 듬북 건져 올렸다.

 

시작은 성천포구이지만 대체로 고사포해수욕장부터 걷는다.

리기다 송림과 부채 살처럼 펼쳐진 너른 모래밭을 갖춘 고사포 해변은 여름철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통한다.

특히 성천포구 인근 해변에서는 후리그물 조업 등 어촌의 풍광도 만날 수 있어 한층 목가적 여정이 펼쳐진다.

어른 서너 명이 100m 남짓의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뭍으로 향해 걸어 나오며 물고기를 잡는데,

요즘은 최고의 미식거리 졸복 등이 곧잘 잡힌다.

성천포구


고사포해수욕장의 끝자락과 만나는 성천포구는 무슨 요새처럼 생겼다.

바다에서 백사장과 해안절벽 사이 좁다란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면 안쪽에 옴팡진 모습의 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포구 옆 산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 초소길은 짙은 숲길과 툭 트인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가 있다.

군부대 초소가 있어 해안경계를 섰던 철조망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숲을 빠져 나와 해안도로와 만나는 곳에는 하섬 전망대가 있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3~4일씩 물길이 열리는 하섬을 비롯해 누에섬, 위도, 고군산군도, 새만금방조제 등 주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이다.

하섬은 죽합 등 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갯벌 체험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원불교 대종사인 소태산 박중빈이 원불교 교리를 완성한 곳으로 원불교의 성지에 다름없는 곳이다.

하섬 전망대 부근을 지나는 마실길.


이후 마실길은 산길, 바닷길, 마을 고샅길 등을 거치며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적벽강과 만난다.

산면 격포리에 자리한 적벽강(赤壁江)은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는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2㎞의 해안선을 이른다.

송나라의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닮아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해질녘 적색을 띤 벼랑에 붉은 기운이 내려앉을 때의 모습이 장관이다.

해수욕의 명소 격포해수욕장 말미에는 부안 최고의 명물은 채석강이 자리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 속에 형성된 채석강의 지질학적 신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수침식작용으로 층을 이룬 절벽 아래로 펼쳐진 편마암층은 벼루를 연상케하고, 닭이봉 아래의

층암절벽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경을 이룬다.
인근 격포항은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섬을 오가는 중심포구로 철마다 도다리, 우럭, 꽃게 등

패류가 넘쳐난다.


▶남원 지리산 둘레길 & 명품길

장중한 지리산은 곳곳에 명품 트레킹 코스도 품고 있다.

최근 걷기 열풍 속에 생겨난 '지리산 둘레길'이 대표적으로, 지리산 둘레를 감싸고 있는 3개도 5개시-군

100여개 마을의 지리산 옛길, 고갯길, 숲길, 강둑길, 논두렁길, 마을길 등을 이어 하나의 길로 연결한

장거리 도보길이다.


남원 지리산 둘레길 < 사진=남원시 제공 >

특히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곳곳에 걸쳐있는 정겨운 숲길, 논두렁길, 마을길을 따라 걸으면

지리산이 보듬어 온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어, 자기 회고와 성찰에 좋은 여정이 된다.

전북 남원시에도 지리산 둘레길이 있다.

하지만 요즘 둘레길은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따라서 외지인들에게 좀 덜 알려진 트레킹코스를 찾는다면 호젓한 숲길의 묘미를 맛볼 수가 있다.

남원시에서는 '구룡폭포 순환코스'(9.5km)를 추천한다.

순환 코스는 육모정~구룡폭포 구간에 지리산 둘레길 제1코스를 더해 육모정으로 되돌아오는

트레킹 길이다.

지리산의 장중한 계곡미와 때 묻지 않은 산촌의 풍광을 함께 접할 수 있어 마니아들 사이 인기다.

특히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을 둘레길의 단점이 보완된 코스로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도 않다.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양인환 테마여행 계장은 이 구간을 가족단위 트레커들에게 반나절(4시간)

나들이 코스로 적극 권한다.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폭포에서 나무계단을 통해 산위로 오른 뒤, 숲길을 따라 구룡폭포 주차장에

도착~둘레길인 회덕마을~정자나무 쉼터~구룡치~개미정지 쉼터~내송마을~육모정에 이르는 구간을

따라 걸으면 된다.

먼저 구룡폭포까지는 육모정부터 구룡계곡을 거쳐야 한다.

산행의 시작은 육모정이다.

춘향묘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사무소 구룡분소가 자리한 지역으로 굽이치는 용소와 널찍한

암반에는 6개 기둥을 한 정자 '육모정'이 있다.

육모정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500m 남짓 걸으면 구룡계곡 입구다.

지리산은 장중한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그중 구룡계곡은 산세와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구룡계곡은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북능선의 왼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지 3km 가량 이어지는 계곡 길은 때 묻지 않은 지리산의 청정 자연이 펼쳐

지는 곳이다. 때문에 맑은 계곡수를 따라 녹음 속 청신한 기운을 만끽하며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구룡폭포 까지 가는 동안 바위의 모양이 말구유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구시소', 곡식을 까불리는

키를 닮았다는 '챙이소', 선인이 바둑을 두었다는 '유선대' 등 구룡계곡의 아홉 절경이 펼쳐진다.

구룡계곡의 하이라이트는 '구룡폭포'다.

평소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이고 보니 비가 많은 때에는 그 웅장함이 더하다.

30m 길이의 구룡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다.

남원 사람들이 고장의 제1경으로 꼽고 있는 명소로, 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구룡폭포는 동편제 소리꾼들에게는 성지에 다름없는 곳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득음을 이뤄내는 수행의 폭포로,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웅장한 폭포 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 냈다.

폭포 주변은 풍광을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와 철제 데크, 현수교(흔들 다리) 등을

마련해두었고, 폭포 주변 기암괴석이 운치를 더한다.

녹음 속으로 쏟아지는 밝은 빛을 벗 삼아 그야말로 호젓한 관조의 발걸음을 떼어 놓고 싶다면 육모정~

구룡계곡 코스를 걸어 볼 법하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남원에는 지리산 둘레길과 못지않은 명품길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며

"최근 지리산 둘레길 개통을 계기로 더 많은 탐방객들이 우리 고장을 찾아 추억을 쌓고 건강을

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찔레꽃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전북의 또 다른 여행명소인 고창군에도 명품 걷기길이 있다. '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은 옛 사람들이 걸었던 산, 강, 바닷길을 따라 이어진 문화생태 탐방로이다.

고인돌 박물관을 시작으로 습지와 야생화가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길', 인천강과 풍천장어,

복분자의 미각을 따라가는 '인천강변길', 미당 서정주가 생전에 사랑했던 선운리 '질마재'는 숱한 작품

으로 그려냈던 미당의 시적 고향이다.

미당시문학관, 도깨비집, 미당 생가, 국화 향기와 질마재의 신화가 넝쿨처럼 얽혀있는 '국화길' 그리고

선운사와 검단선사의 천오백년 화염의 역사를 체험하는 '보은염 소금길' 등 4코스 총 100리에 이른다.

고창의 옛길을 걷다보면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맛 볼 수 있다


▶ 옥정호 물안개길

전라북도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에 자리한 옥정호는 하늘을 담은 거울처럼 '명경지수'의 자태를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환절기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자태는 가히 몽환적이다.

옥정호는 섬진강 상류에 위차한 호수로 일교차가 커서 유독 물안개가 많이 발생하는데 아침햇살을 받아

수면으로 부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이처럼 목가적인 호반을 따라 걷는 길은 생각만으로도 근사하다.

구불구불 호숫가를 따라 임실군 운암면 용운리에서 마암리까지 13km 흙길로 이어지는 '물안개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다.

특히 58개의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잘 설치돼 있어 초행자도 제대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물안개길을 걷고 나면 국사봉 전망대를 들르는 것이 필수.

옥정호를 전체적으로 굽어볼 수 있는 감상 포인트에 다름없다.

옥정호 순환도로 또한 '전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될 만큼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