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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준 3단계 거리두기'…낯설고 어색했던 주말풍경

*바다향 2020. 8. 30. 14:13
 

가보지 않은 '준 3단계 거리두기'…낯설고 어색했던 주말풍경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광주지역 한 대형마트가 주말임에도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8.29/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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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광주지역 한 대형마트가 주말임에도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8.29/뉴스1 © News1 박진규 기자 

 

2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사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2020.8.29/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유두석 장성군수가 29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불 꺼진 상무지구 유흥가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주 방역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강화됐다.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불 꺼진 도심에 낯설어 하면서도 방역당국의 당부에 '집콕'으로 동참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당구장·노래연습장 등 문 닫아…어두운 밤풍경

정부 조치에 앞서 광주시가 먼저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27일 정오부터 발령한 가운데 29일 오후 주말 도심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고위험시설과 중위험시설 등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당장 이날 저녁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인근 먹자골목 상가는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당구장과 노래연습장, 노래홀 등은 집합금지 대상이라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고, 식당과 호프집, 카페 등도 일부 문을 열었지만 찾는 손님이 없자 서둘러 영업을 종료했다.

코다리찜 식당을 운영하는 김수연씨(48·여)는 "요새 저녁시간이면 손님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조치가 강화되면서 오늘 저녁 식사 손님은 1팀에 불과했고 우리도 저녁장사를 서둘러 끝냈다"고 전했다.

가끔 비까지 내리면서 광주지역 최대 상업지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말 저녁 도심은 어두웠다.

◇카페는 테이블 치우고 테이크아웃 시스템으로

집합제한조치가 강화된 카페 등은 이날 낮부터 테이블과 의자를 치워버리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운영을 전환했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 대해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이나 음료 섭취를 금지하고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면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곳도 많았다.

광주 북구 전남대 후문 인근의 한 카페도 내부의 테이블을 정리하고 카페 입구에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는 물론 발열체크도 엄격하게 진행했다.

카페 카운터에 직원은 근무하고 있지만 비대면인 키오스크를 통해 모든 주문과 결제가 진행됐다.

작은 식당들도 출입자명부를 비치해 찾아오는 손님들 스스로 기록하도록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동구 학동의 식당을 찾은 대학생 박시연씨(21‧여)는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서면 열체크와 출입자명부 작성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면서 "시민들 모두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 '집콕' 생활에 음식배달업은 호황

이동을 자제한 시민들의 주말 하루는 '집콕'이 대세였다.

1000여 세대가 사는 광주 동구 내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토요일 한낮인데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차량이 가득차 있었다.

주말에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는 방역당국의 당부를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시민들이 늘면서 음식 등 배달업계는 더욱 바빠졌다.

광주에서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김근열씨(48)는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배달해 먹는 손님은 예전보다 2~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이면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는 최고의 피서지였던 대형 마트 역시 이번 주말 만큼은 한산했다.

평소 북적이던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마트 내 부대시설도 2m 거리를 유지하면서 드문드문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예식장 주변 한산…막바지 휴가는 '차박'으로

평소 주말이면 대혼잡을 빚었던 광주 서구의 유명 결혼식장 주변 도로 역시 오히려 평일보다 교통량이 줄어든 모습이다.

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35)는 "코로나 때문에 결혼을 세번이나 미룬 지인이 오늘 결혼식을 올린다. 맘 고생을 많이 해서 결혼식을 가려고 했는데 집에 아이가 있어서 차마 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막바지 여름휴가를 떠나는 직장인들에게는 차와 텐트를 연결해 한적하게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차박'이 대세로 떠올랐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다음주부터 휴가 계획이 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예약했던 호텔과 비행기들을 모두 취소했다"며 "우울하긴 하지만 코로나 청정지역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국민적 지탄을 받을까봐 걱정이 됐다. 바닷가 보이는 곳에서 차박을 할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후 지난 19일부터 임시폐쇄에 들어간 물놀이 휴양시설인 전남 나주의 중흥골드스파&리조트는 사실상 올해 운영을 마감한 분위기다.

 

시민들 "조금은 힘들지만 참고 지켜야죠"

3단계에 준하는 행정조치로 일상에서 여러 불편이 뒤따랐지만 방역당국의 강화된 조치에 시민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손훈상씨(46‧광주 서구 금호2동)는 "당장 마스크 생활부터 곳곳의 출입제한 등 모든 게 낯설고 귀찮지만 이제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일상에 차분히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식당 업주는 "2주든 3주든 3단계로 강화해 전면통제해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면 차라리 쉰다는 생각하고 문을 닫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