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어디까지 봤니?

경복궁은 조선의 처음과 끝이다.

태조 이성계가 창건해 조선 말기엔 고종이 생활했고 명성왕후가 시해된 곳이다.

개국의 희망이 넘쳐났지만 망국의 그늘도 드리웠던 곳이다.

담장 안에는 국립민속박물관까지 있어 왕조와 민초의 삶을 한번에 살펴보기도 좋다.

이 기회에 꼼꼼히 둘러보자.

 

 

◆ 조선의 법궁, 경복궁

 

경복궁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1395년에 창건한 조선왕조 최초의 궁이다.

뒤로는 북악산, 앞으로는 넓은 육조 거리가 있어 그 시대 풍수지리와 도시계획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궁뿐 아니라 주변환경 전체를 아우르며 감상할 때 참으로 아름다운 궁궐이다.

이후 창건한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앞과 옆에 자리잡고 있어 경복궁만큼 전형적이지는 않다.

 

궁궐의 대문은 광화문이다.

이 앞에서 하루에 세 번씩 수문장 교대의식이 있고 광화문 파수의식도 하루에 세번 있어 여행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광화문을 지나면 드디어 궁궐 내로 들어선다.

매표소가 있어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갑을 살짝 열어서라도 한번쯤은 들어가 볼 만하다.

 

넓은 마당에 2층 지붕을 가진, 가장 큰 건물은 근정전이다.

신하들과 정무를 보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곳으로 궁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머무르며 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근정전 뒤쪽으로 왕의 사무실이라 할 수 있는 편전,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있다.

이렇게 일직선으로 쭉쭉 놓여진 전각들은 막힘이 없다.

이를 중심으로 동쪽에 왕세자의 생활공간인 동궁이, 서쪽에 크고 아름다운 연못과 경회루가 있다.

 

그리고 서북쪽 끝에는 신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태원전이 있다.

즉 왕실에 초상이 났을 때 관을 모셨던 곳, 위패를 모시던 곳,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졌듯이 ‘경복궁’, ‘근정전’, ‘강녕전’, ‘사정전’ 등의 전각이름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지었다.

 

근정전

 

 

경회루

 

여기까지가 경복궁 초기의 모습이다.

그때 조선이라는 나라가 생겼다. 

그 왕조는 북악의 기운이 한강으로 흘러가는 이곳에 터를 잡아 도시를 건설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희망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했다.

궁의 모습만 봐도 자연스럽고 막힘 없이 편안하다.

하지만 200년이 지나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궁은 전소된다.

‘만년토록 큰 복을 누려 번성한다’고 했던 경복궁의 뜻은 퇴색됐으며 폐허로 방치된 채 300여년이 흐른다.

 

◆ 다시 태어나고 또 허물어지다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

1867년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며 불려지기 시작한 노동요다.

덕수궁타령이나 창덕궁타령 같은 건 없는데 굳이 경복궁타령이 있는 걸 보면 중건이 보통 일이 아니었나 보다.

사실 이 노래 속에는 흥선대원군이 무리하게 진행한 경복궁 중건과 함께 당시 조세 및 정치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깔려 있다.

 

어쨌든 ‘경복궁타령’ 이라는 노래가 생길 정도로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은 대대적인 공사였다.

조선 초 경복궁의 규모보다 크게 중건돼 500여동의 건물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을 보였다는데,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에 대부분의 건물은 철거됐다.

게다가 광화문 뒤쪽 궁의 담장 안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어 궁 자체를 가려 버렸으니 이런 굴욕이 없다.

 

다시 고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때 복원으로 경복궁에 새로운 전각이 들어섰다.

1873년에 경복궁 가장 북쪽에 건천궁이 지어졌다.

그 앞으로 향원지라는 큰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지었는데 이름이 향원정이다.

근정전 옆 경회루가 직선적이어서 당당함과 카리스마가 넘친다면 향원정은 8각 지붕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정자다.

얼핏 중국풍이 아닌가 싶지만 그 보다는 화려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연못과 정자가 애닯고 슬픈 기운이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이후에 있었던 여러 비극적인 사건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향원정

 

건천궁은 궁궐이라는 느낌보다는 사대부가의 집처럼 보인다.

장안당 벽에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없다면 여느 양반집 사랑채 정도다.

장안당 옆으로는 곤녕합인데 이곳이 명성왕후가 지내던 곳이다.

궁내에 근정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도 있고 이후 덕수궁에는 큰 예산을 들여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을 지었지만 고종과 왕비는 그곳을

사용하지 않았다.

위치까지 경복궁의 가장 뒤쪽이라 그야말로 ‘뒷방으로 밀려난’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결국 곤녕합 옥호루에서 명성왕후는 시해를 당했고 일본인 오쿠라가 전각을 뜯어 자신의 집으로 옮겨 짓고는 ‘조선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설박물관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또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후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에서 지내다 승하한다.

 

장안당

 

옥호루

 

◆ 민초의 삶, 국립민속박물관

 

왕은 그렇게 살았는데 백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경복궁을 둘러보다 삼청동 쪽으로 나오면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속을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간혹 경복궁 유료관람과 혼돈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무료관람에다가 야외전시실에도 볼거리가 많다.

 

상설전시실에는 한민족 생활사, 한국인의 일상, 일생 등을 진귀한 자료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고 의식주, 농업, 상업 등에 관련된 유물과 기증 유물이 있다.

철마다 흥미로운 기획전시도 열린다. 좋은 것은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 일반인, 외국인,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전시관 3층에 마련된 민속 아카이브가 이곳의 파워 콘텐츠다.

민속학관련도서 8만5000여권, 사진 56만2000여점, 음성, 영상 등 총 약 67만건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지만 대출은 되지 않으니 직접 방문해서 우리 조상들의 생활 속에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 외부로 나오면 어린이박물관이 나란히 있고 체험학습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마당에는 장승동산, 정주목과 정낭, 효자각 같은 오래된 유물과 함께 전차, 60~70년대 추억의 거리 같은 근현대시대까지의 생활사가

펼쳐진다.

오촌댁이나 효자각, 각종 비석과 묘석 등은 모형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실제 유물을 옮겨온 것들이다.

왕궁의 담장 안에 민초들의 삶의 흔적들이 있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쨌든 시대가 좋아져서 여행자들은 편리할 따름이다.

 

오촌댁

 

장승과 효자각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북촌이다.

이곳에는 여러 고관대작들과 궁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살았다는데 지금은 갤러리와 예쁜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궁에서 마주친 사람을 여기서 다시 마주친다면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낙엽 떨어지는 계절, 담장을 사이에 두고 600년의 이야기가 흐른다.

 

[여행 정보]

서울 경복궁 가는 법
서울 경복궁 공영주차장: 광화문에서 삼청동 가는 길 초입 좌측에 위치, 유료주차장이며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운영한다.

(문의: 02-720-7595)

 

[대중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 마을버스 종로11, 종로09
- 순환버스 90S투어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경복궁: 검색어 ‘경복궁’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61
국립민속박물관: 검색어 ‘국립민속박물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7

 

경복궁
문의: 02-3700-3900 / http://www.royalpalace.go.kr
관람요금: 대인(25세 이상) 3000원 / 외국인 19세 이상 3000원 / 외국인 7~18세 1500원
관람시간: (11월~12월) 오전 9시 ~ 오후 5시 / 기타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국립민속박물관
문의: 1577-0545 / http://www.nfm.go.kr
관람시간: (11~2월) 오전 9시 ~ 오후 5시 / 기타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입장료: 무료 (경복궁 관람시 요금 별도)
민속아카이브: http://archive.nfm.go.kr / 이용상담 02-3704-3270

 

● 음식
조선김밥: 꽃나물이 들어간 김밥과 깔끔한 밑반찬이 맛이 좋아 늘 손님이 줄을 선다.

돼비지장은 일반적인 비지찌개와 달리 식감이 편안하고 부드러워 독특하다.

메뉴는 김밥과 국수, 돼비지장이 전부다.
조선김밥 4000원 / 돼비지장 7000원 / 조선국시 6000원
02-723-7496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1길 78

 

 

조선김밥과 돼비지장

 

커피방앗간: 골목 구석에 위치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손님이 찾아오는 삼청동의 명소다.

로스터리 카페로 원두도 판매하고 주인장이 길에서 1분만에 그려주는 천원 초상화가 인기가 높다.

사람들은 골목에 놓인 벤치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즐긴다.
커피 3000 ~ 7500원 / 원두 6000원 ~ / 기타 음료 4000원 ~
02-732-7656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8-11

 

● 숙박
소피아게스트하우스: 한옥게스트하우스로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에 위치해 경복궁의 동쪽 출입문과 매우 가깝고 북촌을 여행하기 좋다.
예약문의: 02-720-7220 / http://www.sophiagh.com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157-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