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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케이블카..비경 찢고 할퀸다/ 환경단체 “산으로 간 4대강…고속개발 부채질”

*바다향 2015. 8. 29. 03:31

경향신문 | 김기범·최승현 기자 | 입력 2015.08.28. 23:01 | 수정 2015.08.29. 00:43    

 

환경부, 7가지 보완 조건 승인..

오색리~끝청봉 3.5km 구간덕유산 곤돌라 허가 26년 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 빗장 풀려

 

강원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됐다.

1989년 덕유산 곤돌라 사업 허가 후 26년 만에 국립공원 케이블카의 빗장이 다시 풀리면서 백두대간의 훼손과 난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사업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는 양양군의 사업 원안에서 7가지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계획도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승인한 설악산 케이블카는 오색약수터 500m 위쪽에 있는 하부 정류장에서 끝청봉 밑에 있는 상부 정류장(해발 1480m) 사이 3.5㎞ 구간을 잇는 사업이다.

사업 예정지엔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과 아고산 식생대가 서식하고 있다.

강원 양양군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케이블카를 완공·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양양군에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으로 이동하는 탐방객을 줄이고, 산양을 포함한 멸종위기 동물 추가 조사와 보호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강풍·낙뢰 시설의 안전대책과 사후관리를 위한 객관적 위원회 구성,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케이블카 공동 관리,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 5%의 설악산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 정류장 주변의 식물 보호대책도 보완토록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남설악의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봉 부근 해발 1480m 사이 3.5㎞를 잇는 사업이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해 협의하고, 산림청·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970~1980년대 대표적 수학여행지였던 설악산 관광이 제2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사 전후의 생태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2~2013년 생태계 파괴 문제로 두 차례 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지난해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추진토록 지시한 뒤 일사천리로 속도를 내다 통과되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박 대통령 지시 후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된 것은 1989년 이후 처음”이라며

“비교적 잘 보전된 국립공원에서조차 난개발이 벌어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산으로 간 4대강…고속개발 부채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된 28일 환경단체들은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정부과천청사 앞에 몰려온 강원 양양군 주민 1300여명은 케이블카 사업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 환경단체 회원들이 2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산양의

가면을 쓰고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찬성”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찬성하는 강원 양양군 주민들이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사업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환경·종교단체들로 구성된 ‘자연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는 성명을 내고 “사업 검토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두 차례나 부결된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후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여졌다”고 반발했다.

 

경단체들은 “설악산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고속개발을 부채질하는 촉발점이 될 것”이라며 ‘원천무효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환경부가 ‘영혼 없는 환경파괴부’로 전락했다”며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환경기준 위배와 경제성 조작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해온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유성철 사무처장은 “말로만 환경과 생태를 떠들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동조한 정치인들을 가려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강원도와 양양군, 추진단체들은 “국내 산악관광을 활성화시키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호열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장(54)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케이블카를 만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오색케이블카는 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화 양양군 번영회장(47)은 “주민들의 염원이었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결실을 맺게 돼 더없이 기쁘다”며 “설악권의 관광경기를

되살리고 국내 산악관광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행정절차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3월쯤 착공할 계획이다.

 

 

두 차례 ‘부결’된 사업…박 대통령 “적극 추진” 한마디에 ‘부활’

경향신문 입력 : 2015-08-28 22:34:40수정 : 2015-08-29 00:38:14

 

ㆍ환경·경제·안전문제 검증 등
ㆍ여전히 미흡·불분명한데도
ㆍ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8일 2012~2013년 두 차례 부결됐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가결하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죽었던 케이블카가 살아났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등에서 1·2차 신청 때와 다를 바 없는 사업계획서를 놓고 환경부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지난해 8월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추진’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원 양양군이 지난 4월 새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뒤 국립공원위가 케이블카 사업을 통과시킬 때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 환경·안전·경제성 논란은 그대로

국립공원위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신청을 조건부 가결한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부의 삭도(케이블카) 가이드라인에

부합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양양군이 1·2차 신청에서 지적된 주요 봉우리와의 거리가 가까워 기존 탐방로와 연계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업타당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설명이 이날 양양군에 내건 승인 조건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부 정류장과 기존 끝청봉 탐방로의 연계를 확실히 배제토록 한 환경부의 주문 자체가 케이블카 탐방객들이 기존 탐방로를 이용해 정상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도 양양군이 하산객들에게까지 케이블카 이용을 허용토록 제안한 데 대해서는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놨다.

 

 

 

환경단체들이 수치 조작 논란을 제기했던 경제성 부분도 검증이 덜 된 상태다.

국립공원위 민간전문위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비용 대 편익이 통상 흑자로 분류되는 1.0 이상이어서 전반적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탑승객 추정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탑승객 추정을 위한 4가지 시나리오도 탑승객 수가 연간 48만명에서 70만명까지 차이가 나 편익을 추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강풍 등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풍속 영향을 줄이기 위한 안전대책 보완,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 등을 보완토록 양양군에 요구했다.

그러나 끝청봉 인근처럼 초속 20m가 넘는 바람이 부는 지역에서 소형 곤돌라 크기의 케이블카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양양군 계획상의 케이블카는 폭우나 폭설 등의 재해 시 속수무책인 상태다.


 

환경부가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해 추가 조사 및 보호대책 수립을 양양군에 요구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양양군의 생태 조사나 보전 계획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가결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 국립공원 빗장 풀리는 난개발 우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은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케이블카 완공 후 설악산 정상에 산장호텔·레스토랑·산악승마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악관광 활성화

개발계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악산부터 개발 광풍에 휘몰릴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재 관광용 케이블카는 전국 21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전지역 등 5중의 법적장치로 보호받던 설악산이 뚫리면서 백두대간의 ‘케이블카 몸살’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월출산·속리산·소백산 등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 30여개 지자체들은 산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과 공공개발 방식으로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해발 1209m) 북서쪽 정상 부근까지 2.46㎞를 오가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 천왕봉에, 대구시가 팔공산 갓바위에, 경기 포천시는 산정호수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생태계 훼손 등을 우려한 반대 여론으로 대부분의 사업은 답보상태이고, 찬반집회가 부딪치며 지역 주민들의 반목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한 7대 조건은?

국민일보 | 김철오 기자 | 입력 2015.08.28. 21:41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남은 인허가 절차와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면 2018년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탐방객은 설악산 초입인 ‘오색’에서 대청봉 인근인 ‘끝청’(해발 1480m)까지 3.5㎞ 구간을 케이블카로 이동하게 된다.

끝청은 중청봉 및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다. 대청봉과는 직선으로 1.4㎞ 떨어져 있다.

오색케이블카의 소요 시간은 15분 정도다. 1시간에 최대 825명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장애인·노약자도 주봉(主峯)인 대청봉 주변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한 강원도와 양양군은 ‘2018 평창올림픽’ 관광 특수를 기대한다.

하지만 환경 단체와 일부 야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고 경제성도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7대 조건은=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조건을 내걸고 사업을 승인했다.

주로 환경단체 등이 제기한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다.

우선 ‘탐방로 회피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케이블카로 끝청까지 간 다음 대청봉에 등반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이런 등반 루트가 가능할 경우 환경 훼손이 심각해진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덕유산 향적봉 탐방로가 전국에서 ‘사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데, 대청봉도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어서다.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 파괴 논란과 관련해선 추가 조사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수립토록 했다.

 

또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고, 양양군과 공원관리청이 케이블카를 공동 관리하도록 했다.

운영수익의 15% 혹은 매출액의 5%로 설악산환경보전기금을 조성하도록 요구했다.

일부 개발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안전 대책도 보강토록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케이블카의 지주(支柱) 사이가 멀고 강풍에 취약해 탈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위원회는 지주 간 거리와 바람 영향을 고려해 설계에 반영하고, 지주마다 풍속계를 설치해 낙뢰와 돌풍에 대비토록 했다.

 

◇환경단체 “7대 조건은 기만”

“총력 투쟁”=환경운동연합은 케이블카로 끝청에 올라 대청봉까지 오르는 탐방객을 막기 어렵다고 본다.

케이블카 건설로 탐방객 집중을 유도하면서 다시 분산하는 대책을 만드는 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탐방객들은 어떻게든 케이블카를 이용해 대청봉으로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도 “대책을 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7대 조건은) 여론 무마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후 모니터링 대책을 마련토록 요구한 데 대해 “한번 훼손된 자연은 복원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특히 고산지대 아래인 아고산 지대는 특히 그렇다. 국립공원 경관의 훼손에 대한 대응도 없다”고 꼬집었다.

환경보전기금 조성에 대해서도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맹 국장은 “환경 훼손에 따른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면죄부를 줬다”고 깎아내렸다.

 

환경단체들은 종교단체 등과 연대해 무효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설악산을 시작으로 케이블카 건립이 전국 명산에 도미노처럼 나타날 것”이라며

“졸속으로 밀어붙인 환경부 차관부터 사퇴시켜야 한다”면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삼수 끝에 승인, 강원도 ‘반색’= 국립공원위원회는 앞선 두 차례의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만 충족하면 자연경관 훼손 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장 큰 산을 넘은 것”, 강원도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 전에 완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2012·2013년 환경파괴를 이유로 ‘퇴짜’를 맞았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2012년 오색∼대청봉 구간을, 2013년 오색∼관모능선 구간을 대상으로 케이블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1차 때는 케이블카가 들어설 상부 지역이 전형적인 아고산 식생대로 보전 가치가 높고 대청봉 스카이라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아고산대는 고산대보다 약간 낮은 산악지대로 해발 1500∼2500m에 형성된다.

2차 때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신설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추진 지시로 급물살을 탔다.

특히 박 대통령은 2개월 뒤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조기 건설을 지시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