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쌍용차 사태 1년, 이대로 가면 또 터진다

*바다향 2010. 5. 20. 03:12

쌍용차 사태가 일단락 된 뒤 한달뒤인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고 있다.  평택/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쌍용차 사태가 일단락 된 뒤 한달뒤인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고 있다. 평택/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흑자전환 기대감 크지만
신차 1대뿐…경쟁력 부족
인수후보군 비전도 의문
창조적 업체에 매각해야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 쌍용자동차는 화약고 같았다.

사쪽은 지난해 5월22일 사실상 정리해고안인 회생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이에 맞서 노조는 2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이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 호텔에서 회생계획안을 발표하던 그 시각, 노조는 결국 점거농성을 결정했고

이른바 77일간에 걸친 ‘쌍용차 사태’가 시작됐다.


■ 흑자전환 기대 속 매각작업 탄력


1년의 세월이 흐른 뒤, 쌍용차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매우 빠르게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분기 판매량은 내수 6593대, 수출 8422대로, 39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도 123억원에 그쳤다.

1분기 판매실적은 지난해에 견줘 132% 늘어난 수치다.

월평균 판매량도 7000대를 넘어서 손익분기점인 7200대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공장가동률도 99%에 이른다.

2분기 중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오랜 갈증 끝에 신차 생산도 탄력을 받고 있다.

코란도시(C)로 명명된 신차는 7월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코란도시는 쌍용차 최초의 ‘모노코크’(차체와 프레임이 일체화된 구조) 방식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로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사관계도 전례없이 안정된 편이다.

노조는 19일 임금은 회사에 위임하고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며 내년부터 월차를 폐지하는 내용의 임단협

안을 79%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매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오는 28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없으나 인도의 상용차

회사 마힌드라, 대우버스를 경영하는 영안모자, 남선알미늄 등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매각 일정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매각 일정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쟁력 뒤지고 인수후보자 여력도 의구심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상화’ 뒤편에,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무엇보다 경영악화의 주 원인이었던 경쟁력 부족이 꼽힌다.

출시 예정인 코란도시를 빼고는 차량 라인업이 1년 전과 똑같다.

주력 차종인 액티언과 카이런은 2005년, 렉스턴은 2001년 첫 출시됐다.

이미 전체변경(풀모델체인지) 시기를 넘긴 구형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경영학과)는 “쌍용차의 가장 큰 문제인 ‘팔만한 차가 없다’는 약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인수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업체들이 쌍용차를 발전시킬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

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당장 코란도시 생산에 쓰일 1000억원에다,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시장의 예상대로 쌍용차 인수금액이 4000억원 정도라 칠 경우,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6000억원

이상의 현금 동원능력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이밖에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전과 경영능력도 중요한 요소다.


자칫 충분한 고려없이 서둘러 매각이 이뤄질 경우, 3~4년 뒤에 똑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사브 사례 참조할 만”


 이와 관련해 사브(Saab)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거의 ‘문닫을’ 지경에까지 몰렸던 사브는 네델란드에 본사를 둔 소규모 고급차 생산회사

스피케르(Spyker)에 인수된 뒤 중국진출을 선언하는 등 활발한 시장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사브는 연생산량이 10만대 수준으로 쌍용차와 생산규모도 거의 비슷하고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다른 회사에 인수됐다는 점도 비슷하다”며

“자동차산업을 잘 이해하고 뚜렷한 비전이 있는 업체에 인수되면 단기간에라도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러시아나 동유럽처럼 쌍용차처럼 튼튼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을 통할만한 시장은 아직 많다”

고 조언했다.


창조적인 비지니스 모델 개발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기찬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처럼 국내에서 차량 생산을 모색하는 해외 브랜드에 라인과

인력을 빌려주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영석 한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쌍용차를 전기차 시장 진입의 교두보로 삼는 것도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좋은 전략”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