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정보

[주꾸미] 봄이 제철? 철 모르는 착각입니다

*바다향 2014. 10. 26. 19:53

 

주꾸미는 봄에만 먹는 줄 알았는데, 가을 주꾸미도 맛나더군요.

주꾸미를 맛보려고 찾아간 가을 바다는 풍요로웠습니다.

서해는 지금 꽃게·광어·낙지·대하 등 제철을 맞은 해산물로 가득합니다.

현지에서 전복치(공식 명칭은 '괴도라치')라고 부르는, 정말 미안할 만큼 못생겼지만 맛은 기가 막힌 생선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서해의 가을 별미를 맛보는 법, 이번 주 주말매거진에서 알려드립니다.

주꾸미는 봄이 제철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아 왔다. 오죽하면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잖던가.

그런데 한 미식가(美食家)의 발언이 이러한 믿음을 흔들리게 했다.

본지에 맛 칼럼을 종종 쓰는 이 미식가는 "주꾸미는 봄보다 가을이 오히려 제철"이라고 했다.

근거도 나름대로 그럴듯했다.

 "봄 주꾸미가 왜 유명한가요? (사람들이 흔히 대가리로 아는) 몸통에 알이 꽉 차기 때문 아니오. 그런데 모든 짐승은 새끼나 알을

배면 제 몸에선 기름이 빠지기 마련이오. 주꾸미도 마찬가지지. 알을 먹으려면 봄이지만, 주꾸미 자체의 맛은 가을이 낫다니깐."

◇봄보다 보드라운 육질의 가을 주꾸미

기자는 모든 걸 의심하고 그 의심을 확인하는 직업이다. 당장 가을 주꾸미 맛을 확인하러 떠났다.

목적지는 주꾸미의 주산지인 충남 서천과 보령. 서천 마량포구 인근에는 주꾸미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서산회관'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주꾸미를 다뤄온 이 식당 주인 권문기(65)·김정임(62) 부부에게 가을 주꾸미에 대해 물었다.

"지금이 연하긴 해요. 봄 주꾸미는 머리통이 이만하게 크고 알도 꽉 차긴 했는데, 아무래도 크기가 크면 질기지.

봄, 그러니까 3월 말쯤 되면 많이 영글었으니까. 새끼 낳으면서 제 몸을 희생하는 거여."

주꾸미는 새끼 사랑이 절절하기로 유명하다.

소라 껍데기 속에서 알을 품으면 먹이를 먹지 않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기다린다.

암컷은 빨판으로 알을 닦아주고 맑은 물을 흘려 산소를 공급하는 등 새끼가 제대로 부화하도록 온 힘을 쏟는다.

알이 부화하면 어미는 기운이 다해 죽는다.

주꾸미는 보통 1년생으로, 늦봄에 알에서 부화해 여름을 거치며 자라난다.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여름에는 자취를 감춰 잡히지 않는다.

그랬다가 찬 바람이 불락 말락 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다.

가을에 잡히는 주꾸미는 비록 다 자라긴 했지만 아직은 어리다. 인간으로 치면 '청년'쯤에 해당한달까.

그러다 겨울을 거쳐 봄이 될 즈음이면 생식이 가능한 성체(成體), 즉 완전한 어른으로 다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어린 청년일 때보다는 질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량 적지만 가격은 봄보다 훨씬 저렴

서산회관이 전문으로 하는 주꾸미 볶음과 샤부샤부를 주문했다.

볶음용 주꾸미는 잘려 나오고, 샤부샤부용은 내장만 제거한 채 통으로 나왔다.

확실히 봄보다는 몸통(대가리) 지름이나 다리 길이 등이 가을보다는 짧았다.

무와 쑥갓 따위 채소가 들어간 맑은 국물이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기 시작했다.

서둘러 주꾸미를 투척했다.

소불알처럼 축 처졌던 주꾸미들이 뜨거운 기운에 익으면서 몸통과 다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펼치기 시작했다.

너무 익어 질겨지기 전 가위로 주꾸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육질이 봄보다 보드라웠다. 하지만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을 선호한다면 봄 주꾸미가 낫다고 할 듯도 싶다.

특히나 밥알 비슷한 알을 주꾸미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로 친다면 가을보다는 봄에 먹는 편이 나을 듯하다.

서해안에서 규모가 큰 수산시장 중 하나인 보령 대천항수산시장으로 갔다.

주꾸미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80개 점포 중에서 주꾸미를 파는 곳은 서넛이 고작이었다.

대천항수산시장 상인회 허영규 회장은 "주꾸미 철이 워낙 봄으로 인식돼 있다 보니 어선들이 봄에 주로 잡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량은 적은 대신 가격은 봄보다 훨씬 쌌다.

물때나 어획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1㎏당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허 회장은 "봄에는 ㎏당 4만원쯤 한다"며 "가을에는 주꾸미 몸집이 작아서 ㎏당 12~13마리인 반면, 봄에는 ㎏당 7~8마리 된다"고

말했다.

◇쉽고 재미난 주꾸미 낚시

가을 주꾸미는 낚시로 잡는다.

가을이면 충남 서천 홍원항, 보령 오천항·대천항 등 충남 서해안 일대 항구에는 주꾸미를 잡으려는 낚시애호가들로 북적댄다.

초보들에게도 인기다. 쉽기 때문이다.

흰색 도자기 구슬이 매달린 낚싯바늘을 바닥에 내리기만 하면 주꾸미들이 달라붙는다.

주꾸미가 구슬을 먹이 또는 자기 영역을 침범한 적으로 알고 쫓아내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란다.

봄에는 어부들이 소라 껍데기를 줄줄이 매단 기다란 줄을 배에 실어 바다로 가지고 나간다.

바닥에 닿도록 풀어놓았다가 끌어올려 껍데기 안에 든 주꾸미를 잡는다.

오천항에 도착한 오후 3시는 마침 낚싯배들이 돌아오는 때였다.

새벽부터 주꾸미 낚시를 했다는 한 낚시꾼은 "오늘은 입질이 영 별로였다"면서 "평소보다 훨씬 못 잡았다"고 풀 죽은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아이스박스는, 적어도 3분의 2는 주꾸미로 가득했다.

11월 중순까지는 주꾸미 낚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 [주말매거진] 주꾸미가 봄이 제철? 서해에서 즐기는 '가을 바다의 맛'

'맛집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Korea Travel | 제주 ⑦ 푸드  (0) 2014.11.14
아리랑 시장이 궁금하거든 정선으로 오시라요  (0) 2014.11.14
민물장어  (0) 2014.09.23
보양식 뱀장어  (0) 2014.09.19
진격의 김밥  (0) 201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