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의 애환이 깃든 '동해의 차마고도',
울진과 봉화를 넘나드는 십이령 바지게길 130리, 고단한 삶을 짊어진 보부상의 걸음이 이 길을 다졌다.
하루 탐방객 수가 제한되어 있어 조금만 부지런하면 숲을 전세 내어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십이령길은 내륙인 경북 봉화와 바닷가인 경북 울진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
조선시대부터 방물 고리에 댕기, 비녀, 분통 등을 담아 멜빵에 맨 봇짐장수와 지게에 생선, 소금, 목기 등을
진 등짐장수 같은 보부상들이 이 길을 수없이 걸었다.
보부상들은 날마다 울진에서 해산물을 잔뜩 이고 지고 130리 산길을 걸어와 봉화에서 농산물로 바꾸고
울진으로 돌아가는 고된 삶을 살았다.
이 길을 오가던 보부상들은 바릿재, 평밭, 샛재, 너삼밭재, 너불한재, 저진치, 한나무재, 넓재, 고치비재, 멧재,
배나들재, 노루재 순으로 열두 고개를 차례로 넘고 작은 고개만도 30~40개나 넘었다.
1980년대 초 불영계곡 옆으로 36번 국도가 개통된 후 보부상의 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걸음으로 만들어진 길은 금강소나무숲길이라는 이름의 트레킹 코스로 남았다.
'십이령 바지게길'이라 불리는 금강소나무숲길은 3년간의 생태조사 끝에 2010년 1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5개
구간 중 현재 1구간(13.5km)과 3구간(18.7km)이 개방됐다.
2개 구간 모두 3일 전에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걸을 수 있으며 화요일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1구간은 하루 80명, 3구간은 하루 100명만 방문할 수 있는데, 숲해설가와 함께여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오전 9시, 1구간의 시작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1리에서 숲길로 접어들자마자 길가 비각(碑閣)에 쇠로 만들어진
비석 두 기(基)가 보존되어 있다.
내성행상불망비라 불리는 이 비석들은 조선 말기 봉화 소천장을 관리하던 반수(우두머리)와 접장(장터 관리인)의
은공을 잊지 말자고 보부상들이 세운 공덕비다.
두천1리를 떠나 첫 번째 고개인 바릿재를 넘어 찬물내기에서 주민들이 나르는 점심을 먹고 임시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이용한다.
숲길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왕피천 생태경관보호지역 사이를 관통한다.
이곳은 비무장지대를 제외하고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 능선에는 나무껍질이 붉은 금강소나무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금강산 줄기에서 태백산맥을 따라 울진·봉화 일대와 강릉·삼척을 비롯한 백두대간 지역에 분포하는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나무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샛재 주변에는 어명을 받아야만 베어낼 수 있었다는 문화재 복원용 금강송들이 노란 띠를 두른 채 서 있다.
어른 두 사람이 두 팔을 이어 감싸 안아도 모자랄 정도로 거목이다.
샛재를 넘어 너삼밭재에 이르는 구간은 계곡을 따라 푹신한 솔잎을 밟으며 하늘을 가린 활엽수 지붕 밑으로
걷는 길이다.
보부상의 애환이 어린 길은 녹록지 않다.
탐방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개인적으로 방문할 경우 새벽에 출발하거나 그 전날 출발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숲길을 걷는 동안 이보다 더 맑을 수 없는 공기 속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하노라면 그런 수고쯤이야 금세
잊힌다.
(글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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