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계곡 자릿세' 지긋지긋하시죠?

*바다향 2014. 9. 13. 02:43

아직도 낮에는 햇살이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휴가는 다들 다녀오셨는지요? 올해도 계곡으로 휴가를 다녀오신 분들 많으시죠?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좀 놀만한 계곡(풍광 좋고, 수심 깊은)에는 이른바'자릿세'라는 게 있습니다.

계곡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해야 할 때 내야 하는 '입장료' 성격이죠. 그

런데 이상한 것은 이 돈을 계곡 옆에서 장사하고 있는 식당에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늘막이 있는 평상 하나를 빌리는데 5만원을 내라고 합니다.

아니면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야 하는데, 4명이 먹으려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게 보통이죠.

메뉴가 주로 백숙이나 오리탕이기 때문이죠. 그도저도 아니면 돗자리를 펴는 대가로 일인당 2만원 정도는 내야 합니다.

이건 평일 기준이고, 주말이나 극성수기에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이런 걸 다 '자릿세'라고 부릅니다.

각 식당들이 차지하고 있는 계곡 구역도 정해져 있어서 피서객들이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식당에서 엄포를 놓기 일쑤였습니다.

계곡이 마치 식당들의 '전용 수영장'이 돼 버린 거죠.

해마다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계곡 자릿세',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몇 가지 제안합니다.

 

 

"여기는 사유지가 아닙니다" 표지판 달기

"계곡에 왜 못 들어가냐" 따지면 상인들은 한결같이 "사유지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물 흐르는 계곡이 사유지라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다만 영업을 하는 식당들은 계곡 옆 땅을 소유하거나,

관할 구청에서 점유허가를 받아 빌려 쓰는 거죠. 다시 말해 공유지에 자릿세를 받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런데 이 자릿세라는 거,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 불쾌하지만 실제 법상으로는 '경범죄'에 불과해 벌금 8만원이 고작입니다.

여기에다 신고를 해 증명하기까지의 과정도 어렵습니다.

자릿세를 받았다는 물증(입장권 등)이 있거나, 한 사람 이상의 증인이 필요합니다.

기분좋게 놀러와서 자릿세 때문에 경찰에 경범죄를 신고하고, 업주와 싸워가면서 벌금을 물리게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찮다는

겁니다. 실제 구청 홈페이지 등 각종 민원 게시판을 보면 '계곡 자릿세'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지지만,

계곡 자릿세로 벌금을 물어낸 업주는 전국적으로 한해 10건에도 못미칩니다(경찰청 통계).

그래서 관할 당국에 제안합니다.

계곡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경찰과 시군구 합동으로 "이 계곡은 사유지가 아닙니다. 고로 자릿세를 받는 것은 불법입니다.

마음 놓고 놀고 가세요"라는 표지판을 하나씩 설치하는 게 어떨까요?

제가 만난 공무원마다 "해마다 여름마다 빗발치는 자릿세 민원 때문에 관할 부서는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라고 말합니다.

처음 설치할 때는 업주들과 불쾌한 언성이 오고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표지판을 설치해놓으면 계곡을 찾은 시민들도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고,

상인들의 황당한 자릿세 요구도 상당 부분 근절되거나 줄어들지 않을까요?

 

 

▲ '자릿세' 대신 '음식의 질' 높이기

상인들에게 제안합니다. '자릿세' 대신 식당 음식의 질을 높여 손님을 늘리는 전략은 어떨까요?

민원인들의'자릿세' 횡포 경험담을 보면, 열이면 열, "다시는 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도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라고

마무리되곤 합니다.

자릿세를 받는 것은 당장에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손님들이 그 계곡을 외면하게 만들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현지 분들은 거의 대부분 "계곡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외지인들이고, 현지 사람들은 절대 안간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계곡을 들른 외지인들에게만 장사하실 생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 계곡 식당 음식에 대한 불만들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냉동고에 언제 들어갔는지 모를 만큼 퍽퍽한 닭 백숙, 지저분한 위생 등. 식당 음식의 질을 높이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받아서,

내년에도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조금만 더 친절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취재를 하면서 더 놀란 것은 자릿세 자체보다 상인들의 태도였습니다.

관련 보도(계곡이 식당 전용 수영장?…자릿세 횡포 여전, 8월 1일 방송)를 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짐작하시겠지만,

처음에는 취재진을 반기다가도, 자릿세를 낼 의향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거의 대부분 반말로 바뀌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건장한 남성 3명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하니, 여성 고객 등 다른 경우는 짐작하고도 남겠죠?

오랜 기간 저희 같은 생각을 가진 피서객들을 상대하면서 암묵적으로 이런 태도가 몸에 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쓰레기는 되가져 오기

마지막으로 계곡을 찾은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제발 들고 온 쓰레기는 다시 들고 갑시다.

취재를 하면서 상인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식당업주) 관리를 안 하면 조금만 지나면 엉망 된다. 쓰레기 안 가지고 가는 건 기본이고,

음식물을 계곡에 버리는데다 용변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자릿세를 받는다"

자릿세 받는 게 밉다고 마냥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계곡 자릿세' 보도만큼이나 해마다 나오는 보도 또한 '계곡 쓰레기 몸살'이죠,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관할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자릿세가 근절된다 하더라도, 피서객들이 훑고간 계곡에 쓰레기만 쌓인다면 계곡 자릿세는

슬그머니 다시 생기고 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