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정보

<비정상회담> 3명의 남자가 말하는 '여행'

*바다향 2014. 9. 5. 15:36

세계 곳곳, 의외의 도시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보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여행자 수가 증가한 만큼 여행의 태도도 좋아졌을까?
JTBC의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청년 대표, 에네스 카야와 기욤 패트리, 다니엘 린데만에게 물었다.
한국인 여행자의 여행법,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 에네스 카야


터키에서 온 영화배우. 

직설적이고 까칠한 에네스 카야의 독설에 걸려든 한국인 여행자의 낱낱!


터키에도 한국인 여행자 많죠? 어떤 이미지인가요?

자기 나라 음식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요.

길어봤자 2, 3주짜리 여행인데 김치를 굳이 바리바리 싸들고 가요.

현지 음식 입에 안 맞는다고 호들갑떨고.

여행은 즐겁자고 가는 거고, 먹는 일도 즐거움 중 하나고,

먹는 게 안 맞으면 여행이 힘드니까 그런 거 아닐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니까요.

예전에 트라브존의 라이브 레스토랑에서 한국인 그룹과 시장이 주최하는

식사를 한 적이 있어요.

여행 이틀째 날이었는데 그 사람들이 김치를 꺼내더라고요.

냄새가 너무 심해서 무대에 있던 가수가 노래를 중단했어요.

한국 사람들 로마 가면 로마법 따르라고 하면서 본인들은 왜 안 지켜요?

그리고 터키에 맛있는 케밥이 얼마나 많은데. 밥도 있고 생선 요리도 있고.

그 나라 음식 중 입에 맞는 거 찾는 것도 즐거움이에요

맞는 말이네. 그리고 또?

다 그런 건 아닌데 그 나라의 자연이나 유산을 좀 얕보는 유형이 있어요.

파묵칼레 앞에서 "지리산에 흰 칠 해놨구먼 뭘", "성 소피아 성당? 우리도 명동성당 있어"

이런 소리 할 거면 뭐 하러 비싼 돈 들여 파묵칼레 왔어요? 지리산 가지.

말은 그래도 속으론 감동해요. 나 근데 왜 두둔하지?

흐흐. 안 그러는 사람도 많은 거 알아요.

그리고 터키의 한국인 가이드 중에 잘못된 정보를 얘기하거나 "이 음식 내가 먹어봤는데

맛없어. 딴 거 먹어" 하고 말하는 사람 많이 봤어요.

맞다. 가이드가 여행자의 경험을 맘대로 제한하죠. 조언이랍시고.

제일 중요한 건, 그 나라에서 기본적으로 터치하면 안 되는 것이 뭔지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예요?

터키는 이슬람 국가잖아요. 당신이 남자면 지나가는 여자한테 말을 걸면 안 돼요.

그 여자 옆에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다, 그럼 팰 수도 있어.

길을 묻는 것도 안 되나?

그런 거 말고. 기념사진을 찍자거나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거요.

아님 터키 여자 사진을 막 찍거나. 자제해야 돼요.

특히 옆에 남편이 있으면. 근데 남의 여자 사진을 왜 찍고 싶어 하는 거야, 도대체?

예쁘니까. 사진으로라도 터키의 여인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게 이상한 거지. 문화를 존중해야 돼. 만약 다른 나라 여행자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무릎에 앉아 셀피 찍으면 좋겠어요?

하하. 뭔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좋은 여행자는 어떤 여행을 하는 사람일까요?

왜 그 나라에 가려는지 스스로 잘 알아야 해요.

남들이 좋다니까 나도 가볼까, 말고. 그럼 뭘 보고 뭘 먹고 뭘 경험하고 싶은지가 나와요.

그리고 여행할 나라에서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게 뭔지 꼭 알아야 돼요.

터키는 특히 종교. 알았죠?

 

 


Daniel Lindemann 다니엘 린데만

<비정상회담>에 새롭게 합류한 독일 대표.

휴 잭맨을 닮은 외모,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조용해도 할 말은 다 하는 다니엘의 눈에 비친 한국인 여행자의 실체는?


여행 할 때 한국 사람과 독일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예요?

음. 한국 사람은 맛집 찾는 데 열정이 넘쳐요. 아예 먹으러 여행 가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독일 사람은 대부분 쉬러 가는 게 목적이에요.

해변에 누워서 책 읽고 수영하고 저녁에 괜찮아 보이는 데 들어가서 맥주 한잔하고.

먹는 걸 좀 밝히긴 하죠.

근데 독일인들은 여행지에서 아무데나 들어갔다가 음식이 맛없고 비싸면 화 안나요?

독일 사람은 평소에 굉장히 알뜰하게 지내다가 여행할 땐 여유있게 소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화를 내기 보단 그냥 대충 먹고 돈을 내고 나오죠.

그런데 한국 사람한테 먹는 거 중요한 거 알아서 저는 이제 이해해요.

한국 친구랑 여행한 적 있어요?

네. 독일에서 대학교 다닐 때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랑 네덜란드에 갔었어요.

그런데 정말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우더라고요.

특히 도시를 여행할 때. 마음놓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조심스러웠어요.

친구들이랑 간 건데도 여행사 단체여행 는 기분이었어요.

불편했어요?

장단점이 있어요. 놓치는 게 없고 실패할 확률이 적죠.

근데 혹시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 알아요?

그 사람의 어떤 책에 "아무런 계획 없이 어떤 도시의 뒷골목을 걷다가 작은 성당을 발견하라.

그 안에 들어가서 그 도시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라"는 내용의 글이 있어요.

저는 이런 여행에 동의해요.

한국에서 유럽에 가려면 12시간을 날아서 가야 해요. 돈도 많이 들고 시간을 내긴 어렵고.

맞아요. 저도 회사 친구들 보니까 그런 느낌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이해가 가요.

그 전엔 한국 사람들 여행 와서 사진만 찍고 빨리빨리 돌아다니는 거 이해 못했어요.

사진을 찍어야 그 여행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인간은 망각하잖아요.

독일엔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같은 말이 없어요. 사진을 찍긴 찍어도 그 자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잠깐 셔터 한번 누르면 끝이에요. 독일인들에겐 그 도시나 그 명소에 대한 느낌을

간직하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느껴요?

방법이나 여행의 습관 같은 게 있어요? 제가 한국에 와서 광화문에 처음 갔을 때예요.

마실 걸 하나 사서 숭례문이랑 그 주변이 잘 보이는 데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리고 15분, 20분 정도 그냥 봐요.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도 보고, 주변 분위기도 살피고, 개인적인 생각도 하고. 독일 경구 중에

"Den puls der stadt tuhlen"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 도시의 맥박을 느껴라'라는 뜻이에요.

그런 여행을 해봐도 좋을 거 같아요.

이런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거 있어요?

한국 사람들 특징이 있어요. 여행지에서 길을 걷다가 여기 예쁘다~, 하는 게 있으면 갑자기 멈춰요.

뒷사람은 신경 안 쓰고. 길을 막는거잖아요.

독일에선 인도가 아무리 넓어도 늘 뒷사람, 앞사람을 생각해요.

걷다가 뭔가를 보고 싶어서 멈출 땐 뒤에 오는 사람을 좀 생각해줘요.

 



Guillaume Patry 기욤 패트리


캐나다 출신의 전직 프로게이머.

스타크래프트 팬에겐 전설로 통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선 귀여운 한우 성애자 '소고기욤'으로 불린다.

성격 좋은 기욤도 얼굴을 찌푸린 한국인의 여행 스타일은?


한국인 여행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한국 사람은 여행할 때 맛집을 많이 찾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한국 사람 만나면 반가워요.

맛있는 델 알려주거든요. 흐흐. 고깃집 같은 데.

그리고 빅 그룹. 단체여행 아니어도 이 집 가족 저 집 가족,

할머니네, 고모네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거 좋은 거 같아요.

그게 좋다고요?

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여행을 가시면 저랑 형을 어디에다 맡겼어요.

할머니네 맡기거나, 옆집에 맡기거나. 일주일 동안 우린 거기서 살아요. 엄마 아빤 여행 가고.

안 서운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조금 서운하긴 하네요. 흐흐흐. 그런데 어렸을 땐 전혀 그런 거 없었어요.

아이들이 나이가 좀 많아도 꼭 함께 가려고 하는 거. 그거 좋은 거 같아요.

캐나다 사람들 여행 스타일은 뭐예요?

캐나다는 날씨가 대체로 추워요. 수영할 수 있는 여름이 두 달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날씨가 따뜻하고 맑은 나라를 가려고 해요.

길게 여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텔 대신 아파트를 빌려서 자유롭게 놀죠.

뭐 하고 놀아요?

그냥 놀아요. 그 도시의 어떤 랜드마크나 대표 관광지를 보려고 애쓰지 않아요.

지나가다 있으면 모를까. 바쁘지 않게 여행하는 게 중요해요.

왜 안 봐요? 그런 걸 보는 것도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텐데.

다음에 또 올 거니까.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보면 되니까.

한국 사람은 한 번 갔던 여행지엔 절대 다시 안 가려고 해요.

캐나다 사람은 안 그래요.

만약 타이에서 한 스쿠버 다이빙이 정말 좋았으면 내년에도 또 가요.

기왕이면 새로운 데가 더 좋잖아요.

타이 바다 다르고 몰디브 바다 다르고 호주 바다 다르니까.

여행 많이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새로운 곳에 가면 신경 쓸 게 많잖아요.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어딘가가 불편할 수도 있고. 그런데 익숙한 데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가본 델 또 가보는 여행도 매력이 있어요.

이런 여행자 꼴불견이다.

드레스 코드를 무시하는 사람.

사실 한국에서는 웬만한 레스토랑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가도 별 문제없어요. 관대해요.

그런데 외국에선 도시마다 드레스 코드에 대한 개념이 달라요.

그걸 따라줘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되니까.

에티켓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행이 즐거워지는 여행자의 자세가 있다면 뭘까요?

자기 나라의 문화를 잠시 버릴 수 있는 태도. 새로운 문화와 자기 나라 문화 사이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자세.

예를 들어 중국에선 종업원이 테이블에 접시를 던지듯이 놔도 큰 문제가 안 돼요. 그게 거기 문화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도 그게 그 나라 문화라면 그냥 존중해줘요. 괜히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어요.

그럼 나만 손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