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은 그 숲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자작나무숲을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그 숲을 좀처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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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입구. |
등산로마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깊은 산 속에서, 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들마저 하얀 색을 띠고 있는 풍경이라니….
아이들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그 풍경이 한순간 나로 하여금 현실적인 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숲 안에 빽빽히 들어서 있는 자작나무들.
그 후로도 한동안 그 자작나무숲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얀 색을 볼 때마다 눈 속에 곧게 서 있던 자작나무들이 떠올랐다.
그러던 지난해 늦가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다시 그 자작나무숲과 마주쳤다.
미술관 뒷마당에 심어 가꾼 지 얼마 안 돼, 아직 어린 티가 풀풀 나는 그곳의 자작나무숲은 장성한 자작나무
숲에서 풍겨 나오는 고상한 기운을 느끼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그곳의 자작나무숲은 그 이전까지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 하나를 더 가르쳐주었다.
가을에 보는 자작나무숲은 겨울에 보는 자작나무숲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가을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자작나무 잎은 은은한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그 풍경이 마치 거대한 은빛 촛대에 노랗게 일렁이는 촛불을 밝혀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곳에 그런 모양을 한 은빛 촛대가 수백 개가 늘어서 있었다.
자작나무숲은 그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수근 미술관에 있는 자작나무숲을 다녀온 이후로는 또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자작나무숲이 황금빛으로 물든 광경을 만끽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찾아간 곳이 바로 자작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명품 자작나무숲'이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탐방로 일부. 하늘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 자작나무들
늦가을,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자작나무 단풍
▲지작나무 밑동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여행객.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자작나무숲에 왜 하필이면 '속삭이는'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였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이 자작나무숲을 찾아가 보면 알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마치 나무들이 허공중에서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무도 나무지만, 그 소리도 어딘가 모르게 예사롭지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강원도에는 자작나무숲이 여러 군데 있다. 인제, 횡성, 홍천, 태백 등에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그중에 한 곳이, 이곳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다.
이 숲은 다른 군락지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자작나무 밀집도도 꽤 높은 편이다.
수령이 30년에서 50년 가까이 되는 자작나무가 90만 그루 이상 자라고 있다.
숲 속에 빽빽이 꽂혀 있는 자작나무들이 장관이다.
나무 끝은 왜 또 그렇게 높은지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봐야만 한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은 단풍이 어느새 절정을 넘어섰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 소리가 마치 바닷가 백사장을 쓸고 지나가는 파도 소리 같다.
노란색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서, 숲은 점점 더 빠르게 조락의 계절을 맞고 있다.
그나마 옅은 색을 띤 단풍이 더욱 더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자작나무 숲만이 가지고 있는 은은한 단풍 빛은 여전히 살아 있다.
자작나무 단풍잎은 같은 노란색인데도 은행나무 잎보다는 좀 더 옅은 빛을 띠고 있다.
그래서 자작나무 단풍은 멀리서 보면, 산자락에 마치 수채화를 그리려는 생각으로 여기 저기 살짝살짝
붓질을 해놓은 것 같이 보인다.
침엽수림이 여전히 푸른 상태로 남아 있거나, 다른 활엽수들이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작나무는 가을날에 잎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것에서마저 '독존'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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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 탐방로를 걸어가는 여행객들. |
자작나무는 그저 그 앞에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자작나무는 은박지로 감싸놓은 것 같이 반짝이는 하얀색 나무껍질과 하늘을 찌를 듯 가늘고 곧게 뻗은
몸통이 보통 고고한 게 아니다.
겉모습부터, 검은 색이나 잿빛을 띠고 있는 나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 모습에서 신비한 기운마저 풍긴다.
그런 나무들이 떼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아무런 특색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풍경을 보여
줄 리가 없다.
전국에 아름다운 숲이 여러 군데 있다.
그 중에서 자작나무숲처럼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숲도 드물다.
이 숲을 '명품'으로 부르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명품 자작나무숲'이라고 하니까, '또 아무 데나 명품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인다'며 코웃음을 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은 아무 데서나 명품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쓴다.
그러다 보니, 그 말의 진실성마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다르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로 만든 움막.
이런 숲은 흔치 않다.
이 숲은 마음을 비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잡념이 사라진다.
최근에는 이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 소란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이 숲은 사람들이 다 차지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다 품어 안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넉넉하다.
숲은 여전히 자유롭다.
사람들은 그 안을 그냥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작나무숲은 또 사람들을 동심에 젖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때마침 도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왔다.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아이들 눈엔 이 숲이 하얀 색 나무 궁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숲 속 여기저기에서 동심에 빠진 어른들이 터트리는 웃음과 감탄 소리가 들린다.
이 숲에 명품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자작나무숲 탐방로에서 서서 기념 촬영을 하는 여행객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안에는 3개의 탐방로가 있다. 탐방로 전체 길이는 3.5km에 달한다.
자작나무숲에는 일부 낙엽송 숲이 포함되어 있다.
낙엽송은 가을 단풍철이 되면 자작나무 잎만큼이나 옅은 노란 색을 띤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어디서 어디까지가 낙엽송 군락지이고 또 어디서 어디까지가 자작나무 군락지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낙엽송보다는 자작나무가 상대적으로 더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낙엽송을 보고 자작나무숲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을 찾아가려면 미리 몇 가지 알고 가는 게 좋다.
자작나무숲은 비교적 깊은 산 속에 있다.
이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한다.
대중교통 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숲 주변에 따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많은 것치고는 이렇다 할 편의시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여행객들은 할 수 없이 숲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 2차선 도로변에 차를 댈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곳 도로변에는 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 줄이 심할 땐, 몇 백 미터가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입구에 산불 예방을 위해 등산객들의 출입을 관리하는 산림감시초소가 있다.
산림감시초소에서는 숲으로 들어가는 자동차들도 통제한다.
숲 안쪽으로는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펜션을 방문하는 차량이나, 유아숲체험원을 찾아가는 어린이집 차량 등
특수한 용무가 있는 차들 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다.
▲자작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붉은 단풍나무.
산림감시초소가 있는 곳에서 자작나무 숲까지는 3km 가량 떨어져 있다.
임도를 따라서 제법 긴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산책 삼아 올라가기에는 좀 버거운 편이다. 경사가 급한 구간도 많이 나온다.
산길 3km는 평지 3km와는 완전히 다르다.
처음부터 아예 3km를 산길을 따라서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따라서 이곳을 여행하는 데는 일상복보다는 등산복을 입고 가는 게 좋다.
자작나무숲 위로 바람이 비교적 많이 부는 편이다.
게다가 늦가을이나 겨울철 산 속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겨울에는 산길에 눈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아이젠은 필수다.
산림초소 안쪽은 산과 나무뿐이다. 필요한 물건은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산림감시초소 아래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음료수를 살 수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자작나무 숲 입구까지 올라가야 한다.
길은 흙길과 시멘트로 포장한 길이 번갈아 나온다.
그런데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이 기간에는 특히 산불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12월 15일 이후에는 국유림관리소의 판단에 따라서 출입 통제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출입 통제 기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먼 길을 떠나 헛걸음을 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속삭이는 자작니무숲, 촘촘히 박힌 나무들 사이로 얼핏 얼핏 여행객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에서 볼 수 있는 가을 단풍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하지만 자작나무숲을 여행하는 데 굳이 내년 가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겨울에 보는 자작나무숲은 가을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나뭇잎이 모두 다 떨어지고 난 하얀 자작나무숲에 새하얀 눈이 내려 쌓이는 광경이 장관이다.
그 광경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한겨울에 하얀 색 일색인 자작나무가 너무 추워 보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가녀린 느낌마저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자작나무는 수피에 기름기가 많아 불에 잘 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작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 속은 매우 따듯한 나무다.
# 2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자작나무들
강원인제읍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4만여 그루나 되는 '순백의 정령'들이 가녀린 팔을 푸른 하늘에 쭉쭉 뻗고 있다.
북풍한설 칼바람에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꿋꿋하게 견딘다.
맨살 종아리가 안쓰럽다. 가녀린 흰 목덜미가 애틋하다.
마치 산비탈에 하얀 생선 잔가시로 촘촘히 박혀 있는 '빼빼로 숲' 같다.
겨울 자작나무여! 너만이 진정 갈매나무처럼 정갈하고 단호하구나!
인제 원대리=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겨울자작나무는 '순백의 정령'이다.
'하얗고 긴 종아리가 슬픈 여자(최창균 시인)'다. 뽀얀 우윳빛 살결이 우아하다. 기품 있고 정갈하다.
북풍한설 산비탈에 하얀 잔가시로 촘촘하게 박혀있다.
맨살 종아리가 안쓰럽다. 가녀린 흰 목덜미가 애틋하다.
자작나무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꿋꿋하게 칼바람을 견딘다.
시베리아 눈표범 무늬의 하얀 '빼빼로 숲'이다. 흰 몸엔 검버섯 칼자국이 무수하다.
숲 속에선 커엉! 컹!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만주벌판의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여진·말갈·거란족 추장의 거친 고함소리도 엇갈린다.
그렇다. '겨울(자작)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고은 시인).'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오붓하고 아늑하다.
가까이서 스킨십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눈밭의 '숲 속 작은 나라'다.
25ha(약 7만5000여 평)에 4만여 그루가 빽빽하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눈꽃이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춘다.
자작나무 숲 위로 새파란 하늘이 덩그마니 걸려있다. 돌을 던지면 금방이라도 쨍그렁! 깨질 것 같다.
상큼한 자작나무 향기가 싱그럽다. 머릿속이 박하처럼 맑아진다. 바로 '자일리톨 껌' 향기다.
1코스 0.9km, 2코스 1.5km, 3코스 1.1km. 뽀드득! 눈밭을 밟으며 느릿느릿 소걸음으로 걷는 맛이 그만이다.
매끈한 자작나무 몸을 만져보면 단단하면서도 촉촉하다.
인제군 남면 수산리 자작나무숲은 널찍하다. 멀리서 봐야 새뜻하다.
제지회사 동해펄프(현 무림P & P)가 10년 동안(1986∼1995년) 600ha(181만5000평, 응봉산 12골짜기) 땅에
180만여 그루를 심었다. 현재 100여만 그루가 살아남았다.
길게는 25년, 짧게는 16년 정도 나이를 먹었다. 큰 것이 밑동 지름 20cm, 키 15m쯤 된다.
수산리에서 6.7km쯤 가면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선 발아래 한반도 모양의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다.
햇살이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내비치면 자작나무 뽀얀 살결아래 푸른 실핏줄이 보일 만큼 더욱 투명하다.
우듬지 잔가시에 걸러진 햇살이 고슬고슬 눈부시다.
푸른 잣나무, 황갈색 낙엽송, 하얀 자작나무의 어우러짐도 볼만하다.
수산리 자작나무 숲은 트레킹코스로 으뜸이다.
수산리∼어론리 19km 임도코스도 5, 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먹고 마실 것은 준비해야 한다. 임도는 해발 450∼580m에 걸쳐 있다.
대체로 평탄하지만 눈밭길이라 아이젠과 스틱은 기본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원대리 자작나무 숲도 입구관리소에서 3.2km 걸어야 한다.
승용차는 입구부근 주차장에 세워둬야 한다.
산길은 온통 눈밭이다. 발목이 푹푹 빠진다.
입구관리소에서 아이젠(3000원)을 빌려준다.
왕복 3시간은 잡아야 한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옛 소련의 솔제니친은 '1950년 말 위암말기로 죽을 뻔했는데
차가버섯을 먹고 극복했다'고 말했다.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무려 15∼20년 동안 자란다.
두께가 10cm가 넘어야 하며, 15년 이하는 약효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민간약용버섯으로 쓰였다.
솔제니친은 90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한국의 자작나무 숲에는 차가버섯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맞지 않거나, 나무가 아직 오래되지 않아 그럴 것'이다.
일본에선 자작나무가 이에 좋다며 이쑤시개로 많이 쓴다.
'저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자작나무의 눈을 닮고/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 봄이 오면 이마 위로/
새순 소록소록 돋고/ 가을이면 겨드랑이 아래로/ 가랑잎 우수수 지리'
(안도현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에서)
▼ 신라인은 어떻게 자작나무껍질을 구했을까 ▼
1500여 년의 비밀 '천마총 천마도'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삿갓모양의 자작나무집.
안에 들어가면 자일리톨 향기가 박하처럼 맑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의 '백화·白樺').
옛 개마고원 사람들은 자작나무로 움막을 짓고, 자작나무 장작으로 밥을 지었다.
그리고 그 나무로 불을 때 온돌방을 덥혔다.
밤중엔 자작나무 횃불로 길을 밝혔다.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보관했다.
그리고 숨을 거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땅에 묻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명함을 내민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자작나무 집에서 태어나 살다가 그곳에서 죽는다.
자작나무에서 자라는 차가버섯 차를 마시고 자작나무로 페치카를 달군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다.
그러다가 죽으면 자작나무 껍질 옷을 입고 묻힌다.
알타이무당들은 자작나무 껍질로 '하늘의 별을 담는 주머니'를 만들었다.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위쪽 추운지방에서 잘 자란다.
기름기가 많아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
우리나라 백두산 개마고원일대(북위 42도)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대부분 사스레나무이다.
껍질이 매끈하지 않고 약간 거칠다. 약간 구불구불하게 자란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가 발굴됐다.
말안장에 깔아 '흙 튀김 방지'에 쓰이는 장니(障泥·가로 75cm 세로 53cm)에 '혀를 빼어 물고
하늘을 나는 말' 그림을 그렸다.
그림판은 자작나무 껍질을 무려 47겹이나 덧붙였다.
임금의 모자인 듯한 '세모꼴 자작나무껍질 모자'도 함께 있었다.
경주는 북위 35.8도에 불과하다. 아예 자작나무가 자랄 수 없다.
도대체 5∼6세기(추정) 경주에서 자작나무 껍질을 어디서 구했을까.
어떻게 1500여 년 동안이나 썩지 않았을까.
그 무덤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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