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간 기증 젊은이들 위해 복강경 수술 개척"

*바다향 2020. 8. 10. 02:13

[대한민국 베닥] ㉖간수술 분야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

 

"이 훌륭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기둥이자 저력인데…."

20여 년 전부터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60)는 부모에게 기꺼이 자신의 간을 기증하는 자녀들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에 짓눌렸다.

19세~20대에 부모를 살리고 나서, 평생 배에 '영광의 흉터'를 갖게 한다는 게 가슴 아팠던 것. "의사는 건강한 사람을 상처 내고 아프게 해서는 안 되는데…,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깊은 수술자국은…."

서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2007년 세계 처음으로 복강경 간 이식수술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280여 명에게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서 교수는 간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의사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의 의사들이 서 교수의 수술법을 배우러 서울대병원을 찾고 있다.

서 교수는 국내 첫 간이식에 성공한 스승 김수태 교수, 생체간이식 분야에서 세계 흐름을 이끌고 있는 이승규 아산의료원장에 이어 간 이식 분야에서 '3세대 대표주자'로 불린다.

서 교수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000여명에게 간 이식을 집도했으며, 최근 10년 동안 간이식 성공률 99%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무려 380여 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하는 외과 의학자'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심장 분야 개척자인, 선친 서정삼 전 연세대 의대 교수의 영향을 받아서 처음엔 내과에 관심을 뒀지만, 생명의 고비에서 드라마틱하게 살아나가는 환자들을 보고 외과에 지원했다.

1988년 전공의 4년차 때 김수태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간이식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간청했다.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그는 전임의 시절 2년 동안 소아 간이식을 맡아 숨 쉴 새 없이 바삐 뛰면서도 병원 본관 13층 동물실험실에서 개, 돼지와 함께 살다시피 했다.

동물실험 관리가 엄격한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인근 방산시장에서 개를 고르고 사왔고 수혈을 위해 개의 피를 뽑아왔다.

간을 이식받은 개를 살리기 위해 '자작 생체 모니터'를 체크하며 개 옆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는 개 100여 마리, 돼지 50여 마리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실험했고, 이러한 동물실험은 나중에 서 교수가 사람을 대상으로 수술할 때 뛰어난 수술결과의 밑거름이 됐다.

그가 지금까지 간 수술을 하면서 혈관이나 주변 장기를 잘못 건드려 대량출혈이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서 교수는 1998년 뇌사자 한 명의 간을 세 살배기 아이와 33세의 남성 환자에게 나눠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으며 이듬해 세계 최초로 오른쪽 간 일부 생체 간이식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생후 29개월 된 아기의 간에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보조 간이식'에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 전체를 떼어내는 것보다 어려운 데다가 특히 남아있는 간과 이식할 간의 혈관기능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초고난도의 수술이었다.

2008년에는 생후 60일된 젖먹이에게 아버지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서 교수는 비록 '생체 간이식'에서 국내 최초의 기록은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현 아산의료원장) 팀에게 빼앗겼지만, 수많은 성과를 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이승규 원장은 서울대병원에서 고군분투하며 환자를 살리는 서 교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설득했지만, 서 교수가 정중히 고사했다는 소문이 한동안 의료계에 나돌았다.

폭포는 폭포를 부르고, 대가는 대가를 인정하는 법. 이 원장은 대웅제약이 자신을 위해 만든 '대웅의료상-이승규 간이식 임상·연구상'의 첫 외과 수상자로 서 교수를 선정했다.

현재 간이식 학계에서는 이 원장이 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서 교수는 세계적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주장에 비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