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계곡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계곡가에서 쉬고 있다. 이 계곡은 최근 남양주시가 전격 철거에
나서기전까지는 주변 음식점들이 계곡을 점유하고 영업을 해 일반
시민들은 계곡물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남양주시의 정비작업으로 문을 닫은 청학리계곡변 음식점.
경기 남양주시가 청학리계곡에 대한 불법 건축·구조물 철거작업에
나서기 이전 모습. 음식점들이 계곡물을 가두기 위해 콘크리트 등
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계곡 위나 주변에 천막과 평상을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
불법 앞에 주인들은 당당하다.
피서객들이 따지기라도하면 그들은 “맘대로 하세요”라는 무시뿐이다.
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단속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바가지 상술과 불법영업 시비가 극성을 부리는 계곡과 하천 음식점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모습이다.
계곡을 사유지처럼 점유한 불법 영업은 관선땐 공무원과 지역 토박이간 얽히고설킨 고리가
오랜기간 눈감아줬다.
민선 이후에는 자치단체장을 향한 ‘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자치단체에선 철거 대신 과태료나 벌금으로 명분만 남기는 것이 이득이라는 표계산법이 작
동되는 것이다.
거기에 과태료나 벌금액은 장사해서 버는 돈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여서 이런 꼴불
견은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건재한게 현실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3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수락산 줄기
에 형성된 청학리계곡. 북한·도봉·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 4대 명산으로 불리는 수락산에서
내려오는 이 계곡이 50여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계곡을 끼고 양쪽으로 들어섰던 음식점 가운데 상당수는 계곡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문을
닫았다.
계곡 위와 주변에 촘촘하게 설치했던 천막이나 평상, 파라솔, 돗자리 등 영업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업소에서 물길을 막기 위해 만든 크고작은 콘크리트 구조물도 사라졌다.
불법시설물 철거 이후 주변 정리작업이 채 끝나지 않아 아직은 지저분한 곳도 있었지만 이날
이 계곡을 찾아온 피서객들은 모두가 만족해했다.
청학리계곡 주변 음식점이 바위에 붙인 메뉴판.
최근 인터넷에서 청학리계곡에 불법시설물이 철거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가족과 함께 놀러
왔다는 박정호씨(42·남양주시 진건읍)는 “이렇게 정비가 가능한 것을 오랜기간 왜 방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음식점 주인들이 마치 자신의 계곡인양 계곡 주변을 막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지방공무원 출신인 박모씨(63)는 “지역내 고질적인 불법을 없애는데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 사례다”며
“요즘 정부가 권장하는 ‘적극행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정씨(33·서울)는 “계곡 평상에서 음식을 시켜먹어도 오래 앉아있으면 눈치를 주는 등 음
식점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가족과 함께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시민의 권리를 되찾은 것만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청학리 계곡 주변에는 피서문화가 유행하던 1970년대부터 음식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1.5㎞이르는 계곡 양쪽에 들어섰던 음식점은 모두 47곳.
하지만 이 가운데 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곳은 4곳뿐이었다.
나머지는 소규모 슈퍼마켓으로 세무서에 영업신고만 하고 사실상 음식점업을 해왔다.
그들 업소는 계곡 주변 하천부지를 1년에 수십만원을 내고 빌려 그 곳에 시설물을 불법설치해
영업장으로 사용했고, 가게 앞 계곡은 사유화했다.
청학리계곡에서 계곡물을 끌어 사용하던 음식점이 피서객에게 알렸던 안내문.
남양주시는 지난해 8월 민선 7기 출범 직후부터 하천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시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청학리계곡을 포함해 은항아리계곡으로 불리는 팔현천, 남양주 월문리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합류하는 월문계곡,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등장하는 구운천 등 주요 계곡·하천에 대한
불법시설·구조물 82개소 철거 작업에 착수해 지난달 마무리했다.
용성만 생태하천과장은 “처음에는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계곡과 하천을 시민들에게
반드시 돌려주겠다는 시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
해 나갔다”며
“이제는 과거의 모습이 재발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청학리계곡 정비작업으로 철거된 음식점 평상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4개 계곡 주변 음식점 업주 80여명은 연대 움직을 보이는 등 반발했다.
하지만 시는 단속 전담팀을 꾸리고, 지속적인 주민설명회와 일대일 면담 등을 통해 사업
의지를 보였고, 행정처분도 병행했다.
주민들은 1년의 유예기간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거 이후에도 공무원과 전문 용역업체에서 추가 불법시설물 설치를 단속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앞으로 이들 계곡과 하천에 산책로, 징검다리, 가로등 등을 꾸며 시민공원
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일상의 탈법과 불법·부정이 개선돼야 선진국이 된다”며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공공의 하천을 불법으로 점유해 영업을 하는 곳은 없다. 시민의
것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자치단체의 당연한 의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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