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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모습' 충주 종댕이길

*바다향 2017. 1. 15. 23:30

충북 충주는 물의 도시다.

남한강이 흐르고, 내륙의 바다라는 충주호를 품어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

풍광이 수려한 덕에 풍경길이 생겼는데, 문화유산과 역사유적지까지 두루 볼 수 있어 걷는

이들이 늘고 있다.


풍경길은 아름다운 호수길이 일품인 종댕이길(12㎞)을 비롯해 비내길(17㎞), 새재 넘어 소조령길(36㎞),

중원문화길(23㎞), 사래실 가는 길(12.4㎞), 대몽항쟁길(4㎞), 반기문 꿈자락길(9㎞), 하늘재길(1.8㎞)

등이 있다.

풍경길은 8개 코스에 총 115.2㎞로 제각각 품은 풍경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걷다 보면 비경이 넘친다.



(사진/전수영 기자)


종댕이길은 삼면이 호수에 둘러싸인 심항산(385m)을 휘도는 길이다.

종댕이(宗堂)라는 말은 인근 상종ㆍ하종 마을의 옛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충청도 사투리다.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


종댕이길은 3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출발점은 모두 마즈막재다.

대부분 사람들이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휘돌아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1코스(7.3㎞)를

찾는데 느릿느릿 걸음으로 3시간이면 넉넉하다.

2코스(9.1㎞)는 심항산을 거쳐 충주댐물문화관, 3코스(6.1㎞)는 도로변 덱을 따라 충주댐물

문화관까지 걷는 길이다.

코스에 구애받지 않고 심항산을 휘도는 호수길(3.8㎞)만 걸어도 좋은데 1시간 반 정도면 가능하다.


“산길이라기보다 산책 코스에 가까워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숲길”이라고 말한다.




◇호수와 숲을 끼고 걷는 풍경길


종댕이길은 주차장이 있는 마즈막재에서 시작한다.

마즈막재는 계명산과 이어져 있는 남산 사이의 고개다.

옛날 남산 아래 처형장이 있어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오지 못해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마즈막재 주차장 맞은편 언덕에는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높이 15m 탑 뒤 부조벽에는 “1253년 몽고의 5차 침입 시 충주성에서 70일간 전개된 치열한 공방전은

대몽항쟁사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성안의 식량이 바닥나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방호별감 김윤후 장군의 뛰어난 지도력과 노비를

포함한 충주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해 몽고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흙길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호수 쪽으로 내려가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원터정이 나온다.

원터정 바로 아래는 옛날 고을 원님이 살았던 곳으로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됐다.

고향을 잃은 이들에겐 가슴 아픈 장소겠지만 긴 세월이 지난 지금은 풍광도 즐기고 사색할 수 있는

힐링의 장소로 바뀌었다.

원터정부터는 심항산 둘레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호반길이다.

오른편으로 충주호의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호수의 찬바람이 뺨을 때린다.


호수를 곁에 두고 걷다 보면 기존의 샘을 좀 더 넓게 파서 조성한 생태연못을 만나고,

좀 더 걸으면 ‘삼형제 나무’라고 불리는 참나무가 반긴다.

사이좋은 형제처럼 한 뿌리에서 세 줄기로 자라났다.


길에 몸을 맡기고 다시 걷다 보면 충주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제1조망대다.

푸른 하늘과 호수를 배경으로 새들의 휴식처인 수초 섬과 철새, 남산과 그 자락의 가옥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다 보면 그동안 풀리지 않던 가슴의 응어리까지 절로 없어진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 있는

종댕이 고개다.

안내판에 따르면 종댕이 고개를 한 번 넘을 때마다 한 달씩 젊어진다고 한다.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밍계정과 모자(母子)나무가 나타난다.

자나무는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가지가 1m 높이에서 서로 맞닿아 가운데에 생긴 둥그런 공간이

마치 어머니의 뱃속을 연상시킨다.


호수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제2조망대에서는 최종진 시인의 시‘마타리꽃’이 말을 걸어온다.

월악산과 충주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2조망대에서 너와 지붕을 얹은 쉼터를 거쳐 피톤치드 솔숲을

쉬엄쉬엄 다 보면 소원바위가 막아선다.

바위 상단이 뾰쪽한 편이고 하단이 넓게 퍼진 집채만 한 바위다.

바위에 소망을 담은 글을 적어 매달거나 돌탑을 쌓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원을 빌고 난 뒤 발걸음을 옮기면 숲해설안내소와 출렁다리로 가는 갈림길이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맛도 색다르다.

길이 50m의 출렁다리를 건너 오르막길로 가면 자동차도로다.

곳에서 왼쪽은 마즈막재이고, 오른쪽은 충주댐물문화관으로 이어진다.


숲해설안내소에서 심항산 정상까지는 1.2㎞로 숲이 깊고 가파른 경사길이어서 숨이 약간 빨라진다.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개옻나무, 갈참나무, 국수나무 등이 도열해 있고, 중간중간 시비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30여 분간 겨울산과 호수의 풍경을 즐기다 보면 정상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