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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 슬로베니아 프레드야마성/ 포스토이나 동굴/ 블레드 호수

*바다향 2016. 12. 24. 02:50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
Predjama Castle 프레드야마성


슬로베니아 로빈 후드의 최후


포스토이나 동굴을 나와 가이드가 우리를 조금 특별한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차로 한참을 달렸건만 도대체 목적지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동굴과 한몸처럼 보이는 성 하나가 그림처럼 걸려 있었다. 


프레드야마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굴에 보존된 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실제로도 성은 동굴과 공존하고 있다.

123m 높이의 수직 절벽 동굴 입구에 지어진 성의 뒤쪽으로는 자연동굴이 이어진다.


과거 적들의 공격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할 때 동굴 뒤편으로 나가 식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반전이 있는 성이다.  


프레드야마성을 거쳐 간 성주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 에라젬 루에거(Erazem Lueger) 이야기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중세시대 도둑 남작으로,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슬로베니아의 로빈 후드(Robin Hood)였다.

그러나 그는 오스트리아 황제였던 프레데릭 3세(Frederick III)에 대항해 미움을 샀고, 급기야 쫓기는 신세가 되어 프레드야마성

으로 피신했다.

성을 에워싸고 오랜 기간 대치했지만 동굴 속에서 생활하면서 동굴 뒤쪽으로만 출입했던 에라젬을 무너뜨릴 방도가 없었던

적들은 마침내 에라젬의 하인 한 명을 매수했고, 그로부터 성벽 중 가장 취약한 곳이 화장실 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에라젬이 화장실을 간 사이 하인은 적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에 적들은 포탄으로 화장실을 저격했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머물렀지만 허무하게도 하인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에라젬.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성 꼭대기 한 구석에 독채처럼 조그맣게 자리한 화장실에 애처롭게 눈길이 갔다. 



동굴 안에 오롯이 자리한, 독특한 모양새의 프레드야마성


프레드야마성 내부에는 뒤쪽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 앞문을 이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했다


슬로베니아 로빈 후드라 불렸던 성주, 에라젬 루에거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 트래비 슬로베니아 원정대(글 정혜은 사진 김상준)
취재협조 슬로베니아관광청 www.slovenia.info



무궁무진한 지하 세계,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동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지하 세계
Postojna Cave 포스토이나 동굴


상상만으로 모든 게 가능한 지하 공간


언더그라운드에 이렇게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지하 세계는 음침하고 탁하다는 게 편견 아닌 편견이었다.

그러나 이 동굴에서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영국의 유명한 조각가 헨리 무어(Henrry Moore)가 ‘가장 경이로운 자연 미술관’이라고 극찬한 곳, 포스토이나 동굴. 수백만년 동안

떨어진 물방울이 모여 산타 할아버지도 되고, 앵무새도 되고, 노아의 방주도 되는 이곳은 상상만으로 모든 게 가능한 공간이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긴 카르스트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이자 세계 3대 동굴로 알려져 있다.

약 21km 총 길이 중 5km 정도 구간만 관광객들에게 개방되는데, 이는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동굴 코스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다.

1시간 30분 정도의 동굴 투어에 앞서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다.

동굴 안은 연중 8~10도 정도로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기차를 타고 일정 구간까지 들어가는데, 동굴 입구에서 오전 10시 30분 출발하는 전기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를 타고 들어가다가 일정 구간에 내린 후 도보로 투어가 계속되었다.

“저기 산타클로스가 있네요” 정말 산타클로스다.

“저기 앵무새 보이시죠?” 그러고 보니 앵무새네.

“곧 있으면 피사의 사탑이 보일 거예요.” 세상에, 이탈리아 여행 때도 보지 못한 피사의 사탑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이 모든 게 석회암과 물의 화학작용이 만들어낸 걸작으로 떨어지는 물에 의해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형성된다.

고드름처럼 자라 천장에 매달리는 것이 종유석, 바닥에 떨어져 석회암 덩어리 탑처럼 쌓이는 게 석순, 석순이 자라 종유석과

만나 기둥을 형성하면 석주다.

약 100년에 1cm가 자란다고 하니 포스토이나 동굴 속의 이 모든 작품들은 수백만년의 세월에 걸쳐 떨어진 물방울들의 기적인

셈이다.

여기에 조금의 상상력을 보태면 그 모양은 산타클로스, 앵무새, 피사의 사탑, 그 밖의 모든 것이 된다.

성분에 따라 흰색, 빨간색, 검은색, 회색 등으로 달라지는 석회암의 색깔은 무한한 상상력에 색채를 더한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어두컴컴하지만 화려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기적은 정말이지 경이롭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슬로베니아의 명소, 포스토이나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스파게티석’이라 불리는 종유석. 비 오는 모양을 닮아 원래는 ‘Rock Rain’ 불렸으나 이후 이탈리아인들이 ‘Rock Spagetti’라

이름 붙였다


포스토이나 동굴


주소: Jamska Cesta 30, 6230 Postojna, Slovenia
요금: 성인 €8.9, 학생 €7.10, 15세 이하 어린이 €5.30, 5세 이하 어린이 €1전화: +386 5 700 01 00
홈페이지: www.postojnska-jama.eu/en




▶Inside Postojna Cave



여러모로 사람을 닮은 
프로테우스(Proteus)


포스토이나 동굴 안엔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다.

끝없는 암흑이라는 조건에 적응한 100종이 넘는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

그중 가장 유명한 생물이 ‘프로테우스’다.

수명이 100년에 이르고 피부색 또한 사람과 비슷해 휴먼피시(Human Fish)라 불린다.

작은 뱀장어처럼 생긴 프로테우스를 옛날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용의 새끼라 믿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까닭에 눈은 퇴화되었고 피부 보호 물질이 없는 투명한 피부를 갖고 있어 매우 민감하다.

프로테우스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는 금물이다.




이름 그대로
브릴리언트(The Brilliant)


포스토이나 동굴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석회암들이 있지만, 이 중 유독 새하얀 빛을 발하는 석순이 있다.

바로 이름부터 찬란한 ‘브릴리언트’다.

약 5m 높이에 겹겹이 녹아내리는 듯한 형상을 한 브릴리언트는 포스토이나 동굴의 상징으로, 원래의 순백색 색깔이

조명을 받아 더욱 미세한 빛을 발한다.

아이스크림 모양을 닮았다고 해 ‘아이스크림 석순’이라고도 불리는 브릴리언트.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브릴리언트

아이스크림’이라 명명하고 싶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동굴 지하 우체국 & 콘서트홀


포스토이나 동굴 안에는 1899년에 세계 최초로 지하 우체국이 만들어졌다.

당시 동굴을 방문한 사람들이 쓴 우편엽서가 매일 6,000~1만장 이상 이곳에서 발송되었다고 한다.

지하 세계에서 지상 세계로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과거 우체국이 있던 곳에 지금은 작은 기념품 숍과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콘서트홀이 자리한 이유는 동굴 속에서 가장 큰 공간에 형성된 거대한 돔 형태가 자연 음향효과를 만들어내 콘서트홀로도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약 1만명 정도 수용 가능한 이 거대한 자연 무대에서 실제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동화 속 한 장면
Lake Bled 블레드 호수


연인들이 꿈꾸는 웨딩장소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블레드 호수는 보힌 호수와 더불어 알프스 만년설이 녹은 물로 이루어진 빙하호로, 크기는

보힌 호수의 3분의 1 정도 된다.

호수 자체로도 예쁘지만, 호수 중앙에 자리한 블레드섬과 블레드성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구(舊) 유고슬라비아 지도자였던 티토(Josip Broz Tito, 1892~1980년)*의 여름별장도 이 호수 주변에 지어졌다고 하니,

풍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블레드 호수 가운데에 있는 블레드섬(Bled Island)은 커플 여행지로 유명하다.

슬로베니아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인이 생기면 한 번은 꼭 찾는 데이트 코스라고.

블레드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플레타나(Pletana)’라고 불리는 나룻배를 타야 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배를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저어 섬으로 데려다 준다.


블레드섬에 내리자마자 우릴 기다리고 있던 관문은 99개의 돌계단.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를 안고 이 계단을 다 올라야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자 때마침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 진행 중이다.

따뜻한 햇볕과 맑은 호수, 행복한 신랑 신부의 미소를 보니 이곳이 왜 커플들이 꿈꾸는 웨딩장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블레드섬에는 성모승천교회(The Church of the Mother of God)가 있다.

이곳은 9~10세기경 슬라브Slav 신화 속 지바 여신의 신전이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종교 전쟁으로 인해 신전이 파괴되고 몇 차례의 부침을 겪다가 17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바로크 스타일 교회가

완성되었다.

, 모두 다 합치면 그 역사가 천년이 넘는 교회다.

교회 안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천년 동안 이어진 수많은 소원 더미에 살포시

내 소원도 얹었다.

“평생 사랑하고 사랑받게 해 주세요”, 블레드에 어울리는 핑크빛 염원을 담아.


*요시프 티토 | 구 유고슬라비아 시절 초대 대통령이자 종신 대통령이다.

독재자였지만 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해 국민들의 존경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었다. 수

정 공산주의 노선을 택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국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도 허락했다.



커플 여행지로 유명한 블레드섬. 문득 옛사랑이 떠오른다는 가이드가 아련한 추억을 곱씹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오르는 전통이 있다는 블레드섬 입구 99개의 돌계단


블레드섬에서 열린 결혼식. 사람들의 뒷모습마저 행복해 보인다


블레드섬에 있는 성모승천교회에서는 소원을 빌며 종을 울린다




중세시대로 돌아간 시간

블레드섬과 함께 블레드 호수에서 들러야 할 또 하나의 명소는 블레드성(Bled Castle)이다. 호수 한 켠 130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블레드성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중 하나다. 블레드성의 역사는 독일 왕 헨리 2세(Henry II)가 아델베론 브릭슨 주교(Albuin of Brixen)에게 성이 자리한 영토를 주었던 1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금의 성터에는 벽으로 둘러싸인 로마네스크 탑만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1011년 비로소 성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후 중세시대에 이르러 몇몇 탑들이 추가로 지어졌고, 1511년 지진으로 소실된 이후 다시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블레드성은 박물관과 와인 셀러, 레스토랑, 채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블레드성의 역사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 성에 오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곳곳에 중세시대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들, 박물관 안에 실제 사람 크기로 재현해 놓은 중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만큼은 시간이 빗겨간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성 아래층에 있는 인쇄소로 들어서는 순간 시간 감각은 더욱 무뎌지고 만다. 마치 역사책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 공간은 15세기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 방식을 재현하는 인쇄소다. 원하는 문장을 말하면 당시 의상을 차려 입은 주인장이 옛날 방식 그대로 금속 활자기를 이용해 문구를 새겨 준다. 이미 새겨놓은 책갈피나 엽서 등도 가게 한 쪽에 비치되어 있는데, 그중 유독 내 눈길을 잡아끌던 책갈피의 문구가 있었으니, 

“Don’t wait for the perfect moment. Take the moment and make it perfect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마라. 지금 이 순간을 완벽하게 만들어라) .”

중세시대로 돌아가 이 성의 주인이 된 것처럼 공간 하나하나를 누비던 그 순간만큼은, 또 다른 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완벽한 시간이었다.


역사책에서 금방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블레드성 내부의 구텐베르크 인쇄소


블레드성에 위치한 와인 셀러.

슬로베니아 전통에 의하면 중요한 날, 중요한 사람이 와인 병을 칼로 가르며 축제를 시작한다고


블레드성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미로웠던 한때


블레드성


주소: Grajska Cesta, 4260 Bled, Slovenia
운영시간: 11~3월 8:00~18:00, 4월~6월14일 8:00~20:00, 6월15일~9월15일 8:00~21:00, 9월16일~10월 8:00~20:00
전화: +386 4 5729 782
홈페이지: www.blejski-grad.si/en




▶RESTAURANT
파크 레스토랑 & 카페(Park Restaurant & Cafe)


블레드의 명물 크림 케이크 ‘크렘나 레지나(Kremna Rezina)’의 원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수십년 동안 이전 그대로의 레시피를 고수해 오고 있다.

상아색 바닐라 크림과 하얀 휘핑크림 위에 얇은 페스트리 빵이 덮인 정사각형 케이크는 상상 그 이상의 맛이 난다.

그리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

그 맛을 한국까지 테이크아웃 해오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주소: Park Restaurant & Cafe, Cesta Svobode 15, 4260 Bled, Slovenia
가격: 오리지널 크림 케이크 한 조각 €3.7
전화: +386 4 579 18 18
이메일: kavarna@hotelibled.com



사랑하고 싶다면,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여행을 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우린 서로 다르지만, 사랑이란 공통된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같은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
사랑의 나라 슬로베니아에서 보낸 달콤했던 한때.


트래비아카데미 원정대 7탄
A Lovely Moment in SLOVENIA
슬로베니아에서 보낸 사랑스런 한때


류블랴니차강의 오묘한 빛깔이 류블랴나의 매력을 더욱 돋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
Ljubljana 류블랴나

이름에 사랑(Love)을 품은 나라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어로 ‘사랑스러운(Beloved)’이라는 뜻이다.

사랑의 나라에서 사랑의 도시라니, 사랑에 푹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류블랴나에선 복잡한 지도도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골목골목 숨어 있는 소박한 매력에 곧 마음이 동하게 될지니.



신시가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프레셰렌 광장. 류블랴나 사람들의 마음에도 프레셰렌 시인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책 모양으로 창문을 낸 국립 & 대학 도서관 건물


강을 타고 흐르는 이야기


류블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낭만적인 이야기, 슬픈 이야기, 설레는 이야기.

도시 이곳저곳에 숨은 사랑 이야기만 따라 거닐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류블랴나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류블랴니차강(Ljubljanica River)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에는 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을 둘러싼 중세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신시가지에는 류블랴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프레셰렌 광장(Prešerenov Trg)이 자리하고 있다.


프레셰렌 광장은 슬로베니아 낭만주의를 이끈 민족시인 프란체 프레셰렌(France Preseren, 1800~1849년)의 이름을 붙인 곳으로,

광장 한가운데 프레셰렌의 동상이 서 있다.

그의 시 ‘축배(Zdravljica)’가 1992년 슬로베니아 독립 당시 국가가 되었고, 그의 기일인 2월8일이 국경일이니 슬로베니아에서

프레셰렌은 그야말로 국민적인 영웅이다.


그러나 이 영웅에게는 누구보다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

그는 당시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던 율리아(Julija Primic)를 사랑했지만, 신분차이로 인해 끝내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죽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던 프레셰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는 저만치

떨어진 율리아의 조각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을 딴 노래를 지을 만큼 절절했던 그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류블랴니차강 쪽으로 돌아 왼편으로 걷다 보면 2010년 개통한 현대식 다리, 부처스 브릿지(Mesarski Most,

Butcher’s Bridge)에 다다른다.

과거 류블랴나 중앙시장(Central Market)의 정육점(Butcher)들이 모여 있던 장소에 놓여 있어 이름 붙여진 부처스 브릿지는

‘사랑의 다리(Love Bridge)’라고도 불리는데, 다리 양옆으로 자물쇠들이 잔뜩 채워져 있다.


연인이 함께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그 열쇠를 흐르는 강물에 던지면 그 사랑은 영원하다고.

그래서인지 유독 이 다리 위에는 거리악사들이 연주하는 달콤한 멜로디가 끊이지 않고 흐른다.

안타깝거나 풋풋한, 혹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강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류블랴나처럼.



크리잔케 야외극장의 한 편에 자리한 요제 플레츠니크의 두상


크리잔케 야외극장. 요제 플레츠니크는 이제 없지만 그의 손길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통하는 세 갈래의 다리, 트리플 브릿지


도시 곳곳에서 그를 만나다


프레셰렌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다리는 그 모양새가 독특하다.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갈래로 나뉜 이 다리는 아니나 다를까 ‘트리플 브릿지(Tromostovje, Triple Bridge)’라 불린다.

1280년 원래 평범한 목조 다리로 건설되었던 트리플 브릿지는 광장에서 구시가지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였다.


화재 이후 1657년 재건축되었고, 1842년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반니 피코(Giovanni Picco)에 의해 현재의 석조 다리 원형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며 병목현상이 심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1년부터 1932년 봄에 이르기까지 슬로베니아의

대표 건축가인 요제 플레츠니크(Joze Plecnik)가 보행자 전용 다리를 양쪽에 추가해 비로소 현재와 같은 세 갈래 형태의 다리가

되었다.


건축가 요제 플레츠니크가 류블랴나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도시 전체가 그의 손길이 닿은 전시관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요제 플레츠니크의 뛰어난 감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물은 1941년 지어진 ‘국립 & 대학 도서관(National

 & University Library)’이다.


책 모양 창문에 회색 벽돌로 덧댄 모양의 건물 디자인은 194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미가 넘친다.

이외에도 부처스 브릿지, 코블러스 브릿지(Cevljarski Most, Cobbler's Bridge), 크리잔케(Krizanke) 야외극장 등,

걷다 보면 일부러 찾지 않아도 그의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다면 류블랴나에는 요제 플레츠니크가 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드래곤 브릿지 입구를 용맹하게 지키고 있는 용의 모습. 꼭 류블랴나의 보디가드 같다


알쏭달쏭한 용의 전설


지극히 동양적인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용이 이곳에서 이토록 주목받는 동물이었다니?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용의 존재감은 그리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사방에서 쉽게 드러난다.

가까운 기념품 숍만 둘러봐도 용이 그려진 엽서나 용 모양의 인형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확실한 증거는 드래곤 브릿지(Zmajski Most, Dragon Bridge)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날개를 한껏 치켜 올린 4마리의 용들이 용맹스러운 자태로 다리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다. 


용에 관한 전설은 무수하다.

그중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인 이아손(Iason)이 류블랴나 근처 호수에 살던 용을 물리치면서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이

가장 흔하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용은 물리쳐야만 했던 존재였는데 어째서 도시의 상징이 된 걸까?


류블랴나에서 용은 꼭 나쁜 상징만은 아니다.

힘과 용기, 대담함을 의미하기도 하며 때로는 좋은 기운을 뜻한다.

반면에 용은 사나운 성질 탓에 ‘시어머니(Mother in Law)’라 불리기도 한단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쏭달쏭하지만, 류블랴나 사람들에게 용은 좋기도 나쁘기도 하고, 당연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친환경 도시를 만나는 방법


류블랴나에서는 굳이 생수를 사 마실 필요가 없다.

류블랴나는 2016년 유러피안 그린 캐피탈(European Green Capital)*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도시 군데군데 마련된 음용분수대에서 언제든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류블랴나 사람들은 대부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도시 정책에 따라 도심에는 오전 제한된 시간대에만 운송차량의 출입이 잠깐 허용될 뿐이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골프장 카트처럼 생긴 녹색 차량을 볼 수 있는데, 류블랴나시에서 운영하는 전기 차량 ‘KAVALIR’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나가다가 녹색 차가 보이면 운전기사에게 손짓을 해 차를 세우고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공해도 없고, 요금도 없다.

내국인 외국인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니, 걷다가 지칠 때면 그저 멈춰 서서 손을 흔들기만 하면 된다.


*유러피안 그린 캐피탈 | 유럽연합 국가 중 도시의 녹지 비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선정하는 어워드.

2010년부터 시작해 매년 시행해 오고 있다.




●류블랴나 다르게 보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뷰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


류블랴나 시내를 걸어서 충분히 돌아봤다면 구시가지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에 오르길 추천한다.

성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류블랴나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

류블랴나성은 15~16세기에 주로 터키의 침략을 막는 요새로 사용되었고, 17~18세기에는 군사 병원 및 무기 저장고 역할을 했다.

지금은 슬로베니아 역사 전시관, 웨딩홀, 전망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90초 정도면 성 위에 오를 수 있다.


성의 꼭대기 전망대(Viewing Tower)에 올라서면 붉은색 지붕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오밀조밀 모인 지붕 사이로 에메랄드 색 류블랴니차강이 흐르고, 그 위에 놓인 다리 위를 사람들이 여유롭게 오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류블랴나는 아래에서 마주한 류블랴나보다 더욱더 고요하고 더욱더 평온하다. 


주소: Grajska Planota 1, 1000 Ljubljana, Slovenia
전화: +386 1 306 42 93
홈페이지:  www.ljubljanskigrad.si/en
요금: 케이블카 포함 왕복 성인 €10, 어린이 및 청소년(7~18세) €7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
류블랴니차강 보트투어(Boat Tour on the Ljubljanica River)


강 위에서 류블랴나를 바라보면 이 도시가 또 다르게 보인다.

류블랴니차강에서 보트를 타면 강으로 섬처럼 둘러싸인 류블랴나 도시 전체를 한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류블랴니차 보트투어는 류블랴나 시청(Town Hall) 앞 선착장에서 코스가 시작되며, 가이드 동행 여부에 따라 총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보트는 슬로베니아산 소나무로 만든 핸드메이드 보트로 직접 배를 모는 선장님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 풍경들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보트는 트리플 브릿지, 코블러스 브릿지 등 여러 다리들을 지나 드래곤 브릿지를 기점으로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미처 보지 못했던 건물들의 면면들은 물론 강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놓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등, 류블랴니차강을

한껏 즐기는 류블랴나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주소: Ribji Trg Pier, 1000 Ljubljana, Slovenia  
전화: +386 41 684 196이메일: info@ladjica.si  
요금: 가이드 포함 | 성인 €10, 12세 이하 어린이 €5, 가이드 미포함 | 성인 €8, 12세 이하 어린이 €4





▶HOTEL
호텔 레브(Hotel Lev)


류블랴냐 도심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4성급 호텔.

최근 리노베이션을 해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이다.

티볼리 공원(Tivoli Park)이 바로 근처에 있어 아침에 가벼운 산책을 다녀오기에도 좋은 위치다. 


주소: Vošnjakova Ulica 1, 1000 Ljubljana
전화: +386 1 308 70 00
홈페이지: www.union-hotels.eu/en/hotel-lev



▶RESTAURANT
고스틸나 나 그라두(Gostilna Na Gradu)

류블라냐성 위에 위치한 레스토랑. 세련되고 우아한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야외석은 보는 순간 앉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길 정도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감돈다.

음식의 플레이팅이 정갈해 눈이 우선 즐겁고, 신선한 빵과 식재료에 입도 역시 즐겁다.

슬로베니아 스타일로 요리한 고기, 생선 메인 요리를 슬로베니아산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스태프들의 서비스도 대체적으로 훌륭하다. 


주소: Grajska Planota 1, 1000 Ljubljana
가격: 브로콜리 크림 소스를 곁들은 농어요리 €14.80, 구운 벨라 크라이나 양고기 요리 €19.50
전화: +386 8 205 19 30
홈페이지: www.nagradu.si/en



슬로베니아 보힌 호수


●에메랄드 빛 투명한 아름다움
Lake Bohinj 보힌 호수

아름다움에 물들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 보힌 호수(Lake Bohinj)를 처음 본 순간,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색깔을 가질 수 있을까, 에메랄드 빛깔의 호숫물은 마셔도 될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다.

크기는 또 어찌나 광활한지 한눈에 담기조차 어려웠다.

호수의 둘레가 약 12km라고 하는데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 걸으면 11km 정도라고 하니, 보힌 호수는 여의도만 한 거다.


호수 초입에 위치한 보트 선착장에서 친환경 보트를 타고 약 30분간 호수를 가로질렀다.

호수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율리안 알프스 산맥Julijske Alpe이 호수의 한적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 같았다.


보트 위에서 맞는 바람이 좋아 급기야 보트 난간으로 향했다.

고개를 쏙 빼고 호수 아래를 내려다보니 1등급 수질에서만 살 것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저 멀리 호수 너머로 무릎 정도 오는 호수에 발을 담근 채 낚싯대를 던지는 소년, 수영을 하는 아이들, 산 중턱에 날아오른

노란색 패러글라이드도 보였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나를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보힌 호수가, 각자의 방식으로 호수를 즐기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방식이

조용히 아름답게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보힌 호수 입구에 놓인 샤모아 동상. 금색 뿔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가로운 주말, 푸르른 보힌 호수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사람들


보힌 호수의 잔잔한 물결은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보힌 호수와 율리아 알프스


‘보힌’에 얽힌 이야기


옛날 옛적 신이 땅을 나눠 주기 위해 세상 사람들을 불렀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땅을 신에게 말했고 신은 그들에게 땅을 분배해 주었다.

땅을 다 나눠 주고 난 후 신이 세상을 둘러보는데, 땅을 받지 못한 사람들 한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자신들에게는 땅을 주지 않았냐며 불평도 없이 하던 일만 묵묵히 할 뿐이었다.

그들의 겸손함과 인내심에 감동한 신은 그들에게 땅을 주고 싶었으나 더 이상 줄 땅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신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겨 둔 가장 아름다운 땅을 그들에게 주었는데, 그 땅이 바로 ‘보힌(Bohinj)’이다.

보힌은 ‘신이 숨겨놓은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힌 호수를 한 컷에
보겔 스키 센터(Vogel Ski Center)




스키는 슬로베니아의 국민 스포츠다.

겨울엔 오전 4시간만 일하고 스키를 타기 위해 오후 휴가를 갖는 직장인들이 많을 정도다.

여름엔 마운트 하이킹, 겨울엔 스키,

그래서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 스키장은 없어서는 안 될 놀이터이자 운동장이다. 


보힌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고 반대편 선착장에서 내리면, 보겔 스키 센터(Vogel Ski Center)로 올라가는

매표소가 보인다.

보겔 스키 센터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긴 스키로(Ski Run)가 있는 곳이다.


보겔 정상은 해발 1,535m로,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 해발 2,864m의 트리글라브산(Triglav Mountain)도 볼 수 있다.

꼭 스키가 아니라도 보겔 스키센터에 올라야 할 이유가 있다.

산 높은 곳에서 보는 보힌 호수의 전경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이게 진짜인가 믿기지 않는 광경.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주는 호수의 전경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위험천만하게 난간에 올라 사진을 찍어 주던 보힌 호수 찍기의 달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마침내 호수 전체가 들어간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주소: Ukanc, 4265 Bohinjsko Jezero, Slovenia
전화: +386 4 572 9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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