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간병문화 바꾸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보호자 없는 병원' 간호 인력,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바다향 2016. 10. 3. 00:50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병원을 옮긴 후 달라졌습니다.”


회사원 최모 씨(48·서울 목동)의 부친은 3년 전 신장질환에 걸렸다.

최 씨 아버지는 입·퇴원을 반복했고, 주말마다 침상 곁을 지키던 최 씨는 잦은 수면 부족으로 눈이 붓고

온몸이 쑤셔 올 때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고용했더니 한 달에 25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몸이 아픈 아버지가 자주 짜증을 내면서 친밀하던 부자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씨 아버지가 먼저 “○○의료원으로 가자”고 부탁했다.

이 병원은 간병인 없이 간호사들이 간병까지 해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병원을 옮기자 간병인이 하루 종일 환자 곁에 머물 필요가 없었다.

간호사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최 씨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고 세면, 식사 보조까지 해줬다.

최 씨는 “아버지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고 저 역시 일상의 행복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 ‘보호자 없는 병실’을 아십니까? 



아픈 가족이 있다면 최 씨의 사연이 크게 와 닿을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년씩 계속되는 간병을 하다 보면 아무리 효자라도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층 간병은 더이상 개별 가계의 책임이 아닌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국내 간병비 규모는 2조 원에 이른다. 병원비에 가계마저 휘청거린다. 


정부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

2013년 7월 시작된 이 제도는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뿐만 아니라 간호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제도 초기 ‘포괄간호 서비스’로 불렸지만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2015년부터 국고 지원 방식 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지방 중소병원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으로 확대됐다.

현재 상급 종합병원 13곳, 종합병원 112곳 등 전국 병원 200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보호자들이 환자와 함께 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국내 간병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병실마다 환자 병상에 딸린 보조침대에 병시중을 드는 간병인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병원의 일상이 되면서

가족이나 간병인이 섭취하는 음식 냄새, 전화, 대화 소리로 병실이 혼잡했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감염병 전파 위험성도 확대됐다.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전문 간호인력이 24시간 환자에게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입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병원 내 감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병인 등 방문객이 제한되고, 병원인력만으로 간호, 간병이 이뤄지면서 감염병 확산을 제어하기에 용이해진 탓이다.


○ 하루 7만∼8만 원 비용이 2만 원대로 절감


무엇보다 부담이 큰 ‘간병비’도 크게 줄어든다.

환자는 현행 입원료 대신 간병비가 포함된 ‘포괄 간호 병동 입원료’를 지불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간병인 1명이 환자 1명을 돌볼 경우 간병비는 하루 7만∼8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입원료 약 1만 원(입원료 4만7490원의 20% 본인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했다.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1인당 1만9000∼2만5000원 내외만 부담하면 된다.


간호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건강보험공단이 고려대 의대 연구팀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경험한 환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 환자의 85% 이상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간호 시간이 일반 병동에 비해 1.7배로 늘면서 욕창 발생이 75%, 낙상 사고가 19% 감소했다.

직장암 수술을 받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했던 김문경 씨는 “수시로 병실을 순회하는 간호사 덕택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간호인력 확충이 과제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이 제도를 400곳, 2017년에는 1000곳, 2018년에는 전국 모든 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은 건보공단의 ‘건강 in’ 홈페이지(hi.nhis.or.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간호인력 수급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병원 간호인력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

A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무분별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만큼 간호·간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적정 인원 배치 기준 마련, 간호인력 확충, 참여 병원 시설 개선비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도입 단계이고 일부 개선이 필요하지만 고령화돼 가는 우리 사회에 꼭 정착돼야 할

제도”라고 설명했다.



[단독]'보호자 없는 병원' 간호 인력,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세계일보 | 입력 2016.10.10. 19:09 | 수정 2016.10.11. 07:16    


정부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간호·간병통합서비스)’을
확대하는 가운데 병원 추가 고용 인력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 인력 비정규직의 확대가 두드러졌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법이 통과된 이후 올해 8월 현재 서비스 병동 운영 병원은 189곳으로 집계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입원환자가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도 병원에서 지낼 수 있도록 간호사 등 병원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다.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방문객 통제가 수월해 병원에서의 감염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이 감염의 온상지로 지목되자 정부는 2018년까지 전국 모든 병원에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건의료분야의 주요 일자리 확충사업으로도 꼽힌다.

간호인력 1명당 맡는 환자 수가 제한되는 만큼 간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189개 병원의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지원인력도 기존 4851명에서 862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 병원은 간호사 2121명, 간호조무사 1570명, 간병지원인력 83명 등 총 3774명을 신규 채용했거나 할 계획이다.

기존 인력 대비 증가율은 간호사 49.8%, 간호조무사 340.6%, 간병지원인력 63.8%에 달한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일 정도로 질이 낮다는 게 문제다.

이미 인력 채용이 진행된 178개 병원을 분석한 결과 간병지원인력의 56.8%, 간호조무사의 37.3%, 간호사의 3.1%가 비정규직으로

집계됐다.

간호사보다는 보조인력인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인력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병원 규모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간병지원인력 92.6% △간호조무사 76.2% △간호사의 5.8%로 일반 병원(각 41.4%, 37.3%, 3.1%)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인하대병원(간호조무사 71명·간병지원인력 27명)과 길병원(각 14명·8명)은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인력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간호조무사 수를 늘려야 한다”며 “인력을 갑자기 늘리다 보니 비정규직 채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공공병원도 비정규직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국립대병원·시도립병원·국립의료원 등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41곳의 비정규직 비율은 △간병지원인력 78.5% △간호조무사 73.9% △간호사 8.9%로 민간병원(각 51.4%, 26.9%, 1.1%)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서울특별시서남병원 등은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인력 중 정규직이 한 명도 없었다.

민간병원의 모범이 돼야 할 공공병원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비스 시행으로 필요 인력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과 인건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정부가 스스로 비정규직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질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일자리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