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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여름맛

*바다향 2016. 7. 22. 02:00

속초를 생각하니 입맛이 돈다.

우선 바닷물에 담긴 성게알이다. 본디 알은 아니지만 그렇게들 부른다.

노란 성게알이 바닷물에 담겨서 중앙시장 좌판에 나와 있었다.

숙소에 가지고 와서 참기름에 상추나 뜯어 넣고 썩썩 밥을 비볐다.

그냥 숟가락으로 떠서 술안주를 해도 맛있었다.

해녀나 머구리라고 부르는 잠수부가 채취한 것이다. 요즘은 성게도 양식이 된다.

귀한 것은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진 게 사람이다. 물론 예전에는 다 자연산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속초의 여름 진미였다.




성게알을 물회로 잘 만드는 집이 있었다.

해삼과 물가자미를 썰어넣고 푸짐하게 담아냈다.

그 집은 요새 문자 그대로 ‘빌딩을 올렸’다. 번호표를 받아서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그 집 가서 줄 서기도 싫고, 소박한 가게에서 빌딩으로 이사갔으니 다른 방도를 찾아본다.


그렇다면 수수한 오징어 물회로 방향을 튼다. 요새 산 오징어가 제철이니까.

초여름보다 점차 씨알이 굵어져서 맛도 좋다.

칼로 직접 두껍게 썰어달라고 하면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워낙 손님이 몰려드니 기계로 가늘게 썰어내는 집이 많아서다.

이모집이라고 부르는 바닷가의 생선조림집도 맛있다. 이 집 근방에 가면 벌써 자욱한 조림 냄새가 맵다. 양에 비해 값이 싸다.

겨울이 더 좋은데, 대구 같은 고급 생선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여튼 휴가철이라 이 집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을 것 같다.


냉면집도 빠뜨릴 수 없다.

속초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단골이 있는데 나는 보통 로데오거리의 중앙동에 있는 집을 간다.

양은 주전자에 담아주는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냉면이 좋다.

명태를 새콤하게 무쳐 올려내는데,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맛이다.


원래 속초는 함경도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서 살아온 곳이다.

언제라도 ‘수복’이 되면 돌아가려고 휴전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런 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 청호동이다.

언젠가 TV에 이 마을이 나오면서 인파로 북새통이라고 하는데, 함경도 지명을 딴 냉면집 한 곳은 여전하기를 바란다.

달콤하게 무친 함경도식 냉면이다.

그것이 함경도식이냐, 속초식이냐 이런 논쟁은 제쳐두고 한 그릇의 역사로 보면 될 듯하다.

그것은 이미 실향민의 디아스포라 음식으로 유전자를 얻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먹고, 그저 지나간 시간을 더듬어볼 뿐이다.


옛날, 그러니까 이십 몇 년 전에 속초시장에 나가면 여름에도 생태가 있었다.

물론 우리 어부가 배 몰고 나가 잡은 것이었다. 생태를 사면 산 오징어를 끼워주었다. 산 오징어를 사도 생태가 서비스였다.

당시 대포항은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1번국도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거나 올라가기만 해도 인심이 달랐다.

속초항에서는 포장마차에서 생선을 거저라고 할 값에 푸짐하게 구워주었다.

소박한 어항의 임시 장에서는 함지박 가득 생선을 담아 5000원도 부르고 1만원도 불렀으니까.

아아, 다 옛날이다.

포켓몬 고라는 증강현실 게임으로 속초를 기억하게 된 것은 기이한 일이다.

세상이 바뀌는 일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