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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산다는 중국 저장성의 명소 '선셴쥐'

*바다향 2015. 8. 18. 23:27

바위산과 운무가 만들어내는 신묘한 풍경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남천교는 직선거리로 120m 떨어진 두 암봉을 밧줄로 이어 만든 구름다리다. withwit@yna.co.kr

남천교는 직선거리로 120m 떨어진 두 암봉을 밧줄로 이어 만든 구름다리다. withwit@yna.co.kr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잔도는 바위 벼랑을 따라 걷는 길이다. 천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걷는 잔도는 긴장의 연속이다. withwit@yna.co.kr

잔도는 바위 벼랑을 따라 걷는 길이다. 천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걷는 잔도는 긴장의 연속이다. withwit@yna.co.kr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선셴쥐 초입에 있는 장군암은 잘 생긴 남자의 옆모습을 닮았다. withwit@yna.co.kr

선셴쥐 초입에 있는 장군암은 잘 생긴 남자의 옆모습을 닮았다. withwit@yna.co.kr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운무로 뒤덮인 선셴쥐의 장관을 즐기는 관광객. withwit@yna.co.kr

신재우 기자 = 운무로 뒤덮인 선셴쥐의 장관을 즐기는 관광객. withwit@yna.co.kr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선셴쥐 산책로는 원시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가득하다. withwit@yna.co.kr

(타이저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선셴쥐 산책로는 원시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가득하다. withwit@yna.co.kr

 

 

속세와 구별되는 지극히 경이로운 풍경을 보면 '신선이 사는 곳이 이렇겠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선계(仙界), 별유천지(別有天地), 선경(仙境). 신선이 사는 별세계를 부르는 말도 여러 가지다.

선계를 그려보는 일은 상상의 영역인데도 중국에는 '신선이 살고 있다'고 대놓고 자랑하는 곳이 있다.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시 셴쥐(仙居)현에 있는 신묘한 풍경구 선셴쥐다.

 

이곳은 해발 700∼800m 높이의 유문암 봉우리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붉은빛의 거대 암봉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봉우리 사이는 깊은 협곡을 이룬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자락은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로 뒤덮여 있다.

1억2천여 년 전 진행된 화산 활동과 그 뒤에 이어진 단층 운동, 융기, 침식 작용의 결과물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기이함과 웅장함은 옛 사람에게도 찬양의 대상이었나 보다.

이곳은 원래 융안(永安)이라는 지명으로 불렸지만, 북송의 진송 황제는 이곳을 다녀간 후 선셴쥐(神仙居)라는 이름을 내려 보냈다고

한다.

 

선셴쥐 여행은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길에서부터 시작이다.

1인당 125위안을 내고 매표소를 통과하면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산책로가 이어진다.

신선의 동네로 입장하기 전 몸을 정화하라는 듯이 편백나무와 아열대성 식물이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낸다.

발이 아직 땅을 딛고 있으니 고개를 하늘 위로 한껏 들지 않으면 암봉을 감상할 수 없다.

아직은 맛보기 코스지만 진귀한 모양의 봉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근 모양의 봉우리는 여자가 보면 수줍어한다는 뜻으로 수녀봉(羞女峰), 잘생긴 남자의 얼굴 옆모습을 닮은 바위산은 장군암(將軍岩)으로 불린다.

 

케이블카는 구름과 안개 사이를 뚫고 해발 700m 암봉 꼭대기에 도착한다.

고도 변화로 귀가 먹먹해지지만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과 하늘 공간을 압도하는 고봉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하다.

신선이 사는 곳에 왔으니 바위를 이리저리 옮기며 산세에 취해볼 때다.

신선이 아닌데도 신선놀음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잔도(棧道)다. 바위 벼랑을 따라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 길이다.

낭떠러지를 한편에 두고 걷는 일이 쉽지는 않다.

처음에는 손바닥에 땀이 나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걷다 보면 구름을 타고 이 바위, 저 바위를 거니는 신선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선셴쥐는 날씨에 따라 풍경이 크게 달라진다.

맑은 날은 기암과 원시림의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지만 관광객은 구름이 짙게 낀 날의 몽환적인 풍경을 더 좋아한다.

아래에서부터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며 올라오는 구름이 바위 8부 능선에 걸린다.

구름 위로 고개만 내민 산봉우리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구름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하늘과 잔도를 전부 뒤덮었다가도 한순간에 벼랑 사이로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불면 구름은 속도를 내면서 이리저리 흘러가고 흩어진다.

구름의 거대한 움직임과 천 길 낭떠러지는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든다.

 

사람의 상상 범위를 벗어난 바위의 형상과 웅장함은 작명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불조봉(佛祖峰), 천관지궐(天關地闕), 쌍사수폭(雙獅守瀑), 천계창효(天鷄昌曉), 신상음간(神象飮澗). 부처님, 하늘의 문과 땅의 문,

폭포를 지키는 쌍둥이 사자, 새벽에 우는 닭, 물을 마시는 코끼리. 인간이 봉우리 하나하나의 기이함을 놓치지 않고 붙여준 이름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동관·중관·천원·남관대를 거치는 선셴쥐 여행은 3∼4시간쯤 걸린다.

여정의 끝 자락에는 남천교(南天橋)가 있다. 120m쯤 떨어진 두 바위봉우리의 머리를 밧줄로 연결해 만든 구름다리다.

천 길 낭떠러지를 가로지르는 경험은 이만저만 아찔한 게 아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면 신선 놀이도 끝난다.

인간계로 돌아오는 여행자를 위로하는 것은 원시림과 폭포가 어우러진 산책로다.

반나절 만에 끝난 신선 놀이가 아쉬운 표정이지만 신선이 될 수도 없다.

추억만 안고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