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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출발한 롯데, 어떻게 한국에서 재벌 됐나/ '형제의 난' 롯데는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

*바다향 2015. 8. 6. 01:30

한겨레:2015-08-05 16:53수정 :2015-08-06 00:39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난달 27일 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난달 27일 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 총괄했던 손정목 교수 저서
전두환의 롯데월드 특혜에 이르기까지 고속성장 ‘비화’ 

 

일본에서 출발한 롯데는 어떻게 한국에서 재벌이 됐나.

롯데의 국적 논란이 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기록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88)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쓴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다.

 

여기에는 롯데가 어떻게 당시 정권의 특혜를 받아 성장했는지 세세하게 담겨 있다.

 

롯데라는 재벌이 탄생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서울시의 강력한 단속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시는 부정식품단속반을 편성해 조사했고, 그 결과 롯데제과의 바브민트껌 등에서 모랫가루와 쇳가루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오히려 롯데가 한국에서 재벌로 재탄생하는 발판이 됐다.

 

 

롯데껌 불량 식품 단속에 걸린 것이 전화위복
“박정희, 신격호 청와대로 불러 호텔 건설 지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신격호 롯데제과 사장을 청와대로 불러 그 자리에서 롯데껌 파문을 해결해주며 한국에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했다.

일본 기업인이 일본에서 모은 막대한 재산의 일부라도 모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의도였다.

롯데 입장에서는 오히려 국내 시장을 넓힐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손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으로 있던 1973년 10월에 당시 양택식 서울시장과 함께 김종필 총리에게 불려가 롯데호텔 건설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 받았다. 김 총리가 강조한 것은 신격호가 일본인으로서 모은 재산을 모국에의 재산 반입 차원에서 다뤄야지 결코 일개 기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후 오랫동안 신격호가 일본에 귀화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가 일본인 시게미쓰 다케오가 아니고 한국 국적을 가진 신격호임을 알게 된 것은 이 글을 쓰기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던 1994년의 어느 날이었다.”

 

현재 중구 소공동에 자리잡은 롯데호텔 건설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두 말할 것 없이 정부의 각종 지원이 뒤따랐다. 롯데호텔 건설은 1938년 개업한 반도호텔을 인수하며 본격화했다.

롯데호텔은 반도호텔과 당시 국립도서관 등이 있던 부지에 지어졌다.

반도호텔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정부는 1974년 일반 공개경쟁 입찰을 벌였고, 롯데가 단독 응찰해 42억원에 낙찰 받았다.

 

이 일로 인해 소공동의 국립중앙도서관은 남산어린이회관이 있던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당시 소공동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과 문인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청와대는 남산어린이회관을 매입해 그곳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의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의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손 교수는 “공원용지인 남산에 어린이회관을 짓게 한 일, 그것을 국립도서관에 강제로 인수시킨 일,

도서관 건물을 롯데에 매각하라고 지시한 일 등 일련의 독재 행위를 당시의 어떤 매스컴도 보도하지 않았고, 따라서 일반 시민은 무엇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린이회관 건물이 적합하지 않아 결국 국립중앙도서관은 1988년 현재의 서초구 반포동으로 신축·이전됐다.

 

손 교수는 이 책에서 1988년 6월5일치 일본 <아사히신문> ‘비즈니스 전기’에 실린 신격호 롯데제과 사장의 소회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것은 소화 45년(1970년)의 일이었던가. (중략)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박 대통령이 만나자고 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갔더니 이씨와 함께 대통령이 나타나 이렇게 이야기했다. (중략) 국제적인 호텔을 만들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한국에 진출한 직후였다.”

 

 

외자도입법 등 특혜 속에 각종 세금 면제 받아
롯데백화점·롯데월드로 이어지며 재벌 지위 굳혀

 

롯데는 외자도입법의 혜택도 받았다.

당시 외자도입법은 부동산 취득세와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5년 간 면제와 이후 3년 간 절반 감면, 관세와 물품세 영구 면제 등의 혜택을 담고 있었다.

신 회장은 한국 국적이었지만 일본에 10년 이상 영주해 외자도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롯데호텔 건설을 위해 부동산을 대규모로 취득했지만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됐다.

호텔 건설에 쓰인 외국 물품과 주방·가전용품 등을 수입할 때 관세도 전혀 물지 않았다.

‘특정지구 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도 이 즈음 마련됐다. 부동산투기 억제세, 영업세, 등록세도 면제받았다.

 

당시 서울시가 강북 개발 억제책의 하나로 제시한 ‘백화점 건립 금지’의 조항을 비켜가려고 ‘롯데백화점’이 아닌 ‘롯데쇼핑센터’로

이름을 단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재벌 롯데그룹은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롯데는 잠실에 롯데월드를 짓는 특혜도 얻어냈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잠실 개발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롯데가 선택됐다.

 

손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여러 재벌·대기업들이 희망했겠지만 결국 그 개발권을 따낸 것은 롯데그룹이었다. 이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의해 관광숙박업과 유통업에 명백한 실적을 쌓고 있다는 강점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전두환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과의 친분이었다.

아마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기업인 하나를 꼽으라면 신격호가 거명될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각별했다.”

 

신 회장은 재일교포라는 점을 이용해 외자도입법을 활용해 재무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신속히 받아냈다.

한 달 만에 인구·교통영향평가 용역 주변지역 측량, 지하수 조사도 모두 마쳤다.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상 구청·소방서·시청·건설부·상공부·재무부·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손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모든 관련기관이 발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형제의 난' 롯데는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

한겨레 | 입력 2015.08.02. 18:00 | 수정 2015.08.03. 17:10

 

'경영권 분쟁' 계기로 뜨거워진 '국적' 논란
임금·세금은 한국에, 배당금은 일본에

신격호 부자 모두 한국 국적이지만
지주사 호텔롯데 99%가 일본 지분

"한국에서 벌어 일본 수혜 비판" 지적
롯데 "국내 수익은 국내 재투자" 반박

롯데는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국에서 사세를 확장한 롯데의 '국적'을 두고 논란이 다시 뜨겁다.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국적을 취득한 일이 없다.

일본 쪽 경영을 맡은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한국 경영을 맡은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은 한때 한국과 일본 국적 모두를 갖고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일본 국적은 버리고 한국 국적만 갖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일본 법인이라는 점이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호텔롯데인데,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일본 롯데계열의 투자회사가 80.21% 등 대부분을 일본 쪽이 갖고 있다.

여기에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고,

부자간의 대화나 문서에 일본어와 일본식 이름을 쓴 것이 논란을 키웠다.

롯데의 국적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이 세운 기업이니 한국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는 국내에서 번 돈을 일본에 가져다준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가 보유한 지분에 따른 최소한의 배당금만 지급하고 있을 뿐 국내에서 거둔 수익은 거의 100% 국내에서 재투자되고 있다"는 말로, 국적 논란은 의미없다고 주장한다.

외국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소유구조만으로 어느 나라의 기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승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월5일 발표한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 보고서에서 "1994년 이후 거시경제 지표로 국민총생산(GNP)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총생산(GDP)을 사용한다"며

"그 이유는 어느 나라 소유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임금과 주주 이익, 세금의 형태로 배분한다. 주주의 국적지보다 기업이 터잡고 있는 나라에 더 많은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롯데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한국 롯데는 연매출이 83조원으로 계열사가 80개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 롯데는 2013년 기준 연매출 5조9000억원에, 계열사도 37개로 알려져 있다.

종업원 수에서도 한국 롯데가 월등하다.

한국 롯데는 현재 국내외 합쳐 18만명이고, 현재 수치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본 롯데는 2013년 기준 약 4500명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롯데 전체로 볼 때 한국에 기여한 것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일본 법인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논란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금과 세금은 기업이 위치한 국가의 노동자와 정부에 돌아가지만

기업이 거둔 이윤은 주주의 몫이고, 결국 주주의 국적지로 이전되기 쉽다.

 

한국 롯데가 거둔 수익을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쪽 투자회사가 그동안 배당으로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도,

보유 주식가치로 쌓여 있다. 그것은 일본 주주들의 몫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