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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 다음날 또 다른 시신 떠올랐다, 긴박했던 열흘/ 피격 공무원, 실종 당일 당직 일지에도 서명 '미스터리'

*바다향 2020. 10. 5. 22:07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9월 27일 전남 목포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무궁화 10호는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으로 인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이다. [뉴스1] 

 

▶11:30 이○○ 주무관 점심 식사 방송 후 식사하러 나오지 않음.

 

▶11:31 최○○ 주무관이 전화하였으나 전화가 꺼져있어 이○○ 주무관 방을 확인하였으며 방에 없어 직원들에게 알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9월 21일 당직일지 기록이다.

해양수산부가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에 제출한 해당 선박의 열흘치(16~25일) 당직 일지엔 이씨 실종을 전후해 긴박했던 선박 내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11시 45분 전 직원 식당 집합”

 

당직일지로 본 ‘무궁화10호’의 열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무궁화 10호 승선 동료들이 이씨의 실종을 알아차린 것은 21일 11시 30분 무렵이다.

점심을 알리는 방송에도 이씨가 나타나지 않고,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인 것이 확인되자 11시 35분 전 직원이 선박 내부 수색에 돌입했다.

당직일지엔 통상적으로 2시간에 한 번씩 특이사항 유무가 기재됐지만, 이씨의 실종 인지 이후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분 단위로 적혔다.

 

실종인지 15분 뒤인 11시 45분, 선장 강모씨가 전 직원을 식당으로 소집했으나 역시 이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5분 뒤 강씨는 해수부 소속인 어업지도과장에게 이씨의 실종 사실을 구두 보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궁화 10호는 선체 내부 수색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시 25분, 선박 우현 선미의 계류삭(선박을 일정한 곳에 고정하는 밧줄) 속에 이씨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발견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이씨가 선박을 이탈했을 가능성이 커지자 무궁화10호는 5분 뒤 자체 고속단정 2대를 내려 선박 인근 수색에 나섰다.

 

당직일지에 따르면 실종 인지 1시간 30분 뒤인 낮 1시 무렵, 해경 502함은 해군에 실종자 수색 협조 요청을 했다.

50분 뒤엔 헬기 1대도 수색 활동에 가세했다.

이날 무궁화10호를 비롯한 국가 어업지도선 3척, 시ㆍ군 어업지도선 2척, 해군 함정 1척, 해경 함정 2척이 탐조등을 활용한 밤샘 야간 수색을 벌였지만 이씨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 군은 北 사살 알았는데, 무궁화10호는 계속 수색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 씨가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6일 오후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하기 전 서울 용산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전 10시 15분, 수색 참관 등의 목적으로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 등 실종자 가족 2명이 무궁화 10호에 승선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했다.

국방부는 이씨 시신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궁화 10호는 자정 무렵 마지막 당직일지 기록에 “수색활동 중 실종자 발견사항 없음”이라고 적는 등 종일 이씨 수색에 집중했다.

선박은 이씨 실종 이후 연평도 해상에 정박해 있었으나 당직일지엔 시신 훼손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불빛 관측’ 등의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22일 당직일지엔 군에서 무궁화 10호에 연락을 취한 내용도 자세히 적혔다.

오후 5시 5분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유선으로 연락해 ‘구명동의(구명조끼)의 종류와 색, 수량 파악’을 요구했다.

군이 이씨가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측에 발견된 것으로 파악한 시각(오후 4시 40분)에서 25분 지난 시각이다.

 

당직일지에 ‘구명동의’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군이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밝힌 만큼, 군의 특수정보 ‘SI(Special Intelligence)’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명조끼 착용은 군이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단순 실족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해경은 이씨가 무궁화 10호에 실린 구명조끼를 착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시 무궁화 10호엔 물품 대장에 등재된 구명조끼 29개와 비상시 쓰려고 놔둔 구형 조끼 56개 등 총 85개의 구명조끼가 배에 실려 있었는데, 관리하지 않은 구명조끼 몇 개가 배에 실려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안병길 의원은 “선박 안전 지침상 선외에서 구명조끼 착용은 필수이며, 해군ㆍ해경도 갑판에서 활동할 때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기 때문에 조끼 착용 여부가 월북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연평도 해상서 떠오른 또 다른 시신

 

9월23일 무궁화10호 당직일지. 해군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으나, 가족 확인 결과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의 시신과 일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 제공]

 

군과 정부가 이미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실을 확인한 23일에도 무궁화 10호는 수색활동에 집중했다.

오전엔 잠시 긴박감도 흘렀다.

당직일지엔 ‘해군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발견. VHF(선박 통신 주파수) 채널 6번에서 수신함’이라고 적혔다.

인근에서 함께 수색 중이던 선박이 해상을 떠돌던 또 다른 변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이씨의 시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무궁화 10호 선장과 이씨 가족이 함께 살펴봤지만, 이씨는 아니었다고 한다.

현재 해경은 해당 변사체의 지문 대조 결과 일치된 결과가 없어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보고 중국에 신원 확인을 의뢰한 상태다.

 

━ 이씨 승선 다음 날 CCTV 고장

 

3일 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직일지에 따르면 무궁화 10호는 9월 16일 전남 목포시 북항에서 출항했다.

이씨가 이 배에 오른 것은 다음날인 17일 오전 11시다.

이씨는 연평어장에서 어업지도를 하던 무궁화13호에 근무했지만, 선박 임무 교대 후 무궁화 10호에 승선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 남았다.

해경에 따르면 무궁화 10호 승선은 이씨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18일 밤 10시엔 무궁화 10호의 CCTV가 고장 났다.

당직일지엔 ‘본선 CCTV 작동 불량(화면 꺼짐, DVR 부팅 불가)’라고 적혔다.

출항 당시 점검에선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이날부터 실종 당일인 21일까지 4일간 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당직 근무를 섰다.

실종 당일 당직일지에도 ‘04:00 선내외 순찰결과 이상무, 이○○’라고 적혀있다.

이씨가 21일 새벽 1시 35분에 조타실을 떠난 이후 실종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행적이 묘연하다는 동료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다만 이씨 이름으로 기재된 당직일지 기록 필체가 제각기 달라 대리 서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피격 공무원, 실종 당일 당직 일지에도 서명 '미스터리'

 

무궁화10호 당직일지 기록 살펴보니 '긴박'
23일 변사체 발견.. 중국에 신원 조회 의뢰

 

9월 28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무궁화 10호가 정박한 가운데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실종 당일 새벽 4시까지 정상 근무를 했다고 당직일지에 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 당일 새벽 1시35분쯤부터 행적이 묘연했다는 동료들 증언과 배치된다.

다만 당직일지에 기록된 필체가 달라 대리 서명 가능성이 크다.

사건 당일 어업지도선의 복무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21일 A씨 실종 확인되자마자 '발칵'

6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 받은 '무궁화 10호'의 당직일지를 살펴 보면, A씨 실종 후 긴박했던 선박 내부 상황이 담겨 있다.

무궁화 10호는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이다.

 

무궁화 10호의 9월21일자 당직 일지에는 '오전 4시 선내외 순찰 결과 이상이 없다'는 A씨의 서명이 기록돼 있다.

A씨는 사건 당일 당직사관이었다. 당직사관은 어업지도선 복무규칙상 당직일지를 기록하고 당직이 끝난 후 이상 유무를 선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기록이 맞다면 A씨가 실종 당일 새벽까지 정상 근무를 한 것이 된다.

 

그러나 정부 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명 필체가 A씨의 것과 달라 대리서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동료들이 A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간도 21일 오전 1시35분쯤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복무 규정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A씨 실종 사실을 보다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 동료들이 실종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21일 오전 11시31분이다.

마지막 목격 후 10시간 가량 지난 후다.

당직 일지에는 "B주무관이 전화를 하였으나 전화가 꺼져 있어 A씨 방을 확인했고, 4분 뒤 전 직원이 선내 수색을 실시했다"고 적혀 있다.

 

이 때부터 무궁화 10호는 발칵 뒤집혔다.

A씨를 찾느라 분주했던 정황이 10여분 단위로 빼곡히 기록돼 있다.

동료들은 21일 오전 11시50분 A씨 실종 사실을 최종 확인해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과장에게 구두 보고했다.

21일 12시25분 선박 우현 선미에서 A씨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발견됐다.

A씨가 선박을 이탈했을 가능성이 커지자 무궁화 10호는 자체 고속단정 2대를 내려 해상 수색에 나섰다.

 

A씨가 바다에서 실종됐을 가능성에 해양경찰과 해군도 수색에 가세했다.

21일 오후1시 해경 502함은 해군에 실종자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무궁화10호를 비롯한 국가 어업지도선 3척, 시ㆍ군 어업지도선 2척, 해군 함정 1척, 해경 함정 2척이 탐조등을 활용한 밤샘 야간 수색을 벌였지만 이씨를 찾지 못했다.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9월 27일 전남 목포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뉴스1

 

'사망 비극' 22일 후에도 수색작업은 계속

A씨 실종 하루가 지난 9월22일에도 수색 작업은 계속됐다.

이날에는 국가지도선 4척, 시ㆍ군지도선 2척, 해군 1척, 해경 3척 등 총 10척의 배가 동원돼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다.

A씨 형인 이래진씨도 22일 오전 10시15분쯤 무궁화 10호에 승선에 수색을 참관했다고 당직일지에 기록돼 있다.

 

22일 오후 5시 5분 해군작전사령부에서 무궁화 10호에 유선으로 연락해 '구명동의(구명조끼)의 종류와 색, 수량 파악'을 요구해왔다.

군이 A씨가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측에 발견된 것을 파악(오후4시40분)한 후 구명조끼를 입은 것으로 보고, 무궁화10호에 관련 내용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22일 오후 9시40분쯤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처음 의심했지만, 무궁화10호는 23일에도 수색활동에 집중했다.

당시엔 수색 작업을 담당했던 이들에게 A씨 사망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3일 오전 7시10분쯤 해군이 해상을 떠돌던 변사체를 발견했고, 잠시 A씨로 추정돼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오전 7시48분쯤 A씨 가족과 해경의 조사 결과 A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해당 변사체가 한국인으로 확인되지 않자, 중국에 신원 확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