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돌탑 쌓고 있는 '돌탑명인' 전남 순천 최병수씨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최병수 씨가 돌을 쌓아서 지은 숭례문. 높이가 6미터 가량 된다.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돌탑공원에 있다.
ⓒ 이돈삼
돌로 탑을 쌓아 둔 데가 있다. 돌탑뿐 아니다. 돌로 쌓은 대형 건축물도 있다.
돌탑과 돌로 쌓은 건축작품이 110점이나 된다. 면적은 3300㎡ 남짓. 먼
저 눈에 띄는 게 숭례문이다. 대한민국 국보 1호다.
숭례문은 한양의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이다.
도성의 사대문 가운데 남문이라고 '남대문'으로도 불린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도 무사했다. 지난 2008년 불이 났다. 한순간에 재로 변했다.
몇 년 동안 복원을 했다.
▲최병수 씨가 돌을 쌓아서 만든 나로호와 돌 조형물들. 최 씨는 27년째 돌로 탑과 건축물을 쌓고 있다.
ⓒ 이돈삼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나로호도 돌탑으로 만들어져 있다. 높이가 6m 가량 된다.
돌로 만든 소원성취탑, 태극기를 단 한반도탑도 있다.
자유의 여신상을 닮은 한국의 여인상도 있다.
사람의 생김새를 한 돌장승은 웃음을 짓게 한다. 얼굴과 표정이 저마다 다르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도 서 있다.
하나같이 작고 넙적한 돌을 켜켜이 쌓아 올렸다. 돌탑과 돌 건축물이 즐비한 돌탑공원이다.
공원에 소나무와 회양목, 동백과 산다화, 수국, 장미도 자라고 있다. 돌탑정원이다.
최씨의 돌탑 쌓기는 나이 50살 때 시작됐다.
그는 젊은 날, 서울 평화시장에서 옷을 만들어 팔았다. 옷공장 사장이었다.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공장을 정리했다. 고향으로 내려왔다.
보성 벌교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다. 시간이 흘러 옷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그
동안 번 돈으로 땅도 샀다. 농사를 짓고 싶었다. 옷가게 운영은 부인한테 맡겼다.
농사를 지으려고 논 정리에 나섰다. 버려져 있던 쓰레기를 치웠다.
크고 작은 돌도 골라냈다. 모아진 돌이 꽤 됐다.
돌탑을 한 기 쌓아봤다. 심심풀이였다. 돌탑공원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돌탑이 비바람에 맥없이 허물어졌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돌탑을 쌓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꿈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왜 탑을 쌓지 않느냐'며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이상했다. 무섭기도 했다. 다시 탑을 쌓았다. 꿈에 자주 나오던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돌탑을 쌓다가 힘들어 한동안 또 쉬었다. 여인이 다시 꿈에 나왔다.
"밋밋한 것은 별로야. 거친 것이 좋아. 납작하면서도 알맞게 울퉁불퉁해야 하고. 너무 커도 안 돼."
"늘 생각하지. 어느 쪽을 바깥으로 뺄 것인가. 서로 맞물려야 돼. 쌓다가 아니다 싶으면 뜯어내고 다시 쌓지.
안에다는 크고 작은 잡돌을 넣어. 안이 튼실해야 내려앉지 않아. 위로 몇 미터씩 올라가도 안 무너져."
최씨의 돌탑 쌓기 비법이다.
허물어지지 않고 지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입소문을 탔는지, 최근엔 다른 데서 돌탑제작 의뢰도 들어온다.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할거야. 청와대도 만들고, 다른 나라의 유명 건축물도 만들고. 세계적인 돌탑공원
으로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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