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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재벌 등친 돈"?..새누리 '돈의 역사'

*바다향 2016. 12. 14. 02:00
JTBC 오대영 입력 2016.12.13 22:42



[앵커]

[김무성/새누리당 전 대표 : (새누리당 재산은)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 재벌들을 등쳐가지고 형성한 재산이란 점을

부끄럽게 생각을 하고 국가에 헌납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산 문제까지 불거졌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당 재산이 전두환 정권에서 형성된 거라는 발언까지 했는데요.

(13일) 팩트체크, 김무성 의원의 이 발언을 확인하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떳떳하지 못한 돈이란 뜻으로 들리는데요?


[기자]

그런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자신의 뿌리가 군사정권에 있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연혁이 나오는데, 그 연혁에도 1997년 한나라당부터라고만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이 돈 얘기를 하다가, 자신의 근원이 전두환 정권이라는 점을 밝힌 셈이 됐습니다.

새누리당의 실제 역사는 이렇습니다. 주로 야당을 흡수 통합하면서 당의 외연을 확장해왔습니다.

그래서 분당보다는 합당에 익숙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뿌리는 일단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당의 뿌리가 이러면, 당연히 재산도 물려받았겠죠?


[기자]

2015년 기준 새누리당 재산, 선관위 자료상 565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55%가 토지와 건물, 부동산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부동산 중심으로 재산의 뿌리를 역추적해봤는데, 재산이 대폭 줄어든 때가 있었습니다.

2004년인데, 당시 차떼기 사건 이후 한나라당은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고, 그 유명한 천막당사 생활을 시작했죠


[앵커]

정치자금을 트럭으로 실어날랐던 게 드러나면서,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던 거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당의 재산을 다 처분한 건 아니고요. 서울에 있는 중앙당사만 매각했고, 지방 시도당의 토지와 건물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앵커]

이 점은 오늘 김무성 전 대표도 밝힌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따져봐야 하고, 그때 청산했다고 했는데 과연 다 청산한 것인지를 확인해봤습니다.

부동산만 일단 형성과정을 집중해봤습니다.

1997년 신한국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DJ가 남기고 간 마포민주당사를 흡수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1990년 민자당이 2개의 야당을 흡수하면서 부동산 보유액을 1860억 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야당인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은 17억 원밖에 안됐습니다. 무려 100배 이상이나 많았던거죠.


[앵커]

야당을 흡수하면서 이렇게 세를 불렸으니 기업으로 치면 '인수합병의 귀재'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그럼 이런 재산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 얘기인가요?


[기자]

이어져오고 있는 건 돈에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은 안됩니다. 그러나 합리적 추론은 가능합니다.

민자당의 관훈동 당사를 팔고, 그 돈으로 한나라당의 새 당사를 짓고, 다시 그걸 팔아서 8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명목상의 금액을 계산한 거고요.

연수원은 차익이 더 커보입니다.

민자당이 가락동 연수원을 팔고, 천안 연수원을 짓는 과정에서 약 1350억 원의 차액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4년 차떼기로 헌납하거나 매각한 것과는 별개로 누적 자산이 상당했다는 얘기죠.


[앵커]

인수합병도 뛰어난데 부동산 재태크 능력도 대단하군요. 그런데 김무성 의원의 말대로 "재벌 등쳐서 산 부동산"입니까?


[기자]

일단 등을 쳤는지, 안쳤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은 안되는데, 이 표는 과거에 전두환 정권부터 새누리당까지 쭉 재산이

이어져왔다는 것만 파악하시면 될 것 같고요.

재벌의 관련성은 다른 방식으로 취재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지정기탁금'라고 있습니다.

이건 돈 주는 쪽이 돈 받는 정당을 지정해서 선관위를 통해 정치자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1982년부터 89년까지의 현황을 보시죠. 기업이 낸 총액이 873억 원입니다.

이가운데 98%가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에게 갔습니다.

기업이 압도적으로 여당에게 돈을 몰아줬다는 뜻입니다.


이와 별개로, 김무성 의원 말대로 "재벌 등쳐서" 돈을 거둔 것도 일부 확인됩니다. 법원 판결문입니다.

전두환 비자금 사건에서 "(대통령 경호실장이)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연락하여 금원을 제공하도록 한 점, 뒤에는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부분도 나와있습니다


[앵커]

그때나 지금이나 대기업에게 돈을 받아내는 행위나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군요?


[기자]

그래서 김무성 의원이 말한 "재벌 등쳐서 형성한 돈"이라는 말은 일부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부라는 건, 더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뿌리는 더 깊습니다. 1980년 12월 10일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 청산위원회'의 발표 내용입니다.

"구 공화당 자산 전체를 가칭 민주정의당에 무상 양도하기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박정희 공화당의 재산을

전두환 민정당에게 그대로 물려준다는 거죠.

당시 공화당은 남산에 당사를, 가락동에 연수원을, 8개 시도에 사무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거, 그대로 인수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 새누리당이 가진 재산의 출발은 박정희 정권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쭉 이어나가는 자산의 흐름 중 부동산을 아까부터 보자고 한 이유는 공화당의 남산 당사가

저걸 팔고 관훈동 중앙당사, 그 뒤에 그걸 팔고 여의도에 새 당사를 지었습니다.

가락동 연수원도 마찬가지로 천안 연수원으로 바뀌었죠. 나중에 헌납하긴 했지만 그런 흐름들이 있습니다.

부동산만 봐도 나옵니다.


12년 전 천막당사로 옮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제 한나라당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희 취재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에서 재산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친박, 비박이 말하는 새로운 보수…

아직까지는 멀게 느껴집니다.


[앵커]

드러낼 뿌리는 더 깊고 오래됐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