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687억원 중 1534억원이 국민 세금
-사업비로 매입한 땅, 건물은 조계사로 귀속
-민간 추진 사업에 국가가 땅 매입한 전례 없어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이 국가 예산으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수백억원대 땅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국고를 지원해 민간에 토지를 매입해 준 전례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조계종은 내년 1월부터 3년간 조계사 일원에 '10·27 법난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계획안은 국무총리실 소속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정만 조계종 총무부장 명의로 작성했다.
↑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조계종은 조계사 인근 3624㎡ 땅을 국민 세금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대웅전 뒤로 보이는 현대식 고층건물은 조계사 입지가 얼마나 금싸라기 땅인지 말해준다. /안석현 기자
↑ '10.27 법난 기념관' 예정부지. 1동은 지상 6층, 지하 5층 규모의 전시시설이, 2동은 지상 3층, 지하 1층의 치유시설이 들어선다. /그래픽=박종규
↑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 12시 방향에 있는 흰색 건물이 동일빌딩이다. '10.27 법난기념관' 1동 예정부지는 동일빌딩을 포함한 3574㎡를 매입해 건립할 계획이다. 동일빌딩 뒤로는 일부 불교용품 판매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 있다. /안석현 기자
↑ /'10.27 법난기념관 건립 사업계획' 발췌
↑ '10.27 법난기념관' 2동 건립 예정지인 율곡로 4길 건물들. 이곳은 땅의 크기(926㎡)는 작지만 상권이 발달돼 있어 부지 매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석현 기자
조계종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10·27법난(法難·용어설명 참조)'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사업 예산은 총 1687억5000만원이다. 이 중 국가 보조금은 1534억원이고 조계종은 10% 정도인153억원만 부담키로 했다.
사업비의 9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한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에 지원금 200억원을 배정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사업비의 절반 가량인 770억원을 기념관 부지 매입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법난 기념관은 크게 2개동으로 지어진다.
지상 6층 지하 5층 규모의 1동은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북쪽, 안국동 사거리에 맞닿은 사유지를 매입해 건립한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2동(치유시설)은 조계사 남서쪽, 원당빌딩을 포함한 4개 필지를 사들여 짓기로 했다.
1동 예정지 3574㎡(약 1080평) 중 조계종 소유지는 17.5%인 62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유지(75.5%)와 서울시 땅(7%)이다. 2동 예정지 926㎡(약 280평)는 100% 사유지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기념관 건물은 물론, 토지 역시 조계사에 귀속된다. 국가가 세금으로 조계사의 땅을 사주는 셈이다.
그동안 과거사 관련 추모시설 건립시 국고로 사유지를 매입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제주 4·3 평화공원'이나 '거창사건 추모공원'처럼 사업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일 경우에 한정된다.
이번처럼 민간이 소유권을 가지는 기념관 건립에 정부가 세금을 들여 땅을 사 준 적은 없다.
조계종 역시 기념관 건립 과정에서 건물·토지 귀속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계획서에는 "순수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의 부지 매입에 대한 국고를 지원한 사례는 거의 없으나,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 "소유권을 조계종이 갖더라도 이를 처분할 수는 없으므로 민간의 자산 증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신군부에 의해 탄압받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필요하지만 특정 종교의 사업에 국고를 투입해
토지를 매입해주는 것은 무리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과거의 피해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아 보상을 받고, 그 돈으로 기념관을 세우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종교단체의 땅을 매입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념관이 들어설 부지를 예정대로 매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점도 논란거리다.
사업 부지의 80%가 사유지인 만큼 땅을 온전하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난관에 봉착한다.
1동 예정지인 안국동 사거리쪽 건물들은 대부분 사무실과 중소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2동 예정지 대부분은 식당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조선비즈는 기념관 예정지로 확실시 되는 건물 및 토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건물·토지의 주인이 제각각이었다.
일괄 매입은 불가능하고, 개별 건물주들과 협의 하에 매입해야 할 형편이다.
조계종은 전문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부지 소유주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소유주로부터 매각동의서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상권이 더 발달한 2동 예정지 건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업 예정지의 한 식당주인은 "종로구 내 번화가에서 다시 장사를 하려면 1평당 2억원 정도는 받아야 새 식당을 열 수 있다"며
"같은 크기의 대체 부지를 마련해 주지 않는 이상 땅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측 관계자는 "올해 안에 부지 매각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은 내부 목표"라며
"그 외 건물·토지 소유권 등 사업 추진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내부 사정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10·27 법난
1980년 10월 27일 전두환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조계종 승려 및 불교 관련자를 강제로 연행·수사한 사건이다.
수배자 및 불순분자를 걸러낸다는 구실로 총 1929명을 검거했다.
또 사찰 3733개소, 암자 1607개소를 포함해 총 5731개소의 불교 관련 시설을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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