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에 먼저 거제 지도를 펴보자.
섬은 세 잎 클로버 이파리 모양이다.
풍경을 찾아간다면 위쪽의 이파리 하나는 '똑'하고 따내도 좋다.
거제 섬 동북쪽 해안은 일찌감치 거대한 조선소들이 차지했으니 말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레인들이 가득한 거제의 조선소들이 그쪽에 모여 있다.
그러니 거제에서 드라이브 코스는 한 잎을 따내고
아래쪽 남은 두 개의 이파리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가며 이어진다.
거제의 드라이브는 섬 안에서 가장 번성한 포구인 장승포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보통이다.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거제 해안도로는 자주 언덕을 오르내린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혹은 언덕 하나를 올라 정점에 설 때마다 어김없이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그냥 지나쳐 가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운 풍경들.
아차 하는 사이에 이런 풍경들이 휙휙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거제를 드라이브하는 데 가벼운 캠핑용 의자 하나쯤 가져가라 권하는 건 이런 아쉬움 때문이다.
차를 멈추고 좀 오래 보았으면 하는 풍경들이 거제의 해안 도처에 있으니 말이다.
장승포를 출발했다면 가장 먼저 멈춰 서 풍경을 바라볼 자리는 바로 서이말 등대다.
등대는 거제 동남단에 쥐의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곶 끝에 서 있다.
그래서 등대 이름도 '쥐 서(鼠)'에 '입 이()', 끝 말(末) 자를 쓴다.
장승포에서 지세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쯤에서 좌회전해 초소 앞에서 빛이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속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4㎞쯤 더 가면 서이말 등대다.
등대 주변 숲이 어찌나 짙은지 고라니가 툭툭 튀어나오고 너구리며 삵까지 어슬렁댄단다.
등대의 모습이야 그다지 특별할 건 없고, 등대 자리에 올라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등대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오른쪽으로 쪽빛 바다 너머 길게 누운 외도와 그 뒤의 거제 해금강이
펼쳐진다. 섬 주위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그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등대 옆 사무실의 옥상.
하지만 특별한 양해 없이는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니, 아쉽더라도 등대 옆의 길 쪽에다 의자를 놓고
풍경을 감상하자.
외진 위치 탓에 관광객은 거의 없고 간혹 극성스러운 낚시꾼들만 찾아드는 곳이라 풍경을 제 것
삼아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
↑ 거제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여차∼홍포 구간의 비포장도로변에
2층짜리 목조 전망대가 새로 들어섰다. 전망대에 오르면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가까이 떠있는 섬의 무리가 소병대도이고, 왼쪽 뒤편이 대병대도. 오른쪽이 가왕도다.
↑ 거제 해금강으로 드는 길목의 주차장 부근에서 바라본 신선대의 모습.
거대한 갯바위들이 어우러져 우람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신선대 공중화장실 뒤편에 지어놓은 나무 덱이 이런 풍경을 감상하는 최고의 자리다.
# 자갈 구르는 소리와 비밀처럼 숨은 해변
장승포에서 지세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거제에서 가장 이름난 와현과 구조라,
두 곳의 해수욕장을 지난다.
섬 안쪽으로 부드럽게 휘어진 백사장이 멋스럽지만 이 정도 풍경에 멈춰 서기에는 갈 길이 바쁘다.
여기보다는 파도가 들고날 때마다 둥근 자갈이 자그르르 구르는 학동 몽돌해변의 운치가 더 낫다.
구태여 의자를 놓을 것 없이 자갈밭에 털썩 앉아서 맑은 바다를 구르는 자갈 소리를 듣는 맛이 일품이다.
워낙 이름난 거제의 명소라 학동의 몽돌해변은 피서철이 아닌 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지만,
해안선이 워낙 길고 넓어 피크시즌만 아니라면 호젓한 자리를 찾아 자갈 구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거제 드라이브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학동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도로 옆에는 온통 풍성한 방망이처럼 꽃을 피운 수국과 가는 꽃대가 바람에 물결치는
금계국들이 도열해 있다.
학동을 넘어서자마자 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해금강이 있다.
본래 갈도로 불리다가 북녘 땅의 해금강과 비슷하다 해서 아예 '해금강'으로 이름 붙여진 곳.
해금강은 그러나 육지 쪽에서 보자면 볼품없다.
일월관암, 돛단바위, 망부석, 두꺼비바위, 쌍촛대바위 등 해금강을 이루는 천태만상의 바위가 죄다 섬
뒤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금강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하고,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해금강은 보지 못한 것이나
진배없다.
육지에서 보는 풍경이라면 오히려 해금강으로 드는 입구 쪽의 신선대 일대가 훨씬 더 낫다.
신선대는 기암괴석들이 층층이 쌓여서 이룬 바위지대.
아무래도 '신선'보다는 '이무기'가 출몰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신선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자리는 신선대 주차장 부근의 공중화장실 뒤편에 있다.
화장실을 끼고 목조 덱이 놓여 있는데, 관광객들은 무심히 지나치지만 그 자리가 신선대의 풍경을
감상하는 특급 포인트다.
그늘이 없어 볕이 따갑긴 하지만, 덱 위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면 신선대를 전망하는 데 더 이상의
명당은 없겠다.
이 부근에서 풍경 한 폭을 더한다면 함목해안의 '가시버시 펜션'이 들어선 자리를 빼놓을 수 없다.
펜션의 베란다 쪽에 서면 우람한 갯바위 사이로 낭만적이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함목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 같은 검은 몽돌들이 촘촘히 박힌 1.2㎞ 구간에 펼쳐진 해변이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남해안의 맑고 깨끗한 물이 파도 쳐 몽돌을 굴리면 아름다운 명상음악이 울려 퍼진다.
몽돌이 내는 '자글자글'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일상에서 얻은 근심이 차분하게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문화해설사는 설명한다.
몽돌은 발 지압에도 좋다는 소문에 맨발로 걷는 이도 적지 않다.
반질반질해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쥐었던 돌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 '바람의 언덕'
학동에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도장포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외도와 해금강으로 갈 수 있는 도장포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매표소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바람의 언덕'이다.
예전에는 이름 없는 언덕으로 염소들을 방목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바다와 언덕의 조화로운 풍경이 소문나면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많아졌다.
몇 년 전부터는 풍차까지 만들어져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됐다.
# 여차에서 홍포까지. 거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장승포에서 줄곧 따라온 14번 국도는 다포삼거리에서 1018번 지방도로와 길이 갈린다.
1018번이란 도로번호는 꼭 기억해 두자.
1018번 지방도로는 몇 구간을 빼고는 줄곧 거제의 해안을 바짝 끼고 이어진다.
혹여 드라이브를 하다 길을 잃거든 이 도로번호만 짚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다포 삼거리를 지난 도로는 여차해변 쪽으로 접어든다.
여기서 홍포까지 이어지는 길이야말로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그 길을 한 번이라도 가보았다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차해수욕장에서 홍포까지는 경사면을 차고 오르는 비포장도로다.
거제시가 행여 풍경을 흩뜨려뜨릴까 우려해 앞으로도 이 구간의 도로를 포장하지 않기로 한 것만 봐도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비포장 길이지만 속도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달린다면 승용차로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고갯마루쯤에 전망대 두 곳이 있다.
여기 오르면 거제 남쪽의 섬들과 둥근 자갈이 깔린 여차해변이 발아래로 굽어보이는데 그 장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길이 비좁아 전망대 주변에는 차를 세울 자리가 마땅치 않다.
차를 세 대쯤 세우면 길을 막을 정도니, 차가 몰려들 때는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그래도 아쉬울 게 없는 게 홍포 쪽으로 내려서다가 제법 너른 길 옆에 목조 덱으로 지은 2층짜리
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거제 최남단의 섬 대병대도와 소병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다 위에 열도처럼 떠있는 섬들은 완벽한 구도와 배경, 그리고 여백까지 갖추고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방불케 한다.
여기서는 목조 덱 아래층이 명당이다.
따가운 햇볕도 들지 않으니 의자를 펴고 오래 머문대도 좋다.
의자에 깊이 몸을 묻고 점점이 떠 있는 섬 사이로 간혹 지나가는 고깃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또 없다.
# 소나무 그늘 아래서 만난 가장 평화로운 바다
홍포를 지나 해안도로를 더 달리면 명사마을을 만난다.
자그마한 어촌마을에는 제법 긴 백사장을 두른 명사해수욕장이 있다.
이름난 거제의 해수욕장들을 외지인에게 내준 거제 사람들이 행여 알려질 새라 쉬쉬하며 찾아오는
곳이다.
명사해수욕장의 백사장에는 열그루 남짓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개 치듯 가지를 뻗고 있는데 오전
나절에는 나무 그늘이 좁은 도로와 백사장을 넘어 바다 끝에 닿을 듯하다.
그늘이 드리운 고운 모래밭에 의자를 놓고 바다와 마주 앉는다면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거제는 방문객에게 '마음의 보물섬'이 된다. 학동 몽돌해변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어린이에게서(위), '바람의 언덕' 이국적인 풍차에서(가운데), 맹종죽숲에서 우산을 받
쳐든 여인(아래)에게서 자연스럽게 동심·낭만·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 맹종죽숲 테마파크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아직까지도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10만㎡의 부지에 곧게 치솟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맹종죽은 중국이 원산지로, 흔히 '죽순죽' '모죽'이라고도 부른다.
거제도에 맹종죽이 전해진 것은 1920년대. 테마파크에 따르면 이곳 주민 신용우씨가 일본에 산업시찰을
갔다가 3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작돼 지금은 거제도 하청면 일대 아무곳에서나 맹종 대나무숲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맹종죽의 80%가 거제도에 있다.
특히 맹종죽의 죽순은 단맛이 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종죽에 얽힌 고사성어가 있다.
효를 말할 때 쓰는 '맹종설순(孟宗雪筍)'이다.
중국 삼국시대 맹종이라는 사람이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의 모친이 한겨울에 대나무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자 눈이 쌓인 대밭으로
달려갔다.
겨울에 대나무 죽순이 있을 리가 없다.
대나무 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대나무밭에 주저앉아서 통곡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대나무 순이 돋았다.
맹종이 얼른 대나무 죽순을 꺾어 죽을 끓여 드리자 모친의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이곳 테마파크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탁 트인 거제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휴식과 힐링(치유)의 명소로 가꾸겠다는 게 거제시의 설명이다.
거제의 대표적인 맛집으로는 장승포의 '항만식당'(055-682-3416)과 상동동의 '백만석'(055-637-6660)이 꼽힌다.
항만식당은 갖은 해물에다 된장을 풀어 끓인 해물뚝배기를 내놓는다.
백만석은 다져서 네모꼴로 냉동한 멍게와 김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의 원조로 꼽히는 집이다.
저렴한 가격에 돌게장과 다양한 반찬을 내는 장승포의 '싱싱게장'(055-681-5513)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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