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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학살 피해자 유엔에 진정.."한국 정부의 미안하단 한마디 원해"

*바다향 2020. 10. 7. 22:00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 유엔에 진정.."한국 정부의 미안하단 한마디 원해"

[경향신문] 응우옌 티 탄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 청룡부대(해병대 제2여단)의 총탄에 맞았다. 그때 일곱 살 소녀였다. 청룡부대는 비무장인 마을 주민 수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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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청룡부대 습격 등
인권침해 확인해달라 요청

 

응우옌 티 탄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 청룡부대(해병대 제2여단)의 총탄에 맞았다.

그때 일곱 살 소녀였다.

청룡부대는 비무장인 마을 주민 수십명을 살해했다.

그는 어머니가 다른 주민과 함께 집단 총살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언니, 동생, 이모도 잃었다.

청룡부대는 같은 달 24일에는 인근 하미 마을을 습격했다.

이 마을에도 응우옌이라는 이름의 열 살 소녀가 있었다.

청룡부대가 수류탄을 던지자 어머니가 그를 끌어안았다.

수류탄이 터져 그는 귀와 다리, 허리를 다쳤다.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다.

 

52년이 흘렀다.

동명이인인 두 명의 응우옌 티 탄은 유엔에 한국 정부의 인권침해를 확인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응우옌을 대리해 유엔에 진정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유엔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유엔특별보고관에게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행위와 그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의 부재가 국제인권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임을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살 진상조사, 정보 공개, 공식 사과, 피해 회복 조치를 한국 정부에 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한국·베트남 두 정부로부터 외면당했다.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퐁니·퐁넛 마을의 응우옌(59)은 2018년 4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은 모의재판인 시민평화법정에서 승소했다.

당시 청룡부대 참전군인이 “선임병이 민간인을 죽였다”고 증언하는 영상도 제출됐다.

재판부는 “중대한 인권침해이자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실제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4월 그와 피해자 103명은 청와대에 진상조사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지만 거부당했다.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에는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은 1969년 중앙정보부 시절 퐁니·퐁넛 사건을 조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는데도 ‘외교적 불이익’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계속 비공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두 응우옌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고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퐁니·퐁넛 마을의 응우옌은 “그날의 진실이 밝혀져야 퐁니·퐁넛의 원혼들이 두 눈을 감고 안식에 들 수 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고 말했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62)은 “내 고향 하미 마을에는 아직도 한국군에게 입은 학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있다. 한국 정부는 나와 베트남의 피해자들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