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증거 없다"던 日 비밀 요새..2,600명 '강제징용 명부' 나왔다

*바다향 2020. 8. 15. 01:50

 

[앵커]

2차 대전 말, 일본군은 최후의 항전을 벌일 지하 요새를 비밀리에 건설하면서 조선인 수천 명을 강제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 들어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면서 이걸 부정하는 안내판까지 세웠는데요.

이런 억지 주장을 뒤집을 만한 '징용자 명부'가 처음 발견됐습니다.

그 수가 2,600명이나 됩니다.

황현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한가운데 일제가 극비리에 만든 지하 요새가 있습니다.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한 1944년, 일왕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던 곳입니다.

지하 요새는 이렇게 소형 트럭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전체 길이도 12km에 달합니다.

공사에는 조선인 6천여 명이 강제동원됐고, 최소 3백 명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공호 앞에 있는 안내판.

원래는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모든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된 건 아니라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4년, 나가노시가 "강제징용 증거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바꾼 내용입니다.

 

[기타 히데유키/나가노 평화인권회의 사무국장 :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건설회사와 일본군 등이 (패망 직후에) 관련 자료를 모두 소각해 없앴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 의회 도서관에서 조선인 2,60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 적힌 명부가 발견된 겁니다.

방공호 안에 적혀 있던 '밀성상천'이란 글씨.

그런데 명부에도 경상남도 출신, 27살의 같은 이름이 나옵니다.

'밀성'은 밀양의 옛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받자 고향 지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엔 명부 안, 전남 무안 출신의 '미하라 석지'란 이름.

본명은 김석지로, 방공호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인 근로자들은 조선총독부에 의뢰해 징용을 위해 강제로 끌고 온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던 인물입니다.

 

[하라 아키미/마츠시로 역사관 관계자 : "지하 방공호의 가장 중요한 곳을 맡았던 건설업체의 명부가 발견된 건 이번 2,600명이 처음입니다."]

 

현지 단체들은 강제징용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가노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전범 9명의 자백.."일본군, 위안부 범죄 직접 관여"   

 

<앵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입니다. 29년 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때마침 의미 있는 역사 자료가 오늘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얼마나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보여주는 전범 9명의 자백입니다.

 

김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일본 패전 직후 중국에서 체포된 일본군 헌병, 아즈마 이치헤이가 1954년 6월 직접 쓴 진술서입니다.

중국에서 열린 전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됐습니다.

관동군 사령부 명령에 따라 중국인 가옥을 약탈해 군 위안소로 만들었고 조선인 여자 30명을 위안부로 강제 영업시켰다고 쓰여 있습니다.

 

[김정현/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군인이 4천여 명인데 이로부터 강간·구타·폭행으로 인해서 성병으로 고생하고 빚까지 가중시켜서 노예처럼 학대했다'라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영된 일본군 위안소가 당시 중국에만 28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범 9명의 자필 진술서에는 여기에 일본군이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싼장성 푸진 헌병분대에서 일본군 위안소를 감시 감독했고 조선인 위안부 30명을 위험한 전투 지역인 정저우로 파견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남상구/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 : 군과 관원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직접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법정에 제출된 자료이기 때문에 문서로서의 의미가 있는 겁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전쟁범죄임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지만,

[아베 신조/日 총리 (2014년 2월 12일) : 틀린 사실을 늘어놓고 일본을 비방·중상하는 데 대해서는, 사실에 근거해 냉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기 훨씬 이전인 1950년대에 이미 일본군 전범들 스스로 중대한 범죄 행위임을 자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