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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여기가 ‘진짜’다

*바다향 2019. 10. 14. 18:00

“오메,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 붉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메, 단풍 들것네.

/(중략)/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메,단풍 들것네」)

‘단풍 들것네’라는 말은 끝났다. 단풍, 이미 들었다.

그러나 단풍놀이를 위해 북한산이나 계룡산, 내장산, 무등산, 한라산에 가는 실수는 범하지 말자.

이 산들에 단풍이 들려면 아직 일주일도 더 남았다.

반면,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지리산에는 각각 지난달 28일, 지난 2일, 지난 8일, 지난 11일부터 첫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산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이곳으로 단풍놀이 갈 예정이라면, 이 네 산에서도 특히 단풍이 더 아름다운 곳이 있으니 소개한다.

#설악산은 주전골과 흘림골


설악산 주전골 단풍

설악산 주전골 단풍 [사진= 연합뉴스]

설악산에 단풍놀이를 간다면 주전골과 흘림골을 기억하자.
한계령휴게소와 오색약수터를 잇는 이 두 깊은 골짜기가 설악산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흘림골에서 등선대와 용소폭포를 거쳐 주전골까지 닿는 6.6km의 길이다.
주전골 입구부터 시작해도 좋지만, 지금은 흘림골의 단풍이 더 좋을 때다.

늘 흘림골이 주전골보다 단풍이 더 일찍 든다.
흘림골에서 등선대까지는 오르막길, 등선대에서 용소폭포까지는 내리막길, 용소폭포에서 주전골 입
구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오르막길이라 힘들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흘림골 입구에서 시작해 오르기 좋은 탐방로가 잘 갖춰
져 있다.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길옆에는 붉은 단풍이 비치는 계곡물이 흐른다.
등선대에 올라 서북 능선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고 내려오는 길의 단풍 또한 절경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한계령 휴게소에서 3.5km 정도 걸어 내려오면 흘림골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오대산은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단풍 [사진= 연합뉴스]

단풍놀이에 꼭 산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등산의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대산 선재길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8.1km에 이르는 이 숲길은 60년대 말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교신도들
이 걷던 길로, 대부분이 평지로 돼있다.
그렇기에 노약자나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빼곡한 자작나무 숲길 옆으로 시원한 계곡이 흐르니, 걷다가 발이 아프면 잠시 신발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가도 좋을 일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면 월정사
에서 가깝다.

상원사에서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라면, 상원사에서 진부면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60~9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치악산은 부곡리에서 곧은재, 비로봉까지

치악산 구룡사 단풍 [사진= 연합뉴스]

부곡리에서 곧은재를 통해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까지 오르는 8.9km 코스 또한 정상을 오르는 길 치
고는 완만해 단풍놀이객들이 붐빈다.

본래 치악산은 오르기 힘든 산으로 유명하지만, 이 코스만은 그렇지 않아 단풍놀이철이면 치악산의
숨겨진 보물로 꼽힌다. 등산로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며 그 위로 비치는 빨간 단풍나무를 볼 수 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수묵화처럼 축축이 젖은 붉은 단풍이 일품이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해 안흥정류소에 내리면 가깝다.

또한, 원주시외버스터미널이나 원주역에서도 버스로 20분 거리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곡리의
부곡탐방지원센터 입구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다.


#지리산은 피아골

지리산 피아골 단풍 [사진= 연합뉴스]

지리산은 각종 식물이 등고선을 따라 분포돼 자라고 있으며 대부분이 활엽수이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어딜 가나 단풍이지만, 단풍으로는 매년 단풍 축제가 열리는 피아골이 단연 으뜸이다.

노고단과 반야봉 중간의 8km에 이르는 이 계곡은 예로부터 ‘삼홍소’(三紅沼 )라 불렸다.

산홍(山紅), 수홍(水紅), 인홍(人紅), 즉 단풍이 들때면 산도 물도, 그 사이를 걷는 사람도 붉어진다는
의미다.

제 때가 되면 사람이 너무 많을 수 있으니, 지금 가는 것이 오히려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남부터미널에서 경상남도 하동 가는 버스를 타고 구례터미널에 내려서 피아골이
종점인 버스를 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