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소년들' 고립 17일 만에 전원 구조..
모든 면에서 세월호 사건과 비교돼
캄캄한 동굴 속.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단단한 회색빛 돌과 그 아래 찰랑이는 흙탕물뿐이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다. 이 상태로 18일을 버티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이 말이다.
영화 같은 일이 태국에서 실제 일어났다.
이른바 ‘동굴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 ‘야생 멧돼지(태국어로
무 빠)’의 얘기다.
11살에서 16살 사이 남학생 12명과 이들의 코치 엑까뽄 찬따웡(25) 등 13명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앙 동굴에 고립됐다가 18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이 기적에 도움을 준 이는 1000명이 넘는다.
소년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태국과 미국군의 잠수대원 1000여 명이 수색에
나섰고, 영국 잠수사와 호주 의사 등 수십 명의 전문가가 파견돼 국제 구조팀이 꾸려졌다.
“동굴의 기적에 전 세계가 공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조를 지휘한 나롱삭 오솟타나꼰 치앙라이 주지사와 구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SNS에
전달한 태국 해군은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 기적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태국 '동굴의 기적'을 이끈 다국적 잠수사들이 동굴 입구에서 잠수를 준비
중이다. ⓒ태국 네이비실 제공
■ 생존 - 12명 새끼 멧돼지 끝까지 품은 코치
소년들을 동굴로 데려간 건 ‘야생 멧돼지’ 팀의 코치 엑까뽄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6월23일 축구 훈련을 마친 뒤 구경을 하러 동굴 속으로 갔다.
문제는 폭우였다.
일주일 넘게 비가 내려 동굴은 잠겼고, 소년들과 코치는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입구에서 5km 떨어진 동굴 내 가장 넓은 공간인 ‘파타야 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실종 초기 엑까뽄은 “아이들을 왜 동굴로 데려갔느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조가 시작된 이후 “코치가 아이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오보가 나면서 비난은
포화 상태가 됐다.
그러나 먼저 구조된 아이들의 증언은 달랐다.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코치덕이었다.
파타야 비치에 아이들을 올려준 것은 엑까본 코치였다.
과자를 쪼개 하루 먹을 양을 정했고,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맑은 물을 마시라고 알려줬다.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
그는 아이들을 모두 내보낸 후 가장 마지막에 구조됐다.
이 부분에서 오버랩되는 우리의 아픔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선 아이들을 배에 남겨둔 채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빠져나왔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장 등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 음성을 남긴 채, 속옷 차림으로 해경 함정에 올라탔다.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 선장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태국 '동굴의 기적'을 이끈 다국적 잠수사들이 동굴 입구에서 잠수를 준비
중이다. ⓒ태국 네이비실 제공
■ 확인 - 영국에서 온 잠수사, 직업은 IT기술자
열흘 만에 바깥세상과 연이 닿은 소년들이 먼저 내뱉은 말은 “고마워요.”
이 음성을 처음 들은 건 영국인 잠수사 두 명이었다.
이전까지 생존이 불투명했던 소년들의 위치가 파악된 첫 순간이다.
소년들의 모습은 태국 해군이 SNS에 공개한 영상에 담겼다.
잠수부들을 보자 야윈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고, 빨간 옷을 입은 소년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 영상을 본 영국동굴탐험협회는 영상에 등장한 잠수부가 영국 출신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이라고 밝혔다.
스탠턴은 소방관 출신이고, 볼랜던은 컴퓨터 기술자다.
이들은 동굴탐험가로서는 ‘세계 최고’로 통한다고 한다.
특히 스탠턴은 2004년 멕시코에서 홍수로 지하에 갇힌 영국 병사 6명을 구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9일 동안 조난당한 군인들에게 잠수를 가르쳐 9시간 만에 모두를 구조했다.
■ 건강 - 호주 의사, 소년들 모두 구조된 날 아버지 사망
13명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옆에서 건강을 체크한 건 호주 출신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였다.
동굴 잠수 경력은 30년이나 된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해리스는 5km를 잠수해 동굴로 들어가 아이들 곁을 지켰다.
몸 상태에 따라 구조 순위를 정한 것도 해리스였다.
그는 탈출을 위해서 수km를 스스로 헤엄쳐 나와야 하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소년들이 모두 구조된 7월10일 같은 시각 해리스의 부친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
움이 더하고 있다.
영국·호주·중국·일본 등 다국적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구조 작전을 실행한 주역은 태국

컨트롤타워는 나롱삭 오솟타나꼰 치앙라이 주지사였다.
태국의 기적에 대해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고, 이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마취과 의사 해리스는 작업 직후 아버지 임종 소식 들어
8주년 결혼기념일 파티 제쳐놓고 치앙라이로 온 파시
오소타나꼰 전 주지사 "17일간 1만명 효율적으로 구조 도와"

<비비시>(BBC) 방송은 동굴에 들어간 지 18일 만에 구조된 축구팀 ‘멧돼지’를 위해 기꺼이
동굴 안으로 따라 들어간 13인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2일 동굴 안에서 처음으로 소년들의 생존 신호를 발견한 이들은 영국인 정보기술(IT) 컨
설턴트 존 볼란선과 전직 소방관 리처드 스탠턴이다.
소년들은 동굴에 갇힌 지 9일 만에 자신들을 애타게 찾는 두 사람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너희들, 아주 강하다”며 용기를 북돋웠고, 그렇게 ‘타이 동굴 소년 구출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지금껏 노르웨이·프랑스·멕시코 등을 돌며 동굴 구조 작업에 참여해온 베테랑 구조
대원들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앞장서 동굴의 구조와 지형을 파악했고, 소년들을 찾아낸 뒤엔 구조 계획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2012년 프랑스에서 한 잠수부의 주검을 찾아낸 뒤 구조 관련 영국 자선단체 ‘로열 휴
메인 소사이어티’에서 함께 동메달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애들레이드 출신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는 휴가를 내고 7000㎞를
날아 치앙라이로 왔다.
30년 이상 잠수 경력이 있는 그는 동굴로 직접 들어가 소년들의 건강을 챙겼다.
그의 진단 결과에 따라 구조 순서가 정해지는 등 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작전 성공 직후 안타까운 소식이 찾아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해리스의 아버지인 혈관 전문의 짐 해리스가 10일 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급하게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추모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타이 해군 대원들은 이번 작전의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활약했다.
특히 의사 빡 로한순과 잠수대원 3명은 생존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8일이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소년들과 함께 동굴 안에서 동고동락했다.
10일 남아 있던 생존자 5명이 모두 탈출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온 것도 이들이었다.
전직 해군 대원이던 사만 꾸난의 희생은 전세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6일 새벽 1시께 공기탱크를 운반하는 밤샘 작업 중 산소 부족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전역 후 타이공항공사 보안 직원으로 일했었다.
꾸난의 부인은 <비비시>에 “그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사랑했고, 구조 활동을 완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내 마음속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푸껫에서 잠수용품점을 운영하던 벨기에 출신 벤 레이메난츠, 수년간 타이에 살며 잠수학교에서
일한 덴마크 출신 클라우스 라스무센, 남부 타오섬에서 기술 잠수센터를 운영한 핀란드 출신 미코
파시도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동굴 안에서 소년들을 호위하며 안전하게 구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소년들이 동굴에 갇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파시는 지중해 몰타에서 8주년 결혼기념일을 즐길
예정이었지만 저녁 파티를 제쳐놓고 치앙라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파시와 함께 일했던 덴마크 출신 이반 카라지치, 캐나다 출신 에릭 브라운도 흔쾌히 공기통을 메고
희망을 찾아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카라지치는 <방콕 포스트>에 “작은 소년들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느냐. 2주 동안 동굴 안에 갇혀
엄마와 만나지도 못했다는 걸 한번 상상해보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녀석들이다. 믿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브라운은 구조를 위해 일곱차례에 걸쳐 63시간 동안 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코 파시(왼쪽)와 클라우스 라스무센(가운데)이 탐루앙 동굴 안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동굴 안쪽으로 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파시 페이스북 갈무리
10일 밤 타이 치앙라이주 매사이 지역 탐루앙 동굴에서 구출 작업을 마치고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 밖으로 나온 타이 해군 소속 의사 빡 로한순과 잠수대원
3명이 엄지손을 치켜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이 해군 페이스북 갈무리
이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기적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영화제작사 ‘퓨어 플릭스’의 마이클 스콧 공동 창업자가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부들을 인터뷰하고, 현장에서 직접 보고 취합한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 제작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은 오는 13일 소년들의 이야기와 구조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방영을 예
고했다.
세계적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소속 출판사 ‘스피겔 앤 그라우’의 신디 스피겔은 “코치의 불교식
훈련에 초점을 맞춰, 소년들에게 용기와 생존할 힘을 준 얘기를 책으로 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롱삭 오소타나꼰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지난 17일간 곳곳에서 약 1만명이 효율적으로 구조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사랑의 힘 덕분에 작전이 성공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17일간 지속된 사랑과 협력을 계속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12일 밤낮을 뜬눈으로 물 퍼냈다" 태국 동굴 기적의 숨은 영웅
논밭에 물대는 사업용 펌프로 혼신의 배수 자원봉사자.."아이들 도와 그저 기쁠 뿐"
태국 동굴기적의 숨은 영웅 타왓차이씨[카오솟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서 자랑스러워요. 잠을 못자서 집에 가서 푹 자야겠어요"
치앙라이 매사이 탐루엉 동굴에 갇혔던 13명의 유소년축구팀 선수와 코치의 구조 소식으로 태국
전역이 흥분과 환호에 차 있던 11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주황색 우비를 입고 트럭에 배수용 펌프와 18m 길이의 파이프를 실어 구조현장을 조용히 빠져나간
사람이 있다.
소년들이 갇혀있던 탐루엉 동굴에 파이프를 연결하고 물을 퍼내온 자원봉사자 타왓차이 추엉까촌(42)씨다.
방콕 인근 나콘빠톰 주(州)에서 펌프로 농장 등에 물을 대주는 사업을 하는 그는 소년들이 동굴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생업을 접은 채 이번 구조작업에서 '그레이트 나가 워터 펌프 팀'으로 불린
20명의 직원을 이끌고 치앙라이 동굴로 달려왔다.
차로 꼬박 12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펌프와 파이프로 지난 12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굴안에 가득 찬 물을 퍼냈다.
덕분에 구조대의 활동이 훨씬 자유로워졌고 13명의 소년과 코치를 구하는 일도 수월해졌다.
배수용 파이프를 트럭에 싣고 구조현장을 빠져나가는 타왓차이씨의 트럭
그는 논과 밭에 물을 대주고 시간당 1천바트(약 3만4천원)를 받는다.
자원봉사에 나선 지난 12일간 벌 수 있었던 돈이 적지 않지만, 그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을 빼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처럼 동굴소년 구조에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그에게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비추지 않았고 '영웅
칭호'를 붙여주는 이도 없었다.
타왓차이씨는 현지 인터넷매체 카오솟 기자에게 "마음이 끌려서 이곳에 왔고, 아이들을 도와서 기쁠
뿐"이라며 "그동안 제대로 잠을 못자 졸리다. 집에 가서 푹 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구조작업에서 얻은 교훈을 묻자 "모두가 저마다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내가 얻은 교훈은 우정"
이라며 웃었다.
18m길이의 육중한 배수 파이프를 실은 타왓차이씨의 트럭 4대가 한꺼번에 혼잡한 구조 현장을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를 알아본 경찰이 구조현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트럭을 배웅했다.
'13명 전원생존'이라는 동굴의 기적을 만든 숨은 영웅 타왓차이씨의 임무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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