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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의 맛

*바다향 2016. 6. 11. 22:40

메밀의 향, 메밀면의 식감, 쓰유국물의 맛.

삼위일체가 이뤄지는 소바의 참맛.

 

 

장수를 기원하는 메밀면

 

본 재료와 굵기,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면의 식감 그리고 곁들이는 소스와 국물, 조리법 등에 의해 천의 얼굴을 지닌

국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국수는 나라마 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 지리적, 역사적, 민족적 특성을 잘 보여주며 재료, 제조법, 조리 방법,

그릇과 먹는 법에도 그 고유문화가 담겨 있다.

 

일본에는 12월 31일 밤에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면을 먹는 풍습이 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 에서 ‘해 넘기기 소바’를 먹는다.

가늘고 긴 메밀면(소바)처럼 장수하기를 바라는 의미와 잘 끊어지는 메밀면의 특성을 고려해 한 해의 어려웠던 일이나 액운을

잘라버리기 위함이라는 설이 존재한다.

 

중국 송나라에서 발달한 국수 문화가 일본 선종의 유학파 승려들에 의해 일본으로 전래되기 시작했다.

최초에는 일본 도호쿠사의 창건자인 쇼이치에 의해 소면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소면은 승려와 상류층만 즐길 수 있는 최고급 별식이었다.

그 이후 무로마치시대(1336~1573년) 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에 걸쳐 우동은 서민생활에 빠르게 뿌리 내리기 시작했으며,

메밀을 이용한 면은 에도시대에 민중의 음식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소바의 인기가 우동을 추월했을 정도다.

당시 맷돌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에도(일본 도쿄의 옛 이름)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메밀을 국수의 재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방 영주들은 의무적으로 에도에서 격년으로 거주해야 했는데, 이때 이들을 위한 수행원들도 따라오면서 도시가 커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가 발전하면서 초밥, 소바 등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이다.

 

기술의 미학

 

수타 소바 전문점 ‘오비야’의 이정학 조리장은 ‘우동은 힘의 맛, 소바는 기술의 맛’이라고 말한다.

우동면은 밀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발로 꾹꾹 밟아 기포를 제거하면서 탄력 있는 차진 면발을 만든다.

한국에서 메밀로 만드는 대표적인 국수인 ‘막국수’는 ‘막(금방) 만든 국수를 막 (바로) 먹는다’라는 뜻이라고 전해지는데,

이는 메밀가루의 성질이 반영되어 있다.

글루텐 성분이 없는 메밀가루로 만든 반죽은 숙성할 필요 없다.

메밀 반죽은 수분과 습도, 온도 등에 예민한데,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재빨리 반죽하고 면을 넓게 펼친 뒤 일정한 굵기로 면을

자른다.

그리고 바로 삶아야 가장 맛있는 메밀면의 맛을 전할 수 있다.

 

우동면을 뽑는 사람은 소바를 만들 수 없지만, 소바를 만드는 사람은 우동면을 뽑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0% 메밀국수는 매력이 떨어진다.

일본에서는 소바를 니하치소바(밀가루와 메밀가루의 비율을 2:8로 섞어 만든 국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밀가루에 글루텐이 없어 국수발이 쉽게 끊어져 씹는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메밀면을 만들 때는 밀가루를 섞는다.

한글로 쓰인 최초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조금 섞는 것으로 적혀 있다.

 

메밀면 색의 비밀

 

껍질을 벗긴 배유 부분으로 만든 메밀가루를 1번이라고 하고, 껍질의 함유량에 따라 2번, 3번으로 메밀가루를 구분한다.

메밀면의 색이 전문점마다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1번은 입자가 곱고 색깔이 옅으며 녹말기가 많다.

일반 메밀면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녹차메밀면, 유자메밀면 등 이색 메밀면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1번 가루로 반죽할 때는 특별히 익반죽을 한다.

메밀반죽을 밀대로 밀고 자를 때 들러붙지 않도록 녹말가루와 섞어 덧가루로 사용하기도 한다.

 

2번은 1번과 3번의 중간 정도 색깔이며 우리가 즐겨 먹는 일본식 소바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3번은 검은빛이 많이 나는데 메밀껍질 함유량이 2번보다 많기 때문이다.

입자가 2번보다 커서 식감이 거칠기 때문에 메밀면을 만들 때 약간 섞어 색을 내는 데 활용된다.

메밀면의 색이 가게마다 다른 이유는 2번과 3번의 배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쓰유의 맛

 

한국에서 메밀로 만드는 국수는 대표적으로 평양냉면과 막국수가 있다.

평양냉면은 면과 육수의 조화를 중시하는 음식이고, 막국수의 맛은 면과 양념의 조화에서 나온다.

일본식 소바는 쓰유에 메밀면 끝을 살짝 찍어 메밀의 향과 면 자체가 전하는 식감을 즐기다가 마지막에 풍기는 쓰유가 조화를 이룬다.

 

앞서 말했듯 소바는 에도시대부터 서민의 요리로 자리매김했는데, 당시 가쓰오부시의 힘이 컸다.

가쓰오부시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에도시대부터였다.

 

초창기 소바의 형태는 메밀면과 가쓰오부시를 다량으로 넣어 끓인 국물의 조합이었다.

가쓰오부시를 다량 넣어 끓인 국물이 지금의 쓰유(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간장 등을 넣어 만든 소스)로 발전된

것이다.

 

한국에서 맛보는 소바는 지극히 한국식으로 개량된 것이다.

일본식 쓰유는 짠맛이 강한데, 한국의 쓰유는 달고 짠맛이 덜하다.

메밀면 자체의 맛을 즐기기보다는 메밀면을 쓰유에 완전히 담가 먹어 쓰유의 맛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인의 식성 때문이다.

 

 

 

메밀면을 써는 것은 3일, 밀대로 반죽을 미는 것은 3개월, 반죽을 마스터하기 위해선 3년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반죽하기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제대로 만든 수타 메밀면을 바로 삶아 후루룩 넘기면 은은한 메밀 향그득한 메밀면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어

까다로운 수타 메밀면을 계속 찾게 된다.

 

HOW TO MAKE

 

 

 

1. 기본 분량 - 소바 전문집마다 메밀가루와 밀가루 섞는 비율이 다르다.

오비야에서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는 비율은 7:3이다.

이때 메밀가루는 2번 65%와 3번 5%를 섞어 사용한다. 가루가 1kg일 때 물은 평균 400~450mL 정도 섞는다.

하지만 메밀가루는 습도, 온도 등에 예민하기 때문에 반죽하는 날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평균 물의 양에서 가감해야 한다.

만약 습도가 높은 날이면 물의 양은 기준보다 적게, 습도는 낮고 온도가 높은 날이면 물은 더 많이 넣어야 한다.

또한 메밀을 제분한 기간에 따라 가루 자체가 지닌 수분의 양에 따라 물의 양은 달라질 수 있다.

 

2. 체에 내리기 -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비율대로 체에 내려 덩어리 진 것을 제거하고 혹시나 붙어 있을 잡티를 제거한다.

 

3. 3~4번 나누어 물 붓기 - 물을 한 번씩 부을 때마다 양손으로 고루 섞어 보슬보슬한 고물 형태가 되도록 반죽한다.

한 덩어리로 뭉치기 전 강낭콩처럼 동글동글한 형태가 되어야 탄력 있는 면이 완성된다.

 

4. 배꼽 내기 - 한 덩어리로 만든 반죽을 둥글려 빚어 배꼽 모양을 낸다.

이때 반죽 속 공기가 빠지면서 탄력 있는 식감과 동시에 메밀 향을 돋우는 중요한 과정이다.

 

5. 원형 만들기 - 배꼽 모양을 낸 뒤 매끈하고 둥그렇게 성형한다.

손바닥으로 가장자리를꾹꾹 누르며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만든다.

 

6. 마름모꼴-정사각형-직사각형으로 밀대 밀기 - 반죽을 돌려가며 기다란 밀대로 밀어 마름모꼴로 납작하게 민다.

넓고 평평한 마름모꼴이 되면 90도로 방향을 돌려 정사각형으로 민다.

그리고 한쪽 길이는 반드시 70~80cm가 되도록 직사각형으로 밀대를 민다.

면을 잘랐을 때 길이는 항상 70~80cm가 되어야 한다.

메밀면을 미는 밀대 길이가 길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7. 일정한 두께로 밀기 - 직사각형의 반죽을 밀대에 돌돌 만다.

그리고 절반 정도 펼쳐 다른 밀대로 두께가 일정하도록 민 뒤 밀대가 서로 맞물리도록 돌돌 감싼다.

밀대의 위아래를 바꿔 돌린 다음 밀대를 밀지 않았던 부분의 반죽을 펼친다.

두께가 일정하도록 밀대로 민다.

 

8. 칼로 썰기 - 길이가 70~80cm인 쪽이 세로가 되도록 도마에 펼친다.

넓게 펼친 반죽을 길이로 반 접고, 위아래를 겹쳐 반으로 접는다.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한 번 더 접는다.

코이타를 대고 칼로 일정한 굵기로 자른다.

1인 분량 (150g 정도)을 자른 뒤 써는 것을 멈추고 메밀면을 나무트레이에 올려둔다.

가루 1kg 기준으로 7인분 정도를 만들 수 있다.

 

9. 삶기 - 메밀면은 썬 다음 바로 삶아 먹어야 제맛이다.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팔팔 끓어오르면 면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흩어 넣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물에 메밀면이 가닥가닥 춤을 추듯 삶아지면 잘 삶아지고 있는 것이다.

1분 30초에서 2분 정도 삶은 뒤 차가운 물에 씻어 대나무 채 반에 올려 낸다.

 

 

쓰유 만들기- 오비야의 쓰유 맛의 비밀은 숙성에 있다.

 

1차로 간장 1L 기준에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 대파 흰 부분을 넣고 가열해 팔팔 끓기 전에 맛술 50mL와 설탕 150g을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만 살짝 끓인 뒤 불에서 내려 하루 정도 둔다.

그리고 건지를 건져낸 뒤 2~3주 냉장고에 두어 숙성시킨다.

2차로 기름기 없는 팬에 살짝 구운 마른 멸치와 가다랑어를 1차 숙성한 쓰유에 담고 2~3주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먹을 때 쓰유에 구운 김을 넣으면 향이 더욱 좋아진다.

 

 

 

따뜻한 카쿠니세이로 소바 만들기-

 

온면으로도 즐겨 먹는 소바. 짭조름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어 풍성한 육수의 맛이 물씬 풍긴다.

우선 돼지고기(삼겹살 부위) 300g은 겉면만 노릇하게 굽는다.

물 100mL, 간장 50mL, 청주 50mL, 맛술 35mL, 설탕 10mL를 섞은 소스에 구운 삼겹살을 넣어 약한 불에 은근히 조린다.

이때 다른 냄비에 물을 담고 무와 멸치를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

삼겹살이 야들야들하게 익으면 건져내고, 멸치국물에 삼겹살 조린 소스를 기호에 맞게 넣어 소바 국물을 만든다.

국물에 버섯, 청경채, 구운 파 등의 채소와 삼겹살을 넣고 따뜻하게 끓인 뒤 메밀면과 함께 낸다.

메밀면을 카쿠니세이로 국물에 찍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