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 '세월호' 잠수사 뼈 썩어가도..보상은 차일피일
경향신문 박병률·조형국 기자 입력 2015.04.01 22:39 수정 2015.04.01 23:37
1인당 4억~10억여원 배상 의결… 정부, 사고 책임 사실상 불인정
1주기 앞두고 진상조사·인양 대신 ‘돈’ 먼저 발표… 여론 물타기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진상조사나 인양 계획에 대한 언급 없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액부터 서둘러
발표하면서 진상조사 요구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은 1인당 배상금과 위로지원금으로 4억~10억여원을 받게 됐다.
재원은 정부가 일단 예산으로 지급한 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거나 국민성금 등으로 충당된다.
정부가 세월호 도입과 운항·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재정에서 나가는 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월호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제1차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세월호 사고 피해자의 배상·보상 지급기준 등을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배상·보상 접수는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희생자 1인당 지급 규모(배상금+위로지원금)는 단원고 학생(250명)에게는 7억2000만원, 교사(11명)에게는 10억6000만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 희생자는 소득과 연령에 따라 약 4억5000만~9억원까지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배상금은 일실수익(월소득에 장래 취업기간을 곱한 금액)과 위자료, 장례비 등이 포함된다.
위자료는 1인당 1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2000만원 많아졌지만 2015년 3월 기준 일반 교통사고와 같은 수준이다.
일실수익 등은 통상적인 사건의 손해사정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적손해에 따른 총 배상금은 1300억원 규모로 이는 추후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정부가 받아 낼 계획이다.
위로지원금 3억원도 전액 국민성금으로 충당된다.
지난 1월 통과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는 정부가 위로지원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향도 열어뒀지만 정부의
위로금 추가 지급은 없었다.
단원고 희생자 신호성군의 어머니 정부자씨는 "1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 게 하나도 없는 정부가 '돈만 주면 끝'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화가 난다"며 "국민성금이 얼마인지, 정부가 내는 금액이 얼마인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세월호' 잠수사 뼈 썩어가도..보상은 차일피일
SBS류란 기자 입력 15.04.01. 21:09 (수정 15.04.01. 22:06)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금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매듭지어지지 않은 문제가 또 있습니다.
수색에 동원됐던 잠수사들에 대한 보상입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바다에 뛰어들어서 잠수병이 생겼고, 그 때문에 뼈가 썩어가는 병까지 얻어서 생계마저 어려운 잠수사들입니다.
정부가 잠수사 20명에 대한 보상비로 8억3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어떻게 나눠줘야 할지 모른다며 보상을 미루고 있습니다. 당시 수색작업을 했던 잠수사들은 지금 심각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습니다.
뉴스인 뉴스, 류란·박하정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침몰한 세월호에서 300명 넘는 실종자가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베테랑 잠수사'를 찾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수심 40미터까지 들어가 한 시간 이상 수색과 구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던 겁니다.
[정용현/한국잠수연구원장 : (사고 해역이) 수심도 깊지만, 근처에 명량해전에서 유명한 울돌목이 있을 정도로 조류가 강합니다.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 (구조)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해경은 치료비와 보상 모두 책임질 테니, 와서 도와 달라며 잠수사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민간 잠수사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이들은 두 달 동안 시신 180여 구를 수습했습니다.
[민간 잠수사 : 외국에서 일하다 왔어요, 전화받고. 그 좋은 자리 다 버리고 왔어요, 내 아이들 같으니까.]
현장은 생각보다 열악했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하루 다섯 번씩 물에 들어간 날도 있었습니다.
[공우영/민간 잠수사 : 한 번 잠수하면 12시간이 지난 뒤에 작업해야 하는데 그걸 어긴 거죠. 조류가 세지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규정까지 어겨가며 바닷물에 자주 들어간 탓에 몸에 너무 많은 질소가 쌓였고 뼈가 썩는 골괴사로 이어졌습니다.
디스크까지 포함해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잠수사가 22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해경이 당초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보상 예산 8억3천만 원은 아직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경 담당 직원 : (지급 대상은) 22명이죠. 지난해 예산이 나왔는데 못 주고 지금 이월돼서 있는 거죠.]
집행을 맡은 지자체는 잠수사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지 않은 이상 보상비를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에는 '의상자' 지정을 추진하는 안이 진행되고 있지만 명시적인 법규가 없긴 마찬가지여서 보상은 여전히 막막한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