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에 관하여..

등산화를 고를때 참고할 내용

*바다향 2012. 2. 24. 23:07

등산화를 고르는 당신을 위해- 

 

모든 조건을 배제한 유일한 구매기준은 바로
내 트레킹 환경과 신체조건!

우선 등산화 선택에서 가장 마지막 기준이 되거나
아예 무시해도 될 조건
하나가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최우선의 선택 조건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험으로 보자면,
내가 앞으로 자주 가게 될 트레킹 코스와 시간, 계절
그리고 나의 신체조건에 따라서 등산화의 선택이 달라진다.

산행 시간에 따라 경등산화와 중등산화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중등산화는 경등산화에 비해 무게감이 조금 더 있고
창의 높이도 높으면서 발목을 잡아주는 목이 긴 형태가 많다.
창이 두꺼워야 발이 쉬 피로해지지 않으니
산행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밑창도 두꺼워져야 한다.
또 신발이 발목을 잘 잡아주어야 부상의 위험도 줄어든다.
그러나 중등산화는 이러한 기능이 추가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등산화보다 무겁다.


산행 시간을 딱 정해놓고
“이 시간 이후는 중등산화”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5~7시간 정도의 산행이라면 경등산화로도 충분하다.
즉, 하루 정도의 트레킹이라면 경등산화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를 한다거나
몇 날 며칠 7~8시간 이상씩 트레킹을 한다면
그때는 중등산화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처음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경등산화를 추천한다.

 

자, 이제 선택지가 반으로 줄었다.
다음은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차례.
발목이 없는 것 / 낮은 것 / 높은 것,
밑창 소재가 릿지엣지 / 스텔스 / 메모리폼 / 비브람 / 일반 창인 것,
섬유의 소재가 고어텍스인 것 / 아닌 것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발목의 높이는 개인취향이나 주로 가는 트레킹코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너덜길이나 일반 평지길을 많이 걷는다면 발목이 낮은 것도 괜찮다.
반면 약간의 산행이 포함된다면 발목을 잘 잡아주는 제품을 추천한다.
우리나라는 지형 대부분에 바윗길이 있기 때문에
발목을 잘 잡아주는 등산화가 안전 면에서 좋다.
발목이 약한 사람이나 발목을 다친 적이 있는 사람에게도
발목 부분을 잘 잡아 줄 수 있는 등산화를 추천
한다.
그러나 발목이 길다고 해서 다 발목을 잘 잡아주는 것은 아니다.
발목이 너무 길면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직접 신어보고 발목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

 

 

 

등산화의 기능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통기성과 방수성이다.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화는 비나 눈이 와도 신발 안이 젖지 않기 때문에
날씨에 상관없이 전천후로 신을 수 있으나
고어텍스 소재가 아닌 것은 날씨가 좋을 때에 한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기를 멈추지 않는
열성 마니아라면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화가 좋으며,
날씨 좋을 때만 운동 삼아, 소풍 삼아 길을 나선다면 일반 소재도 상관이 없다.

 

 

다음으로 등산화 밑창.
등산화 선택에 가장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 바로 밑창의 종류다.
일단 접지력과 마모도에 따라 밑창의 종류가 꽤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초보자를 위해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비브람 창과 릿지엣지 창, 스텔스 창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그립의 형태와 기포의 수에 따라 접지력과 마모도가 또 달라진다.

 

 

비브람 창은 가장 보편적이고 잘 알려진 창의 종류인데
내구성과 강도 면에서 모두 우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온도변화에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지만 접지력은 취약한 편이다.


릿지엣지 창은 달팽이의 접지력에서 영감을 얻은 국내 업체가 개발한 창으로
마모성이나 접지력 면에서 한국지형에 맞게 잘 만들어져
초보 산행자나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편이다.


스텔스 창은 접지력 면에서 가장 우수하여 암벽등산에 많이 쓰인다.


대체적으로 접지력과 마모에 견디는 정도는 반비례하며
기포의 수가 많을수록 접지력은 우수하지만 마모성은 떨어진다. 
또한 같은 소재의 창이라도
기포의 수나 바닥형태의 그립감에 따라 접지력은 차이가 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창의 종류가 있지만
이 정도 간단하게 알고 시작하다면 등산화 선택이 훨씬 더 쉬워 질 것이다.
 

 

IMG_2605.jpg

 

 

 

트레킹을 자주 다니다 보니 몇 켤레의 등산화를 번갈아 가면서 신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성질들이 있어 산행 코스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평지길이 많은 곳에 갈 때는 발목이 낮고 비브람 창으로 된 등산화를 신고,
능선길이나 산행이 포함된 곳은 발목이 있고 릿지엣지 창인 등산화를 신고 간다.

한번은 비브람 창 등산화를 신고 돌이 많은 계곡길을 가다
미끄러져 꽤나 고생한 적이 있다.
트레킹 내내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온 몸이 긴장되어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중에 그 길을 다시 찾게 되었을 때, 릿지엣지 창 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놀랄 정도로 접지력이 차이가 나서
전보다 훨씬 편하고 안전한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등산화를 살 때 치수도 생각해야 하는데
발이 작은 사람은 운동화 치수보다 한 치수 정도 큰 걸 사는 게 좋고
발이 큰 사람은 두 치수 정도 큰 걸 사는 게 좋다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등산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어 보는 방법이다.
등산 양말을 신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장시간 걸었을 때 발이 붓거나
내리막에서 발끝이 신발 앞에 딱 닿아 엄지발가락이 아픈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잘 고른 등산화 하나는 같이 걷는 좋은 친구 이상으로
나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무엇보다 나의 안전과 트레킹 내내 나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트레킹 용품이니 만큼
명품 백을 살 때보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구입한 등산화의 밑창이 닳았거나
오래 신지 않아 창이 굳어져 떨어지려 한다면 고민할 것 없다.
명품보다 어렵게 산 물건이니 명품처럼 수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등산화만을 전문으로 창갈이 하는 곳이 있으니
오래 길들인 등산화를 다시 새 신처럼 신을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를 하면서 이런 회원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몇 년 만에 등산화를 꺼내 신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
이럴 경우, 십중팔구 이 등산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2년, 3년 등산화를 신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두면
2년, 3년 등산화를 신었을 때만큼 창이 부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새것처럼 멀쩡하여 신고 나왔는데
좀 걷다 보면 창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오랜만에 등산화를 신는 사람이라면
꼭 밑창을 한번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명품은 오래 될수록 그 가치가 드러나듯이
좋은 등산화 역시 신으면 신을수록 그 가치를 알 게 된다.
부디 명품 백 고르듯이 신중히 선택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명품이 되는, 그런 등산화를 구입하길 바란다.